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BLUE'를 루시의 '떼굴떼굴'로 덧칠하기 [음악]

오늘도 떼굴떼굴 굴러가고 있을 당신에게 추천하는 노래, 루시의 '떼굴떼굴'
글 입력 2021.12.1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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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BLUE는 어떤 의미인가요



빨강, 초록, 하양, 검정보다 상징성이 ‘덜 강한’ 색이기 때문에 유행을 타지 않는, 가장 평화롭고 중립적인 색이라 여겨지는, BLUE. 파랑. 때로는 상쾌하고 신선하며, 동시에 냉정하면서도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고전의 시대에는 보이지 않는 색이었지만 이내 중세에 고급스러운 색으로서 경건한 의미를 가지다 현재 가장 사랑받는 색에 이르기까지, ‘파랑의 역사- 파란색은 어떻게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는가’라는 책의 제목이 있을 정도로 파란색은 밝고 시원한 느낌 때문인지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색으로 꼽히기도 한다.

  

사실 'BLUE'라는 단어는 파란색 말고도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코로나가 발병되고 나서부터 더 자주 ‘블루’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되었다. 바로 코로나 블루.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일상에 큰 변화가 일어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의미한다. 다른 말로는 ‘코로나 우울’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요즘에는 ‘블루’라고 말하면 평화롭고 안정된 느낌보다는 어깨가 축 쳐져 있는 듯한 우울한 기운이 감돈다.

 

이처럼 색에는 보편적이거나 근원적인 진실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사회학적인 현상으로 인해 체득된 이미지일 뿐. 대개 경험을 하고 인지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각자의 ‘상징체계’를 만들어내며 그것이 우리의 지각을 지배한다. 다시 말해, 색이라는 것은 흘러가는 역사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경험 또는 크게는 문화와 결부되어 언제든 다시 변화할 가능성이 있는 이미지인 것이다.

 

마치 파랑은 본래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부터 가장 따뜻한 색으로 통했지만 15세기부터 ‘물’이 파랑으로 표현되면서 물의 ‘차가운’ 이미지가 덧입혀진 것처럼, 그리고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우울'의 이미지가 덧입혀진 것처럼 말이다.

 

이번 기회에 코로나로 인해 ‘BLUE’에 짙게 덧입혀진 '코로나 블루', 즉 우울에 대한 이미지를 조금 상쇄시키고 분위기 반전의 효과를 줄 수 있는 노래를 소개하고자 한다.

 

 

 

루시 LUCY의 두 번째 EP 앨범

- 타이틀곡 ‘떼굴떼굴’



밴드 루시(신예찬, 최상엽, 조원상, 신광일)는 미스틱스토리의 4인조 밴드로, 2019년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JTBC 슈퍼밴드에서 처음 결성되어 준우승을 차지한 바가 있다. 지난해 봄 첫 싱글 ‘개화’부터, 여름에는 ‘조깅’, 가을에는 ‘선잠’, 겨울에는 ‘히어로’까지 발매하며 사계절 서사를 완성시켰으며, 지난 7일 루시 자체를 테마화한 두 번째 EP ‘BLUE’가 발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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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BAND LUCY│밴드 루시 공식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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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V] LUCY _ 떼굴떼굴(Rolling Rolling) 캡쳐본

 

 

그중 타이틀곡 '떼굴떼굴'은 바쁘게 굴러가는 사회의 틈바구니 속에서 쉴 틈 없이 굴러가며 오늘 하루를 책임지고 있는 이들에게 잠시 잊고 있던 것들을 떠올릴 수 있게 해주는 힐링 노래로, 리드미컬한 드럼 사운드를 바탕으로 경쾌한 바이올린이 특징이다.


프로듀서의 설명에 따르면, "오늘 하루는 너무 힘들었고 슬펐지만 자기 전에 누워서 생각해 보면 오늘 하루 너무 즐거웠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내일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고.

 

뮤직비디오 영상과 함께 노래를 감상해 보자.

 

 


 

눈을 떴다. 아니 떠야만 했다. 이제 막 7시 반이 넘은 시각. 머리가 어지럽다. 일단 화장실로 직행하여 세면대에 물을 틀어본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 얼굴에 생기는 없고 눈에는 초점이 없다. 한숨만 나온다. 숨 쉴 틈 없이 습관처럼 밥을 먹고 나갈 채비를 한다. 현관문을 나서기 직전, ‘이대로는 안 될 것만 같다’는 생각에 지난 과거가 스쳐 지나간다. 야구를 열렬히 치던 그때, 나에게 살랑이는 부채가 반짝여 보였던 그때. 그러나 그것도 아주 잠깐.

 

오늘도 치열하게 살아냈다. 드디어 퇴근이다. 눈 깜빡할 사이에 바깥은 밤이다. 그러나 여전히 낮의 풍경처럼 환하다. 잠깐 걸음을 멈추고 우두커니 서서 공허한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회상한다. 부대낀 사람들. 여유는 하나 없고 시곗바늘에 쫓겨 뭔가에 홀린 듯한 발걸음들. 이리저리 부딪히며 마음대로 무엇 하나 되지 않는 하루를 견뎌내고 있었던 숱한 날들. 얼마나 오래 이 무감각함에 잠들어 있던 걸까.

