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성서’ ‘삶’ ‘사랑’ 은유의 시인, 마르크 샤갈 - 샤갈 특별전

글 입력 2021.12.3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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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er Marc Chagall in his house in Vence, France in 1957. © Franz Hubmann via Getty Images © Marc Chagall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1985)은 러시아 제국의 도시였던 비텝스크의 독실한 유대인 가정에서 모이셰 샤갈(Moyshe Chagall)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1910년 파리로 활동지를 옮긴 후 마르크 샤갈로 개명하여 화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파리에서 야수파와 입체파에 이르는 모더니즘 회화를 습득하는 동시에, 자신만의 다채로운 색감과 환상적인 시각 언어를 창조했다. 고향에서 약혼자인 벨라와의 결혼을 통해 영원의 사랑을 느낀 샤갈은 예술적 영감의 원천인 벨라를 뮤즈로 삼아 작품에 삶과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또한, 유대인으로서 제1, 2차 세계대전과 나치 정권, 러시아 혁명 등을 겪으며 디아스포라 삶을 살았던 샤갈은 자신을 이루는 여러 상징물을 매개로 환상적인 작품 세계를 그려내었다.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은 기존 국내에서 다루어졌던 샤갈 전과 달리, 샤갈의 예술세계 전반을 이루지만 그간 단독으로 다뤄지지 않았던 ‘성서’라는 주제로 전시를 진행한다. 더불어 샤갈의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강기슭에서의 부활>, <푸른 다윗 왕> 등을 포함한 19점의 명작과 대형 태피스트리 2점 및 독일 Kunstmuseum Pablo Picasso Münster 소장품 등 220여 점의 원작이 공개된다.

 

전시 구성은 샤갈의 작품 속 상징적인 요소들을 볼 수 있는 [Ⅰ. 샤갈의 모티프] / 샤갈의 성서적 메시지를 만날 수 있는 [Ⅱ. 성서의 백다섯 가지 장면] / 성서를 모티프로 샤갈만의 해석을 담아 그린 작품이 있는 [Ⅲ. 성서적 메시지] / 샤갈의 여러 방면에서 보였던 행보와 마지막 작품을 볼 수 있는 [Ⅳ. 또 다른 빛을 향해]로 되어있다.

 

샤갈은 성서를 주제로 한 작품을 제작하며 전쟁과 학살로부터 고통받는 인류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그만의 예술세계를 확장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샤갈이 성서를 주제로 전달하고자 하는 인류에 대한 사랑의 메시지를 온전히 느끼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Ⅰ. 샤갈의 모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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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샤갈의 모티프] 전시 전경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는 기존의 샤갈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1956년경에 발간된 베르브(Verve)에 수록되었던 에칭과 석판화를 중심으로, 샤갈 작품 속의 주요 모티프들을 살펴볼 수 있다. 화폭 위에 비행하는 연인, 성모자, 동물, 악기, 고향 등의 키워드들을 통해 화가의 지나온 삶을 알아볼 수 있다.

 

그 예로 샤갈이 자주 그렸던 바이올린을 들 수 있다. 바이올린은 유대인 축제에서 자주 사용하는 악기이자, 러시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샤갈의 추억과 관련이 깊은 아이콘이다. 또한, 샤갈이 제2의 고향으로 여겼던 도시 파리의 낭만적인 광경과 에펠탑, 노트르담 성당, 콩코르드 광장 등도 찾아볼 수 있다.

 

 

01. 에펠탑의 연인들, 최종본.jpg

Marc Chagall, Les Amoureux de la Tour Eiffel, 2e et dernier état , 1960, M.187, Color lithograph, 66.3 x 50.6 cm, © Marc Chagall / ADAGP, Paris – SACK, Seoul, 2021

 

 

샤갈은 20세기 초반 파리에서 유행하는 현대 미술의 실험적인 예술 운동을 겪으며 격렬한 감정을 묘사하는 표현주의와 주제의 진실성을 대담한 색채로 부각시킨 야수주의를 계승했다. 색채를 독창적으로 사용하는 예술가로 알려지며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게 된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의 강렬한 붓질과 색채의 조화는 순수한 색채를 통한 어떤 새로운 차원의 회화적 세계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현실을 기하학적으로 분해하는 입체주의와 꿈속의 장면을 그린 것 같은 초현실주의의 구성이 보이기도 한다.


