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021년이 남긴 아트 핫플레이스 [미술/전시]

너무 추운 지금, 가볼 만한 겨울 전시회
글 입력 2022.01.0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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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야외에 있기에 너무 가혹한 계절이다. 특히나 한파주의보가 연일 쏟아지는 현재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따뜻한 실내에 머물고 싶은데, 그러기엔 다소 도시는 한정적이다. 쇼핑몰, 카페, 식당을 전전하는 주말도 이젠 지겹다.

 

그래서 예술 문외한도 즐길 수 있는 2가지 전시회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사진도 찍고 인스타그램에 추억도 전시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첫 번째 전시인 <우연히 웨스 앤더슨>으로, 전시회가 주는 예술성과 메시지를 전달 받고 싶은 사람이라면 두 번째 전시인 <올해의 작가상>으로 향하자.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고 시리지만, 당신의 겨울만은 미지근하기를.


 

 

1. 걸어서 세계 속으로, 우연히 웨스 앤더슨 



올 겨울, 산뜻한 세계여행을 다녀왔다. 바로 성수 그라운드 시소에서 열리는 사진전 <우연히 웨스 앤더슨>이다. 웨스 앤더슨은 독특한 색감으로 명성을 얻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영화 감독이다. 그리고 <우연히 웨스 앤더슨 (AWA)>은 브루클린에 사는 윌리와 아만다 코발 부부가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글로벌 사진 프로젝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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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부는 인스타그램 계정(@accidentallywesanderson)에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에 등장할 법한 장소들을 포착해서 올리기 시작했다. 2017년 미국 브루클린 집 앞을 시작해서 전 세계 여행을 다니던 코발 부부의 사진 프로젝트는 150만의 팔로워를 보유하게 되면서, 세계 각지의 팔로워들로부터 특별한 사진을 받아 선별해 업로드했다.

 

그렇게 유명세를 얻어 호텔스닷컴과 프라다 등 글로벌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또한 사진집을 발간해 국내에 출간했다. 그리고 마침내 2021년 겨울, 서울 성수동에 상륙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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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u Slavkovsky, 〈Hunting Lodge Hohenlohe〉

 


윌리와 아만다 코발 부부는 처음에는 우연히 집 앞에서 발견하게 되는 명소들을 웨스 앤더슨 감독을 존경하는 마음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진에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들을 오마주해서 담았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 특징은 동화 같은 파스텔톤 색감과 반듯한 대칭적 연출 구도이다.

 

<우연히 웨스 앤더슨> 전시에서도 그 미장센을 오마주하듯, 동화적인 색감과 대칭 연출 구도를 아낌없이 보여준다. 웨스 앤더슨 감독은 이번 사진전을 보고 "솔직히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한 부부는 우연한 계기로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함으로써, 코로나19로 집콕 신세에 시달리는 전 세계인들에게 힐링 랜선 여행을 선물했다.


<우연히 웨스 앤더슨>은 10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졌다. 'Mind the Gap'에서는 비행기, 기차, 바이크와 같은 이동수단을 모았고, 'Check in, Please'에서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전 세계 호텔들을 담았다. 당장이라도 체크인해서 하룻밤 호캉스라도 지내보고 전 세계 호텔들의 풍경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미장센을 닮은 호텔들의 사진과, 방문객에게 선물해줄 포토존이 눈에 띄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은 다양한 화면비 속 균형미를 갖춘 연출로 정평이 나있다. 이번 사진전 역시 그의 팔레트를 닮은 정교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반듯한 대칭이 주는 균형미와 동화적인 색감은, 실존하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가상 일러스트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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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identally Wes Anderson, 〈Malley's Chocolates〉

 


