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동화 같은 풍경 + 귀여운 주인공 + 전염병 = ? [드라마/예능]

전염병 시대에 태어난 사슴 소년의 여정, <스위트 투스: 사슴뿔을 가진 소년>
글 입력 2021.12.1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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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전파력과 치명률을 보인 바이러스 H5G9는 새끼손가락 경련을 시작으로 기침, 고열 등의 증상으로 연결되다 결국 감염자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H5G9 창궐은 이 드라마에서 ‘대붕괴’라고 말하며 대붕괴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모두 반은 인간, 반은 동물인 ‘하이브리드’로 태어난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 대붕괴와 하이브리드가 나타난 시기가 딱 맞아떨어지자 생존자 대부분은 하이브리드 때문에 바이러스가 생겨난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혐오와 경멸을 받는 존재로 여겨지는 하이브리드는 사람들은 물론, 자신들을 포획해 군대에 넘겨 생계를 유지하는 밀렵꾼들 ‘마지막 인류’로부터 숨어 생활한다.

 

*

 

<스위트 투스: 사슴뿔을 가진 소년>의 세계관은 대충 이렇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은 세계관과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끝까지 재밌게 보기 어렵기 마련인데, <스위트 투스>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세계관과 용어를 사용해서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하고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는 스토리였다는 게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럼에도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주인공 거스가 오랜 시간 동안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온 탓에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하는 10살짜리 사슴 소년이었기 때문이다. 애 같지 않고 애어른 같았던 주인공들을 보다가 오래간만에 제 나이 같이 행동하는 주인공을 보니 신선했다.

 

매 화마다 사고를 치는 거스 때문에 하차 위기가 몇 번 있었지만 10살이 될 때까지 함께 해온 사람이라고는 아빠인 퍼바뿐이고 사슴을 보고 엄마라고 생각했던 아이가 뭘 알까 싶어 점차 수긍하는 마음으로 봤던 것 같다. (사탕쟁이(스위트 투스)라는 별명답게 단 음식을 좋아하고, 싫은 소리를 들으면 축 쳐지는 귀와 냄새를 맡을 때마다 움찔거리는 코가 너무 귀여워서 하차는 이미 물 건너간 지 오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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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거스, 제퍼드

 

 

그리고 무엇보다도 거스와 거스가 덩치 아저씨라고 부르는 제퍼드, 이후에 합류하게 되는 곰, 이 셋의 훈훈한 관계성이 너무 좋았다. 거스가 진짜 엄마를 찾기 위해 숲에서 나오자마자 마지막 인류에게 잡힐 뻔했을 때 구해줬던 제퍼드는 처음에 나쁜 역할인지 좋은 역할인지 애매모호하게 나온다. 하지만 동물은 좋은 사람을 알아본다는 말이 있다. 거스도 처음에는 경계하는 듯하더니 나중에는 자신도 데려가라며 졸졸 따라간다.


그 순간만 도와주고 제 갈 길을 가려 했던 제퍼드는 거스를 떨어뜨리려고 하지만 여러 사건을 겪으며 여정을 함께 하게 됐고, 초반에는 험악하게 굴었던 제퍼드도 거스 때문에 웃기도 하고 걱정도 하며 유사부자 관계를 형성한다.


제퍼드보다 한참 뒤에 거스와 함께 하게 된 곰은 하이브리드를 동경하며 지지하는 단체의 수장이다. 대붕괴 이후 어른들을 혐오하는 곰은 제퍼드와 자주 부딪히는데 마치 사춘기 딸과 그런 딸이 감당 안 되는 아빠를 보는 것 같았다. 중간에서 어른스럽게 중재하는 거스까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들이 가족이 되는 과정은 언제 봐도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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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같은 풍경이지만 섬뜩했던 장면

 

 

등장인물들과 풍경 그리고 그들의 여정을 들려주는 나레이터의 목소리는 한 편의 동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포스트 아포칼립스물답게 내용은 꿈과 희망이 보일 듯 말 듯 하다.


대붕괴 이후 군대가 정권을 장악하고, 이를 이끄는 수장 애벗 장군은 H5G9 치료제를 만들되 자신이 독점하고자 한다. 치료제를 만들게 된 의사 아디와 H5G9에 감염된 지 10년이지만 의사인 남편이 놓아주는 약물로 아직 생존해있는 라니는 처음에는 원인도 모르고 치료제도 없는 감염병에 걸린 일반인들이 느낄 감정을 대표하는 것 같아 공감이 갔지만, 모종의 사건 이후 돌변하는 것 또한 감염병에 걸린 일반인들이 보일 법한 행동이라 거북했다.


<스위트 투스>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에 제작됐다는데 시기가 어떻게 딱 맞아떨어질 수 있을까. 후반부로 갈수록 더 ‘이 시국’과 비슷한 부분들을 보며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 일어난 게 벌써 2년이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 새삼 실감이 났다.


아니 이게 이렇게 다 연결된다고? 빨리 다음 화로 넘겨야겠다고 생각 했는데 다음 화가 없단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는 참신한 소재를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지만 그만큼 실험적이라 시즌 1 시청률이 그닥 좋지 않으면 시즌 2가 있을 것처럼 예고 해놓고 캔슬 시켜버리기 일쑤라 설마 이번에도 그런 건 아니겠지 불안했는데 벌써 시즌 2 제작 확정이 났다고 하니 마음 편히 기다릴 일만 남았다. 시즌 2가 공개될 때는 현실에서의 상황이 나아져 판타지로 즐길 수 있길 바라본다.

 

 

[신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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