 

이대로는 정말 안 될 것만 같다.

 

안경을 벗고 외투를 벗어던진다. 야구 방망이를 들고 힘차게 휘둘러본다. 넥타이를 동여맨 불편한 정장 차림이지만 그저 몸을 맡기고 팔을 유연하게 움직인다. 부채를 활짝 펼치고 다시 손 끝날을 세우며 부채를 살랑인다. 뒤돌아 보면 생각보다 좋았던 날들이다.

 

열정으로 뿜어내던 거친 숨, 엄청난 희열감과 벅참이 가득 찬 얼굴, 어느 때보다 역동적으로 휘날리는 머리카락,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한 자유로운 손짓과 발짓. 이제서야 살아있다는 감각이 곤두선다. 숨이 쉬어진다.

 

* 다음 본문은 필자가 노래 가사와 함께 뮤직비디오의 내용을 텍스트로 작성한 내용입니다.

** 본문에서 굵게 표시된 부분은 가사에 기반한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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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V] LUCY _ 떼굴떼굴(Rolling Rolling) 캡쳐본

 

 

뮤직비디오 속 인물들은 오랫동안 무기력함과 무감각 속에서 살아왔다. 마치 하루 종일 떼굴떼굴 굴러가며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다시 하루는 시작되고 숨 쉴 틈 없이 세상은 돌아만 가지만 “그때로 뒤로 Back!”과 함께 동시에 터지는 훅(HOOK)은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행복한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자유롭게, 뜨겁게, 역동적으로 표현해낸다. 그들은 다시 살아난다. 다시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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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V] LUCY _ 떼굴떼굴(Rolling Rolling) 캡쳐본

 

 

노래는 밝고 경쾌하지만 동시에 괜히 마음이 벅차오른다. 마치 겨울철 차가운 공기 속 갑자기 뜨거운 기운이 맞닿는 순간 코끝이 찡해지는 것처럼.

 

특히 영상 속 인물들이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장면과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완전히 몰입하여 노래를 하고, 바이올린, 베이스, 드럼을 연주하여 합을 맞추는 루시의 장면이 교차적으로 보여지면서, 너무 행복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이 눈부시고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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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V] LUCY _ 떼굴떼굴(Rolling Rolling) 캡쳐본

 

 

이때, 영상 속 루시가 연주하는 공간이 눈에 띈다. 도입부의 일반 스튜디오에서는 사무 수납함들을 쌓아 작은 가벽을 만들었고 회사에서 볼법한 인쇄기들에 둘러싸여 합주를 한다.

 

후반부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틈 사이로 중앙에서 합주를 한다. 둘 다 '회사'라는 공간을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는데, 앞서 곡 소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바쁘게 굴러가는 사회의 틈바구니 속에서 흘러나오는 루시의 음악이 유쾌한 힐링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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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V] LUCY _ 떼굴떼굴(Rolling Rolling) 캡쳐본

 

 

특히 일반 스튜디오 속 뒤 배경의 색깔 변화는 곡이 변주되는 지점마다 짜릿함을 선사한다. 처음 노래 도입부에 루시가 연주하는 공간은 파스텔톤의 하늘색으로 푸른빛이 감돌 정도로만 아주 옅게 물들어 있다. 그러나 노래가 점차 진행되고 영상 속에서 뱉어내는 순수한 열정과 자유로움이 고조될수록 색은 짙어진다.

 

이내 후반부에 다다르면 공간 전체가 완전히 짙은 푸른색으로 물들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서로 다른 채도와 온도의 ‘블루’를 지닌 멤버가 함께일 때 가장 따뜻한 ‘블루’의 색채를 완성한다.”라는 앨범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연출하였다고도 볼 수 있다.

 

 

너도 나도 이젠 하루하루 달라

내일은 어떤 날이 올까

우릴 위해 있는 거야 이 모든 게

 

 

루시의 ‘떼굴떼굴’은 오늘도 열심히 떼굴떼굴 굴러가고 있을 모든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이다. 코로나 블루로 인해 고통받던 무감각한 순간들은 날려버리고 자주 꿈을 꾸고, 자주 하늘을 보라고 말한다. 좋았던 날들을 기억하며 돌아올 내일을 다시 힘차게 꿈꾸라고.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을 위해. 당신을 오랫동안 가두었던 무수한 'BLUE'의 순간들을 뒤로하고 이제 루시의 ‘떼굴떼굴’로 다시 희망찬 내일을 꿈꾸기를 바란다.

 

 

내일을 그리던 그때로 뒤로 Back!

 

 

※ 참고 도서: 미셸 파스루로, <파랑의 역사>- 파란색은 어떻게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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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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