샤갈의 작품에서 보이는 독특한 색채는 그림의 분위기를 형성하며 형상들을 뒤덮고 있다는 점에서 그만의 대표적인 특징이 되었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주제로 환상적 세계를 그려낸 샤갈은 초현실주의자 앙드레 브르통의 “샤갈은, 오로지 샤갈만이, 은유가 성공적으로 드러나는 그림을 그린다.”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꿈과 환상을 그리는 샤갈의 작품은 시적 은유를 회화의 시각적 이미지로 옮겼다. 시적 표현이 깃든 샤갈의 그림들은 전쟁이라는 불안정한 현실과 의도적인 유희로 만들어진 상상 사이에서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Ⅱ. 성서의 백다섯 가지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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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성서의 백다섯 가지 장면] 중 통곡의 벽

 

 

이 공간에서는 샤갈이 처음으로 예루살렘을 방문하고 남긴 예루살렘의 풍경과 구약성서에서 샤갈이 선별한 장면들을 에칭으로 만든 <성서(The Bible)> 연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나볼 수 있다. 1930년 저명한 화상 앙브루아즈 볼라르(Ambroise Vollard)에게 성서 작업을 의뢰받은 샤갈은 처음으로 예루살렘을 방문하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후 샤갈은 25년에 걸쳐 성서 삽화 에칭 150점 연작을 완성했으며, 이를 시작으로 성서에 대한 주제로 작업을 이어갔다. 에칭 연작은 주요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성서의 전개 과정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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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성서의 백다섯 가지 장면] 전시 전경

 

 

“내가 유대인이 아니었다면, 나는 예술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샤갈은 성서의 내용을 화려하게 꾸미거나 과장하지 않고 그의 일상에 성서의 장면을 더해 완성해나갔다. 그래서인지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샤갈의 수식어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공간이기도 했다. 샤갈의 인생에 걸쳐 드러나는 성서에 대한 열정을 느끼며, 각 성서의 이야기 중 샤갈이 어떤 장면을 선택하고 어떻게 묘사했는지 주목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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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들이 성서 그림을 보다 친숙하고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샤갈의 성서 삽화 에칭 105점 시리즈의 작품 속 이야기를 담아낸 오디오 콘텐츠를 선보였다. 지니뮤직의 오디오 서비스 <스토리G>에서 성우 유튜버인 쓰복만의 해설로 성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성경 이야기 잘 모르고 성서 삽화 에칭이 어둡고 재미없어 보이는 관람자를 위해 더욱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준 만큼 특별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성서 속 장면을 동화를 들려주듯 실감 나는 연기를 곁들여 설명해주어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또한, ‘성서’를 주제로 한 공간에 어울리는 클래식을 추천해주어 관람하는 데 있어 더욱 풍성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Ⅲ. 성서적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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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성서적 메시지] 전시 전경

 

 

성서에 나오는 주요 사건과 인물을 모티프로 샤갈이 자신만의 해석을 담아 그린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인간 창조,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 인류 최초의 살인 아벨과 카인, 이집트 탈출기의 모세,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등 잘 알려진 일화를 한 장면으로 응축하며 컬러 석판화로 제작했다. 석판화뿐만 아니라 유화, 과슈화, 대형 태피스트리까지 다양한 매체를 사용한 샤갈의 작품 활동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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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은 성서의 주요 인물 중 십계명을 받은 모세와 왕관을 쓰고 하프를 켜는 모습으로 묘사되는 다윗 왕을 반복해서 그렸다. 이번 전시에서 아시아 최초로 공개되는 대형 태피스트리 2점 역시 모세와 다윗 왕을 소재로 했다. 먼저 석판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태피스트리 <모세>를 살펴보면, 십계명을 들고 있는 모세의 등 뒤로 날개가 달린 모습이 표현되었고 동시에 바이올린 연주자와 십자가형을 받은 예수 등 그가 자주 다루던 모티프들이 함께 그려졌다.


