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추워지는 겨울, 책에게 패딩을 선물하세요 - 코코의 하루 북파우치

글 입력 2021.11.2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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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꾸미는 일에 큰 관심이 없는 내가 유일하게 커버를 씌우고 보온을 챙기는 것은 오로지 비싼 것들뿐이다. 노트북, 아이패드, 그리고 휴대폰. 바빠지는 나날을 담는 다이어리는 휘날리는 시간을 헤쳐가느라 커버도 없이 달랑거리고, 온갖 필기구는 주머니 많은 가방 속 어딘가에 꽂혀 있다.


모순적이게도 아무렇게나 처박힌 물건들이 더 손때가 많이 묻어 있다. 스케줄러 시스템이 아무리 잘 되어 있어도 꿋꿋이 종이에 내 시간을 적고, 닳지 않는 전자 펜 대신 진짜 펜의 필기감을 느낀다. 매끈한 표면보다 살짝 거친 종이의 요철이 좋다. 그래서 나는 무수한 전자기기를 두고도 종이 책을 읽는다.


종이는 닳고 흑심은 옅어지지만 그조차 낭만이 있는 종이 책은 내 눈에게도, 정신에게도 편안함을 준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너의 세상은 사각형의 화면 너머가 아니라 여기에 있다고, 더 많은 세상을 보고 싶다면 네가 직접 넘기라고 말하는 듯하다. 빳빳한 현실감이 내 육체를 꽉 붙들고 더 머나먼 세상으로 데려다준다. 자, 잠시 놀고 와. 하고 속삭이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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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소중한 것들에게 무심했던 내가 그들에게 처음으로 주는 선물이다. ‘코코의 하루’는 기꺼이 소중함을 담는다. 실밥 하나 튀어나올 새 없는 촘촘한 마감 처리와 적당히 도톰한 안감이 내가 신경 쓰지 않았던 지난날들을 대신 사과하듯 책을 안아준다. 기분 좋은 색 조합은 종이 위 붓 터치를 닮은 자연스러움을 내보인다. 덕분에 들고 다니는 나는 행복해지고, 아마 그 속에 들어 있는 책도 어깨를 으쓱할 것이다.


지퍼에 익숙해진 내게 단추는 향수 그 자체다. 어렸을 적, 특별해 보이는 걸 좋아했던 나는 지퍼를 싫어했다. 비슷한 이유로 운동화 끈도 싫어했다. 지퍼보다는 단추를, 운동화 끈보다는 찍찍이를 좋아했다. 똑딱-하고, 찍-하는 소리가 나의 특별함을 알리는 것 같아 그랬을까. 무디고 무뎌져 가장 무난하고 편한 걸 찾는 지금에서는 다 잊었던 취향이었다. 파우치의 단추가 똑-하고 열리고 딱-하고 닫힐 때, 이제는 나의 특별함보다 책의 특별함을 떠올린다.


너덜해진 내 다이어리, 아무렇게나 던져진 필기구, 겨우 제 모습을 유지 중인 여러 책들을 다시금 살핀다. 나 하나만이 가진 물건들은 아니지만 나의 시간이 묻어 유일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물건들에 묻은 나의 지문은 그들이 언제나 내 책상 앞을 지켜준 덕에 찍힌 도장들이다. 이보다 더 특별한 것이 있을까.

 

새것이어야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제 가치보다 못한 대접을 받았음에 미안함을 느낀다. 다이어리에 반창고처럼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고, 필기구들을 모아 다시 필통을 들고 다니려 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소중한 책들에게는 추운 겨울을 위한 옷을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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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북 파우치를 만들기 시작한 코코의 하루는 다양한 사이즈와 콘셉트로 책을 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애정을 듬뿍 머금고 만든 것들에 정성이 담기지 않을 리 없고, 그 마음은 낯선 사람에게도 보이기 마련이다. 알록달록한 패턴이 그려진 겉면은 별다른 꾸밈없이 자체로 멋을 부린 듯 보이고, 사람의 아우터처럼 폭신한 안감을 덧댄 안쪽은 험하게 다루는 나로부터 책을 보호해 줄 것 같다.



매체의 홍수 속에서도 책만이 공고히 지켜온 가치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삶에 있어 그 가치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것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누군가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코코의 하루는 책의 비효율성을 사랑하고, 느림의 미학을 이야기하는 사업체로 남고 싶습니다.

 


책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했다. 형태는 많이 달라졌지만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종이책으로 회귀하게 된다. 한 장 한 장 넘겨질 때의 소리, 질감, 냄새는 납작해진 디지털의 편리함으로 채울 수 없는 매력이다. 독서의 중요성이 흐려지고 종이책의 존재감은 더욱 희미해지는 지금, 남은 우리는 책을 더 아껴줄 필요가 있다.


비록 책을 대신할 수많은 매체들이 등장하고 있어도, 책은 영원히 우리 옆을 지킬 것이다. 그들이 꿋꿋하게 버텨낼  시간들이 춥지 않도록, 버티기 어려울 시린 외로움 속 작은 성냥불이 될 수 있길 바라며 코코의 하루와 함께 따뜻한 패딩을 선물해 보자.

 

 

[오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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