[Review] 예술 작품이 재밌어지는 순간 '기묘한 미술관'

글 입력 2022.01.0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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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겉으로 드러나는 이야기보다 가려진, 숨겨진,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더 흥미로운걸까. '사실은', '비밀인데'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대개 귀를 기울이게 된다. 사람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음악, 영화와 같은 미디어나 작품들에서도 그런 이야기는 언제나 재밌다.


예술 작품의 배경에 관해서 기억하고 있는 작품이 한 가지 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이다. 해당 작품이 몇 년도에 만들어지고 그 작품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신 고흐가 귀를 자른 이유에 대한 일화를 설명해주는 영어 지문을 읽은 적이 있다. 고흐의 동생 테오가 결혼을 하게 되면서 자신이 버려졌다는 공포감에 의해 잘랐다는 것(물론 이 이야기도 가설이라 사실이라고 하긴 어렵다). 희안하게 이런 이야기는 잊지 않고 잘 기억하고 있다.


아마 이 이외에도 예술 작품에는 분명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가 많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2


 

도서 <기묘한 미술관>은 우리가 쉽사리 알지 못했던 예술 작품의 뒷 이야기를 큐레이션 해준다. 도서의 제목답게 목차는 '관'의 형태로 나뉘어져있다.


1관은 '취향의 방'으로, 겉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사실은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을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 2관은 '지식의 방'으로, 명화에 대한 역사적 배경이나 시대 상황 등을 알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그림들. 3관은 '아름다움의 방'으로, 누가 봐도 아름답다고 느끼는 작품들과 새로운 아름다움을 제시하는 작품들. 4관은 '죽음의 방'으로 늘 죽음 가까이에 있던 화가들의 작품들. 마지막 5관은 '비밀의 방'으로, 아직도 작품에 대한 미스터리가 전부 해석되지 않아 더욱 흥미로운 작품들을 전시했다.


가장 재미나게 본 일화는 3관 '아름다움의 방'의 '자신의 초상화를 거절한 코코 샤넬'편이다. 샤넬이란 브랜드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샤넬과 관련된 영상을 가끔 찾아보기도 하고, 샤넬 광고도 보고 제품도 사용하는 편. 익숙한 브랜드가 나오니 더 집중하게 된 것도 같다.


그리고 또 하나, 샤넬의 초상화를 그려준 사람이 바로 '여성' 화가인 로랑생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지금보다는 덜하지만) 남성들이 주를 이루던 분야에서 여성 화가로 이름을 날린 그녀가, 샤넬의 초상화를 그려준 이야기는 왠지 모르게 여성들간의 유대를 보여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아마 같은 여성이자 동년배로서 쉽지 않은 세월을 살아온 동질감과 남성이 주류인 사회에서 성공을 향해 쉼 없이 달리던 샤넬의 감춰진 외로움을 위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로랑생 역시 남성주의 예술계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샤넬에게 있어서는 오지랖이었던건지, 로랑생이 그려준 그림을 거절했다. 샤넬의 초상화가 전혀 못그렸다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샤넬을 닮게 잘 그린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로랑생의 유명하고 인기있는 작품으로 여겨지는 폴 기욤 부인의 자화상과 보여지는 느낌이 확실히 많이 달랐다.

 

샤넬의 초상화는 어딘가 우울하고, 어두웠다. 그림은 아름다웠지만, 샤넬은 어쩌면 그림에서만큼은 행복한 모습을 계속 바라고 있었던 게 아닐까.

 

 


3


 

예전에 '서울미술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꽤나 많고 다양한 미술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었다. 종종 도슨트 시간에 맞춰 로테이션을 돌 때가 있었는데, 일을 하는 와중 재밌고 시간이 잘 가는 순간이었다. 일부러 도슨트 시간에 맞추어 일 스케줄을 짜기도 했다.


단순히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보다, 이런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을 알고 작품을 보면 그 작품을 더 잘 이해하고 재미나게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기묘한 미술관>은 그 재미의 시작을 열어줄 책이 될 것이다.

 

 

기묘한미술관_평면표지.jpg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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