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다기리 죠는 잘생겼네요1 [영화]

의도치 않은 가족 영화 두 편
글 입력 2021.11.2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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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오다기리 죠

 

 

 

너무 오래 증오하지는 말 것,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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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할 때 상대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버릇이 있다. 보통 사람들은 두 가지 방식으로 반응하는데, 절대적으로 내 눈빛을 피하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 눈빛을 피하지 않고 맞부딪히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나는 종종 후자와 묘한 불꽃이 일곤 한다.

 

눈을 피하지 않는 버릇은 어릴 적 엄마와 싸울 때부터 시작됐다. 그녀가 어떠한 사과의 말도 없이 같은 말을 반복하는 동안 매번 그녀의 어깨너머 창문이나 그녀가 입은 가디건 단추만 노려봐야 하는 상황이, 그런 내가 너무 싫었다. 싫은 것보다도 그녀가 원망스러웠다. 나이를 먹고 머리가 조금 컸을 때부터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곤 했다. 때론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나를 발견하기도 했고, 흐르는 눈물에 시야가 흐려지기도 했지만 결코 그녀의 눈길을 피하는 법은 없었다. 나는 그녀를 증오했다.

 

오래전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떠난 게이 아버지를 증오하는 사오리처럼 말이다. 영화 <메종 드 히미코>에서 혼자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사오리에게 어느 날 젊고 아름다운 청년이 찾아온다. 하루히코(오다기리 죠)다. 화면을 통해 그를 처음 본 내가 한 말은 “미친 거 아니야?”였다. 원빈 같은 정석 미남은 별로라고 생각해오던 내 뒤통수를 난데없이 가격하는 묵직한 한 방이었다. 단번에 K.O. 그의 얼굴만으로도 영화는 완벽하다 말할 수 있을 정도였고, 실제로도 그의 역할은 영화의 중심을 잡고 있었다.

 

하루히코(오다기리 죠)는 사우리에게 그녀의 아버지 히미코가 암에 걸려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 전한다. 사오리는 유산을 받기 위해 그가 제안한 대로 게이 실버타운인 ‘메종 드 히미코’에 매주 한 번씩 들려 일을 돕기로 한다. 하루히코는 히미코를 사랑하는 게이 청년이자 히미코를 이어 ‘메종 드 히미코’를 지켜나갈 인물이다.

  

각각의 이유로 ‘메종 드 히미코’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과 사오리는 점차 가까워져 가고 완전히 연락을 끊은 줄 알았던 히미코가 어머니와 만났다는 사실과 자신에게 입을 맞춰오는 하루히코의 행동에 혼란스러워한다. 병상에 누운 히미코와 하는 마지막 대화에서 사오리는 그에게 당신을 절대 용서할 수 없을 거라 말하고, 히미코는 그런 사오리에게 그녀를 참 좋아한다고 말한다. 아마도 그 말은 사오리가 평생토록 아버지에게 듣고 싶어 했던 말일 것이다.

 

용서하지 않음은 상처받은 자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복수라고 생각했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어머니를 증오했다. 미움이라는 건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생겨나기도 한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 엄마로부터 미안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인생 처음 들어보는 말이자 단 한마디였다,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 나는 내가 증오하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 <메종 드 히미코>에도 사실 모든 곳에 사랑이 있었다.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사랑, 사랑하는 마음을 부정하는 자의 사랑, 사랑하고 싶지만 사랑할 수 없는 자의 사랑, 가족을 향한 사랑, 어쩌면 인간의 모든 감정은 사랑에서 비롯되지 않을까 싶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사랑한다의 반대말은 미워한다가 아니라 버린다’라고.

 

 

 

너무 늦지는 않았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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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때부터 듣던 말이 있다. “20살이 되면 독립해라.” 물론 아직도 쫓겨나지 않고 잘 빌붙어 살고 있지만 이제 슬슬 집을 떠나야 하는 시기가 오고 있지 않나 싶다. 언니가 이 집을 떠나면 곧 내 차례가 오겠지만, 되도록이면 언니가 이 집을 늦게 떠나기를 바라고 있다. 가능한 오래 현재의 구성원을 가족이라 부르며 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아직 나는 작고 어리고 알을 깨지 못했다. 깃털이 채 마르지 않은 새에게 하늘을 날으라는 말은 죽으라는 얘기와 다를 게 없다만, 삶이라는 것은 가끔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벼랑 끝에서 밀어버릴 때가 있다. 내게 그 ‘때’가 왔다. 한차례 추락할 때가, 절박한 날갯짓을 시도해 봐야 할 때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지만 아빠가 암에 걸렸다. 불과 며칠 전 일이었다. 묘하게 낯선 감각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차마 입을 열지는 못했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별 느낌은 없었다. 갑상선암이었다. 세 종류가 있다는데 가장 흔하게 발병되는 게 첫 번째 종이고, 발병하면 6개월을 넘기지 못하는 게 세 번째 종이었다. 아빠는 그 중간인 두 번째 종류였다.

 

<도쿄 타워> 속 보쿠(오다기리 죠)의 엄마 오칸(키키 키린) 역시 갑상선암에 걸린다. 그전까지만 해도 엄마 오칸이 보내주던 돈을 낭비하며 살던 보쿠는 오칸의 암 수술 이후로 정신을 차리고 일을 하기 시작한다. 수중엔 한 푼도 없이 빚만 쌓여 있던 그는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일러스트레이터로 자리를 잡는다. 보쿠는 오칸과 도쿄에서 함께 살 계획을 하고, 오칸은 평생 하던 일을 그만두고 올라와 아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려 한다. 하지만 오칸의 암이 재발하게 되고 그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인생이라는 건 참 유치하고 치사하기 짝이 없다. 정신을 차리고 나며 이미 파도는 휩쓸고 가고, 몇 걸음 나아갔다 생각한 내 생각이 무색하게 다시금 제자리이다. 멀리 차 안에서 도쿄타워를 바라보던 그들(보쿠, 오칸, 미즈에)은 결국 함께 도쿄타워 전망대에 오르지 못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지만 보쿠는 그녀 옆에서 일을 해야만 했다. 물론 그건 오칸이 바라던 것이었지만 말이다.

 

부모와 자식간 사랑은 그 어떤 첫사랑보다 어렵다. 그건 아마도 타이밍이 맞지 않기 때문일 거다. 그들이 젊을 땐 부모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사랑을 깨달을 때가 오면 부모는 이미 늙고 지쳐있기 마련이다. 이 영화가 좋은 이유는 완벽한 오답을 보여주고 있어서이다. 완벽한 오답 속에는 늘 해답이 있다. 영화 <도쿄 타워>에는 기회가 있을 때, 너무 늦지 않게 깨닫기를 바란다는 그 마음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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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눈이 마주친다면, 눈이 멀어버리거나 눈을 감아버리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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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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