모세는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에굽) 노예 생활에서 해방으로 이끈 종교적 지도자이자 민족적 영웅으로 추앙받은 성경 속 인물이다. 이에 샤갈은 모세를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시킴으로써 탈출기의 일화를 당시 나치에 핍박받는 유대민족에게 대입해 그려내었다. 샤갈이 사용한 모세라는 모티프에는 성서적 메시지와 함께 샤갈의 본명인 ‘모이셰’가 모세에서 유래되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도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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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 Chagall, David et Bethsabée 0/1 (d'après la lithographie M.230), 1973 Tapisserie basse lisse en laine et coton 0/1, 247 x 404 cm, Private Collection, © Marc Chagall en collaboration avec Yvette Cauquil-Prince / ADAGP, Paris – SACK, Seoul, 2021

 

 

다른 태피스트리 <다윗과 밧 세바>에서는 초승달 아래 하프를 켜는 다윗 왕과 그의 품에 안긴 밧 세바 위로 인물의 형상을 넣었다. 다윗은 성서에서 이스라엘 왕국 전성기의 2대 왕으로 골리앗을 이긴 전략가이기도 하다. 그는 악기 연주에 능했으며 구약성서 시편을 지은 시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샤갈은 다윗 왕을 그릴 때 하프를 켜는 모습으로 묘사했다. 작품에 시적인 환상 세계를 그려내었던 샤갈이 예술적 성향을 지닌 다윗 왕에게 연대감을 느꼈던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Ⅳ. 또 다른 빛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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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또 다른 빛을 향해]

 

 

전쟁이 끝난 후, 작업을 다방면으로 이어갔던 샤갈의 행보와 마지막 예술의 열정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샤갈은 프랑스 시인 폴 엘뤼아르(Paul Éluard)의 시집에 삽화를 그리는 등 시인들과 교류하는 동시에 자신 또한 시인으로 활동했다. 1968년에는 화가로서 정체성, 유대인의 운명 등을 주제로 쓴 시와 직접 그린 삽화를 엮어 『시 Poèmes』를 출간하였다. 이 공간에는 샤갈의 삽화와 시가 함께 전시되어있어 샤갈의 문학적인 면모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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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 Chagall, Vers l'autre Clarté, 1985, M.1050, Color lithograph, 63 x 48 cm, © Marc Chagall / ADAGP, Paris

 

 

샤갈은 피카소, 마티스 등과 예술적 교류를 이어가면서 건축 프로젝트에 참여해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하기도 했으며 책 삽화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는 말년에도 성서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나갔는데, 성서에 관한 관심과 믿음이 작품의 낙관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샤갈이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작품으로 알려진 <또 다른 빛을 향하여>를 감상하며, ‘성서’ ‘삶’ ‘사랑’을 회화적 은유로 담아낸 그의 작품 세계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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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국내에서 마르크 샤갈은 ‘색채의 마술사’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샤갈을 생각하면 그의 전형적인 모티프와 함께 강렬한 색채의 환상적 세계를 표현한 작품을 떠올리게 된다. 샤갈이 살아왔던 시대 배경이나 개인적인 체험보다 작품의 형식적인 면과 전형적인 이미지를 그렸던 것 같다.


그런데 마이아트뮤지엄의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은 이전과 다르게 ‘성서’를 주제로 전시를 기획하며, 색채가 없는 에칭 삽화를 하나의 섹션으로 구성했다. 이때 다소 진부할 수도 있는 성서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는 오디오 클립 콘텐츠를 제공하여, 샤갈이 그린 사랑과 색채를 생각했던 이들에게 신화적 메시지를 통한 위대한 이야기꾼으로서 샤갈을 보여주었다. 성서를 주제로 샤갈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마이아트뮤지엄의 전시 기획력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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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을 관람한다면 미술사적 맥락보다 성서적 메시지를 떠올리며 감상할 것을 추천한다. 샤갈의 화풍은 당시 파리에서 유행하던 다양한 사조들의 영향을 받아 탄생했기에 하나의 사조로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샤갈은 당시 야수주의의 색과 입체주의의 해체된 대상, 초현실주의의 환상적 구성 등을 반영하면서도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확립했다.


더불어 샤갈은 제1차 세계대전을 시작으로 러시아 혁명, 나치 정권, 제2차 세계대전 등 수많은 세계적인 사건들을 겪었다. 유대인 인종차별, 학살과 같은 불안한 시대 가운데 디아스포라 유대인으로서의 고통과 성서에 나오는 고난과 역경을 일체화 시켜 작품에 투사하였다는 점에 주목할만하다. 그러므로 샤갈에게 있어 성서는 그의 독특한 상상력과 연관된 문학적 요소이자 유대인 대학살로 파괴되었던 공동체의 모습과 그의 삶을 담은 축적된 이미지이다.


‘성서’ ‘삶’ ‘사랑’을 시각 언어로 은유한 시인, 마르크 샤갈의 이야기를 즐길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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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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