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일상을 무너뜨리는 방법에 대해

바쁜 일상에 치여 집안일에 소홀했던 나 자신을 되돌아보다
글 입력 2021.12.2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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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가을 갑작스럽게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일이 바빠지기 시작할 때 입사한 데다 사회생활이 처음이었던 나로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조차 부족했다. 일회성의 전시 행사를 준비하는 일이었기에 실수를 저질러도 다음부터 잘하면 된다는 위안도 삼을 수 없었다. 실전에서 시행착오를 맞닥뜨리는 상황만큼은 피해야 했다.


서툰 실력을 메우기 위해서는 시간을 배로 들일 수밖에 없었다. 퇴근 후 새벽 시간과 주말까지도 일해야 하는 상황이 연달아 생겼다. 결국 행사 개막이 몇 주 앞으로 다가왔을 때는 일상 패턴이 완전히 무너졌다.


집에 돌아오면 침대에 누웠다가 불도 끄지 않은 채 잠들었다. 잦은 야근에 세탁기를 돌릴 시간이 없어 빨랫감이 밀려 있었고 제때 뜯지 않은 택배 상자들이 한구석에 쌓여 있었다. 스트레스를 매운 음식으로 해소하는 습관이 생겨 버린 탓에 배달음식 쓰레기도 함께 나뒹굴었다. 주말에는 난장판이 된 집에서 일할 자신도, 그렇다고 집을 깨끗하게 치울 자신도 없어 짐을 챙겨 카페로 도망치곤 했다.


결국 대청소를 벌이지 않는 이상 방을 깨끗이 치울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그래서 청소를 아예 행사 뒤로 미루기로 마음먹었지만 이내 잘못된 선택이라는 걸 깨달았다. 쉼의 공간이 더럽혀지자 당연히 제대로 된 쉼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마음 편히 휴식을 누릴 수 없다는 우울감과 함께 게으른 나를 향한 자괴감이 찾아왔다.


당연히 이 상황에서 직장만을 탓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부지런과는 거리가 멀었던 내가 집안일에 신경 쓸 시간이 줄어들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보는 게 차라리 맞았다. 환경만 비관하기에는 스스로 보아도 나태함의 정도가 과했다. 회사생활을 계기로 내 삶의 방식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이 글로 내 일상을 무너뜨렸던 악습관들을 찬찬히 되돌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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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식습관이다. 지켜보는 사람 없이 혼자 식사를 하면 최대한 번거로운 과정을 줄이게 된다. 문제는 간편한 식사가 곧 대충 차려 먹는 식사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설거짓거리를 줄이려고 한 접시에 두 가지 음식을 담거나, 물을 컵에 따르지 않고 생수병째 마시는 등의 사소한 습관이 결국 식사의 분위기를 해쳤다. 중요한 손님에게는 정성스럽게 식사를 대접하듯이, 구색을 갖추지 않은 밥상에서 끼니를 때우는 것은 스스로를 홀대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한 가지 더, 설거지 루틴 역시 문제였다. 설거지의 순서란 으레 식후여야 하지만 나의 경우는 대부분 식전이었다. 설거지를 미루다 보니 식사에 필요한 식기가 찬장이 아닌 설거지통에 들어가 있었던 탓이었다. 이때 설거지가 밀렸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도 문제가 된 것은 밀린 설거지가 늘 숙제처럼 마음 한구석을 짓눌렀다는 점이다. 이는 집에서의 시간을 휴식답지 못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


두 번째는 정리 시스템의 부재다. 나의 거주지는 5평짜리 원룸으로, 학교생활 혹은 직장생활을 위한 임시거처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행거나 수납함으로 좁은 면적을 넓게 활용해 봤자 한계가 있을 테고, 이사할 때 짐만 늘릴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방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짐이 늘어나자 넘쳐나는 물건들을 남는 공간에 억지로 끼워맞출 수밖에 없었다.


방이 정리된 상태란 당연히 물건이 제자리에 놓여 있을 때다. 세간살이가 늘어날수록 제자리 없는 물건도 많아졌고, 방이 혼잡해질수록 제대로 된 분류 체계가 필요했다. 그러나 동시에 정리되지 않은 환경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익숙함은 결코 편안하지 않았다. 도리어 너저분한 공간에 적응했다는 사실이 한심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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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는 코앞의 욕구에 충실한 생활 태도였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지친 나머지 아무런 고민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늘 눈앞의 욕구에만 충실했다. 이것이 상기한 모든 문제들의 출발점이 되었는데, 내게는 언제나 휴식욕이 문제였다. 특히나 공간이 분리되어 있지 않은 원룸에서 침대를 외면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하루종일 과부하가 걸렸던 머리가 집에만 들어오면 갑자기 긴장을 놓아 버렸다.

 

하지만 내가 충동적으로 침대로 향하면서 제쳐둔 일들은 쉽다 못해 사소한 것들이었다. 갈아입은 옷을 옷장에 걸거나,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거나, 식사 후 밥상을 치우는 등의 간단한 과업조차 기약 없이 미룬 채 안일하게 누워버렸다. 그 상태로 잠이라도 들면 다시 깨어나도 제대로 잔 것 같지 않았다.

 

당시에는 1차원적인 휴식이 그저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피로를 해소하는 방법은 무작정 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집안일을 정상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되어야 했다. 그 까닭은 성취감에 있다.

 

밀린 설거지는 숙제처럼 부담감을 안겨 주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설거지를 제때 하는 것만으로도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직장에서는 업무를 제대로 쳐내도 끊임없이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겨났다. 일을 제대로 마무리했다는 성취감을 느끼기 전에 새로운 불안감이 그 자리를 메웠다.

 

하지만 집안일에는 변수가 없기에, 늘 해야 하는 일을 마무리하면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다. 집안일을 그저 일의 연장선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가장 평화롭게 무언가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했다면 어땠을까.

 

*

 

생활 패턴을 바로잡은 경험담이 아닌 만큼 이 글이 누군가에게 조언이 될 수는 없겠지만, 내 습관을 글로써 돌아봤다는 것에 의미를 두려 한다. 앞으로는 같은 실수를 해도 이 글을 내용을 떠올리면서 더 빠르게 반성할 수 있기를, 그리고 언젠가는 집안일에 재미를 붙이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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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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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장수정
    • 잘 읽었습니다. 저도 모든 게 귀찮아서 아무것도 치우지 않은 채 며칠을 방에서 지내다 보면 쉬어도 쉬는 게 아닌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우선 저 자신을 씻기고 어지러운 책상을 치우고, 바닥을 쓸고 물건을 정리하니 어딘가 모르게 개운했어요. 아주 작은 성취감일지라도, 그걸 통해 괜찮은 하루를 이어나갈 수 있었어요. 파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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