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휴학하고 깨달은 것 [사람]

글 입력 2021.12.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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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제외한 글 안의 모든 사진은 에디터가 직접 촬영한 사진이다. 8월부터의 여정을 사진으로 담았다. 짧은 4개월이라 생각했지만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의 세 계절이 지났다.
 
12월이다.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이고, 2021년이 끝이 난다. 올 한 해는 잘 보냈는지 돌아보고 정리해보는 글을 쓰고 싶었다. 1월 새해를 시작하며 많은 사람이 보내주었던 덕담처럼, 그래도 꽤 건강하고 행복하고 의미 있는 한 해가 되었는지. 무럭무럭 성장한 나였는지. 한 해를 만족스럽게 보냈고 또 보내고 있느냐 하며 자문해본다.
 
8월의 휴학 이후로 사실 4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 4개월로 2021년이 만족스러웠다고 느낄 만큼 나는 많은 걸 배웠다. 갖가지의 배움으로 이렇게나 내가 변했는데 4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나 하며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휴학하기 전에는 딱히 스스로 목적을 생각해보지 않고 그저 살아오다가, 휴학하고 처음으로 멈춰보고 나서야 제대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싶은지, 나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두려움에 해보고 싶어도 하지 않았던 일들을 도전했다. 그리고 꾸준히 상담을 받았다. 이제는 좀 내가 나를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4개월 동안 나는 많이 변했다. 올해 나는 많이 컸다. 나도 변했고,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변했다. 내가 겪어나가던 성장의 과정을 계속 사람들과 공유했었다. 내 가족과 친구들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 좋은 걸 다른 사람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에서였다. 아트인사이트의 에디터로 활동하며 글을 쓰게 된 것도 같은 마음이다. 나와 직접적으로 알지는 못하더라도 어떤 누군가에게 또 도움이 되고 싶었다.
 
멈춤은 삶에 꼭 필요한 순간인 것 같다. 휴학 기간 동안 깨달았던 몇 가지를 글로 남겨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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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휴학을 시작하며

 
 
 
1. 자율적인 공부의 의미

 

공부하는 것에 큰 불만은 없었다. 딱히 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고, 해야 하기에 계속 열심히 했다. 전공과 교양을 내 선택으로 들었지만, 아주 중요한 목적을 생각하며 고르지는 않았던 것 같다.

 
knock knock 전시회를 다녀오고 나서야 공부의 의미를 비로소 깨달았다. 전시회는 공유주택의 한 층을 빌려 10팀의 크리에이터들이 각자 방을 꾸미는 프로젝트였다. 전시회가 열린 공유주택에 디자인 잡지가 놓여있었는데,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 잡지가 색감도 배치도 멋지다. 여기 전시회도 너무 좋다. 디자인을 배우면 당장 내 방을 감각적으로 꾸밀 수도 있겠네? 내가 건물 사장님이어서 공간을 당장 꾸며야 한다면 디자인을 알아야 망치지 않고 멋지게 만들 수 있겠다.’ 하는 생각.
 
공부한다는 게 내 삶에 적용 가능한, 쓸모 있는 지식을 습득하는 일임을 그제야 깨달았다. 학생인 나에게는 지금 당장 쓸모가 없지만, 내가 사장님이라고 가정하면 모든 지식이 쓸모 있었다. 걸어가면서 보이는 건축 디자인, 내가 사는 물건의 마케팅 방법, 부동산 법, 디자인, 회계……. ‘멋지게 살아가는 미래의 나’를 상상해보면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았다. 어디를 가든, 더 주의 깊게 볼 게 많았다. 내가 나중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배운다고 생각하니, 공부의 이유도 동기도 확실해졌다. 복학해서 배우고 싶은 공부들도 생겼다.
 
멋진 미래의 내가 필요할 지식을, 모르는 게 있으면 직접 인터넷에 찾아보고 강의를 신청하고 학습하며,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이것저것 다 배우고 싶었다. 휴학으로 공부를 멈추고 나서야 비로소 공부가 무엇인지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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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ck knock 전시회에서

 
 
 
2. 해보면 사실 별거 아니다. 걱정을 넘어서 해보기. '스텝 바이 스텝'

 

실제로 하고 나서 겪는 어려움보다, 하기 전의 걱정이 더 크다는 걸 몇 번의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사물보다 더 크게 확대된 그림자에 겁을 먹고 사물을 실제로 보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나는 걱정도 많고 두려움도 많았다. 그래서 해보고 싶은 일이 생기더라도 미루고 참았다. 하고 싶은 마음은 마음속에 있는데, 형태도 없는 두려움 때문에 내 마음을 외면하고 억눌렀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련스러운 일이지만, 어린 나는 그랬다.

 
이제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한다. 그리고 이런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9월에 체리 O.D.T 2기 수업을 신청해서 들은 것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체리 O.D.T는 내가 구독하던 춤 채널에서 개설한 ‘실시간 온라인 댄스 아카데미’인데, 현재 3기 활동을 마쳤다.
 
춤은 나에게는 근 20년간 동경하고, 좋아하고, 하고 싶지만, 부끄럽고, 두렵고, 쪽팔리고, 못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춤을 배우러 가는 것조차도 나에게는 용기가 필요했다. 춤을 배우려고 학원을 찾아봐도 막상 신청하러 가기가 참 어려웠다.
 
어느 날 체리 O.D.T의 선생님이 실시간 유튜브로 <댄스 상담소>를 열었다. 걱정만 하기보다는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질문을 남겼다. 그러자 선생님은 누구나 처음이 있고, 처음의 껄끄러움을 깨부숴야 시작을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스텝 바이 스텝’으로 생각해보라고. 가장 첫 스텝으로 2기를 신청했고, 이는 내 인생에서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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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노을

 
 
체리 O.D.T 2기를 수강하고 나서 ‘생각보다 해보면 별 게 아니다’라는 걸 깨달았다. 걱정이 되고 두려움이 든다면, 가장 작은 스텝부터 해보기를 권한다. 오랜 기간 동안 고민하다 보면 그 걱정은 무겁고 복잡하고 불가능해 보인다. 막상 해보면 훨씬 더 간단했던 문제였다는 걸 알게 된다.
 
내키지 않고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고, 부러움을 느끼고, 동경하는 분야라면, why not try it myself?
 
해봐라. 해본다고 큰일이 나겠는가. 해보지 않으면 계속 미련만 남는다. 깨끗이 미련을 버리든 새로운 즐거움을 찾든, 일단 해봐야 알 수 있다. 이제 나는 해볼까 말까 고민된다면 한다. 그렇게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도, 학교 또래상담도, 춤도, 시험도 신청했다. 용기를 내는 경험, 용기를 내서 ‘내 걱정보다는 별 게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 경험을 해볼 필요가 있다.

 

 

[이진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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