<우연히 웨스 앤더슨> 전시는 단순히 사진 찍기 좋은 소셜미디어의 핫플레이스로 전락하기엔 아쉬웠다. 집 앞의 흔한 풍경이든, 각잡고 계획을 세워 채비를 해서 여행을 떠나야 찍을 수 있는 오지이든, 당신은 언제 어디서든지 영감을 선사 받을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두 발이 묶여 살아야하는 현대인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대리 만족’의 선택지였다. 전시회 속으로 걸어간다면, 당신은 ‘우연히’ 세계 여행을 선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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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e Kulesza, Kaeson Station

 



2. 미래의 실존 – 올해의 작가상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 이는 대한민국 현대미술의 역동성, 비전,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작가들을 지원하고 육성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2012년에 시작해서 올해 벌써 10주년을 맞이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올해의 작가상> 후보 4명의 작품을 전시 중이다. 다소 거창하고 어려워보이는 전시 타이틀과 달리, 막상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발걸음하면 당신에게 색다른 철학을 선사한다. 그 중 가장 인상 깊게 본 2명의 작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최찬숙 - <큐빗 투 아담 (qbit to a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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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최찬숙 작가는 오랜 이주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위치와 존재, 더 나아가 정체성을 묻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 신작 '큐빗 투 아담'(qbit to adam)은 과거 칠레 광산 채굴에서 오늘날 가상화폐 채굴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노동과 토지 소유의 역사를 다루었다.


최찬숙 작가가 제시한 ‘소유’의 개념은 이질적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몸을 소유한다는 전제를 당연히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아주 오래 전 농경시대 때부터 자신이 수확한 작물은 자신이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 전제가 어긋나기 시작함으로써 자신이 수확한 결과물이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더 나아가 자신의 몸과 정신도 자신에게 소유권과 주체성이 없는 시대가 도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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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찬숙, 큐빗 투 아담

 


그 일련의 과정을 최찬숙 작가는 ‘땅’이라는 매개체와 함께 제시한다. 인간이 땅이라는 유한한 자원 위에서 어떻게 살아가며, 그 땅을 둘러싼 인간 사회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서술한다. 어두운 전시실에서 거대한 스크린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칠레 구리광산 속으로 걸어 들어간 기분이다.

 

붉은 빛 땅은 그 누구도 소유권을 ‘아직은’ 주장할 수 없는 화성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땅’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인가? 그를 넘어서, ‘인간의 신체’은 온전히 본인의 것이 될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큐빗 투 아담> 속에 있을지 모른다.

 


김상진 - <비디오 게임 속 램프는 진짜 전기를 소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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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I Will Disapp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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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

 

 

김상진 작가는 영상, 설치, 조각 등으로 다양한 매체와 형식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 김상진 작가는 신작 <비디오 게임 속 램프는 진짜 전기를 소비한다>로 소셜미디어, 가상화폐,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 경험이 현실 세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표현했다. 전시장 전체를 활용한 영상과 사운드, 설치 조각물은 마치 가상 세계 속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김상진 작가는 '사라짐'이라는 이미지를 전시로 하여금 제시한다. ‘밈(MEME)’이라는 매체에 영감을 받기도 한다. 사회 혹은 일상의 부조리를 해학적으로 나타냄으로써 통쾌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라고. 일종의 블랙코미디에서 그는 영감을 받아, 새로운 블랙코미디를 제작하는 것이다. ‘I Will Disappear’이 적힌 거대한 네온사인 작품 <비디오 게임 속 램프는 진짜 전기를 소비한다>은 역시 하나의 밈에서 그 영감을 받았다.


전시장의 천장을 보면, 천장 LED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마네킹들의 상체가 보인다. 그리고 한쪽 벽면에는 LED로 "I Will Disappear"이라고 적힌 메세지가 존재한다. 또한 투명 샌드백 안에 갇힌 듯한 마네킹이 있다. 모두 사라지기 직전들의 존재들이라, 한 편으로는 화려한 네온사인 설치들 속에서 쓸쓸하고 외로움이라는 상반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반면 김상진 작가는 마네킹이 사실 웃고 있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사라짐'은 곧 또 다른 '탄생'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사라짐'은 슬픔인가, 기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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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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