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대중적이나 개성 있는 - 로이 리히텐슈타인展: 눈물의 향기

글 입력 2021.12.29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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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여성이 웃으며 눈물을 흘리는 바로 그 그림. 진부한 시작이겠지만 로이 리히텐슈타인 하면 그의 작품 <행복한 눈물>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강렬한 원색과 굵은 윤곽선, 벤데이 닷이라고 하는 점이 특징인 그의 그림은 우리에게 꽤나 익숙하다. TV에서 본 오래된 만화영화나 영어 학원 한 쪽에 놓여 있던 카툰 잡지가 떠오르는 아주 친숙한 그림체이기 때문이다. 재밌는 그림들이지만 한편으로는 이것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라는 걱정을 안고 서울숲 아트센터에서 진행 중인 <로이 리히텐슈타인: 눈물의 향기> 전시를 보고 왔다.

 

전시를 보러 들어가기 전,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을 생각했을 때 떠올랐던 단어는 "상업적, 재미, 유치"였다. 한국에서 그의 작품이 돌연 인기를 끌면서 <행복한 눈물>을 비롯한 그의 대표작 몇 점은 인테리어용 액자와 포스터, 심지어는 명화 그리기 DIY 제품으로까지 재탄생했다. 원색적인 작품이 재밌으면서도 조금 유치하다고 생각했고, 어디에서든 어떤 형태로든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은 대중적인 동시에 상업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시를 보고 나올 땐 그 생각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 점을 깨달았다. 만약, 로이 리히텐슈타인이 살아서 저 이야기를 들었더라면 꽤나 섭섭했을 것이다. 그의 작품은 분명 재밌으면서도 유치한 구석이 있고 상업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시에서 공개된 작품들 중에는 심오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도 있었고, 기존에 알려진 그의 작품들과는 다른 느낌의 작품들도 존재했다.

 

어쩐지 그는 벤데이 닷 하나로 처음부터 예술 세계를 평정하고 성공 가도를 달리는 쉬운 인생을 살았을 것만 같았는데, 총 8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진 전시를 통해 그도 나름 여러 고민과 시도를 거쳐 지금의 위치에 올랐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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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전시 메인 포스터를 장식한 그림 The Kiss를 볼 수 있는 첫 번째 섹션 "Love & War, Climax of Cliche"부터 영화,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의뢰를 받아 탄생한 작품들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섹션 "World of Exploding Mass Culture"까지 총 8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그중에서도 기존에 많이 알려진 그의 작품들은 첫 번째 섹션에서 많이 다루어졌다. 하지만 오히려 가장 인상 깊었던 섹션은 첫 번째 섹션이 아닌 다른 섹션들이었다.

 

특히, 당대 유명 예술가의 작품을 그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소개한 섹션 "Magnificent Presences"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을 소개한 섹션 "Everday Art and Everday Society"는 전시를 보기 전까지 갖고 있던 편견을 깨고 보다 넓은 마음과 시각으로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해주었다.

 

 

 

Magnificent Presences



 

역사와 민속에서 소재를 찾았던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기존 예술품을 열린 재료라고 생각하여 경의를 표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확장하고 변주하였습니다.

 

- 전시 소개 중

 


해당 섹션에서는 피카소, 몬드리안, 반 고흐, 모네 등 우리가 익히 아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그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원작과 비슷한 듯 아닌 듯 그만의 표현과 개성을 가미한 작품들을 기존 작품과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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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가 동양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 보았던 모든 작품 중 가장 인상 깊었다. 어떻게 보면 동양 문화권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산수화인데 그는 자신의 특기인 벤데이 닷을 활용해 산수화의 깔끔한 매력을 살리는 동시에 자신의 개성을 불어 넣었다. 특히, 다양한 크기의 점을 이용해 산맥의 명암과 거리감을 표현한 점이 너무 기발해서 한참을 들여다보게 되는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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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day Art and Everday Society


 

왠지 로이 리히텐슈타인이라면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작품에만 몰두하고 당대 사회의 주요한 화제나 이슈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을 것 같다는 편견을 깨준 섹션이 바로 이 Everday Art and Everday Society이다. 그는 누구나 볼 수 있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자신만의 작품을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의견을 전달했다.

 

벤데이 닷을 활용해 표현한 바다 이미지 밑에 "Save Our Planet Save Our Water"라는 직관적인 메시지를 적은 작품으로 환경 보호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한편, 검은색 붓 스트로크와 사각형, 빗금으로 이루어진 추상적 그림에 "Against Apartheid"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더해 인종 격리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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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섹션을 통해 수면 아래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세계를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된 것 같아 기쁘다.

 

내 머릿속에 그는 더 이상 유치하고 흔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아닌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동시에 대중의 공감과 지지를 얻은 화가, 문화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자동차, 식기류, 쇼핑백 등 상업의 영역에서도 콜라보를 통해 활동하며 예술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간 화가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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