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평범하지 않은 - 위저드 베이커리 [도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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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을 때가 있다. 뾰로롱 마법이 모든 것을 구원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마법사 점장은 말한다. ‘단, 모든 마법은 자신에게 그 대가가 돌아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나’의 서술로 진행된다. ‘나’는 말을 더듬는 아이이며, 따라서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피력하기 어렵다. ‘나’는 새어머니 ‘배선생’의 딸 ‘무희’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집에서 도망쳐 나와 단골 빵집 ‘위저드 베이커리’에 숨게 된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빵집에서는 일반적인 빵도 팔지만, 인터넷으로는 마법의 효과가 있는 빵도 판다. 그 빵을 사간 사람들은 저마다의 대가를 치르며 살아간다. 위 문단에서 ‘모든 마법은 자신에게 그 대가가 돌아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했다.
우리는 안다. 어떤 일이든 자신에게 대가가 돌아오기 마련이고, 그것은 크고 작고의 문제일 뿐이라는 것을. 그것을 사람들은 ‘책임’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마법을 쓰는 것이 나쁘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를 뿐이라면 선택을 조금 더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을 쓰는 것이 나쁠 게 뭐가 있겠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 때는 말이야~’ 사람들은 농담처럼 이런 말을 하곤 한다. 나 때는 청소년 소설 하면 마냥 밝고 희망찬 내용만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대부분의 청소년 소설은 그런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청소년 소설이 가야할 길이 그것만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위와 같은 의미에서 위저드 베이커리는 일반적인 청소년 소설, 성장 소설에서 많이 벗어나있다.
하지만 위저드 베이커리가 청소년 성장소설이 아닌가 하면 그것은 또 아니다. 청소년들에게는 분명히 생동감 넘치는 면이 있는 만큼 어두운 면이 있고 ‘누군가의 전적인 보호를 받아야 할 나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 서기에는 자신감이 2프로 부족한 나이. 지구에서 가장 한심스러운 숫자 열여섯.’에 드러나는 것처럼 혼란스럽고 부족한 면도 있다. 이러한 면에서 위저드 베이커리는 혼란스러운 현대의 청소년상을 아주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주인공을 말더듬이로 설정하면서 그 장점은 극대화되는데, 주인공은 자신의 말더듬증으로 인하여 세상과 자신을 단절한 채로 그렇게 살아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인공은 더욱 혼란을 느낄 것이다. 자신이 세상과 융합될 수 있는 존재인지, 혹은 세상에서 사라져야 하는 존재인 것인지. 이는 청소년(아마도 10대와 20대 모두가 해당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들이 느낄 혼란과 마주해있다고 본다.
나는 이 소설의 결말이 두 가지 경우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 두 결말 모두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식의 결말이 아닌 것 또한 마음에 들었다. N의 경우도 Y의 경우도 ‘나’는 온전한 행복을 손에 쥐진 못한다.
하지만 상관없다. 삶은 계속될 것이고 ‘나’는 성장하고 자랄 것이므로. 그것이 위저드 베이커리가 청소년 성장소설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정혜원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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