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크리스마스의 낭만 [사람]

매해 존재하지 않는 낭만을 느끼는 달, 12월.
글 입력 2021.12.1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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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Christmas, I gave you my heart. But the very next day, you gave it 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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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12월은 설렌다.

 

누군가는 애 같다고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오글거린다고 하지만, 캐롤의 달, 시끌시끌한 가족들의 달, 나는 아니지만 남들의 경우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속삭임,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친구들과 커피잔 앞에서 대화하는 날들은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러나 매해 기대하는 25일을 위한 빌드업 같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주지 않는 달, 루돌프가 빨간 코로 우리 집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찾아오는 날을 난 아직도, 20대 중반이 되어가도록 잊지 못한다. 잊지 못하기에 12월 1일부터 25일을 기다린다. 오지 않을, 존재하지 않는 낭만을 기대한다.

 

크리스마스와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이라는 달은 존재하지 않는 마법에 걸린 날 같다. 지금처럼 처음 가 보는 카페에서, 카푸치노 한 잔과 함께 크리스마스트리 옆에서 과제를 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으로 블로그를 열어 12월에 글을 쓰고 있을 때면, 그 가짜 마법, 존재하지 않는 마법과 맞닿아 있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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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올해가 완전히 가기엔 2주라는 시간이 남았고, 2주는 분명 무언가가 변하기 충분한 시간이지만, 성질 급한 내가 간단히 올해를 정리해 보면, 나는 내 나름대로 알찬 한 해를 보냈다고 생각한다. 더 알차게 보낼 수도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동시에 많은 걸 시도해 본 것도 사실이기에.

 

학교 공부 이외에 문화 평론 사이트에서 (돈을 받지는 않지만) 에디터라는 이름으로 글을 쓸 수 있는 활동도 하고 있고, 서포터즈 활동도 2개 했고, 그래픽 디자인도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배워봤고, 배운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로 우승은 실패했지만 디자인 콘테스트도 참여해 보았다.

 

UX 디자인도 절반가량 강의를 들어놓았으며, 9월부터는 아직 공개하긴 턱없이 부족하지만 시간 날 때마다 소설도 쓰기 시작했다. 내년부터 번역 프리랜서로 (미미하지만) 분명한 경제력도 생기게 되었으니, 그래도 뭐라도 하긴 한 해인 것 같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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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에서 나는 상당히 내향적인 사람이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자기들은 잘 모르겠다고 하는데,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은 다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실이 내 엄청난 내향성이다. 코로나에 의해 나만큼 심적 타격 없는 사람 보기 힘들 거라 자부한다.

 

어떤 친구는 나처럼 내향적인 사람은 처음 본다고 말을 했을 정도로 낯도 많이 가리고, 사람에 대한 기본 신뢰와 기대가 아주 낮은 편에 속한다. 이 성격으로 앞으로 사회생활하다간 스트레스로 일찍 명을 다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모르는 사람들과 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크고, 기도 빨리빨리는 지라 솔직히 뭐든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편이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많이 다른 경우가 많은 것도 내 극도의 내향성 탓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이를 점점 먹어가며 어렴풋이 깨달아 가는 것 중 하나는, 결국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편한 대로 사는 것이 곧 정답이라는 것이다.

 

굳이 남들의 시각에 맞춰 살아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 원하고 원하지 않는 것이 뚜렷하게 있는 이상, 결국 그에 맞춰 살아가게 되고, 그 틀에 맞춰서 자연스레 시간이 흘러가며 만들어져가는 것이 인생이 흘러가는 방식인 것 같다.

 

인생은 결국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이 최고가 맞는 것 같다.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그것만을 고집한다고 그 방향으로만 인생이 흘러가진 않는 것 같다. 최대한 나 자신을 많이 생각하며,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고민하고 그에 맞춰 이것저것 시도를 하다 보면, 내가 세상에 맞춰 인생을 만드는 것이 아닌, 나에 맞춰 인생이 만들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아직 불확실하고 불안하고 모르는 것도 많지만, 20대 중반의 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지금 이 시간, 아이유의 팔레트 가사말처럼, I like it, I'm twenty five,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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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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