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화를 업(業)으로, 예술은 취미로 (9)

담당자의 책임, 1인 1사업
글 입력 2021.11.24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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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업(業)으로, 예술은 취미로 (9) 

담당자의 책임, 1인 1사업


 

문업예취.jpg

 

 

 

오늘은 무엇 때문에 야근을 하는가


 

오늘은 붐뱁 힙합이 당기는 날이다. 사업과 관련한 문의가 빗발치고, 수없이 쏟아지는 전화로 낮에 일을 하지 못한 날에는 퇴근시간 6시는 순식간에 다가오지만, 야근도 함께 따라온다. 쿵쿵 거리는 비트 소리를 들으며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남은 일을 처리하는 건 생각보다 그렇게 암울한 일만은 아니다.

 

그 이유는 오늘 다룰 이야기와 관련되어 있다. 내 사업이니 당연히 내가 아끼고 챙겨야 하기 때문에 야근을 "선택"했기 때문이다(진심이다). 사랑과 책임감, 후회를 모두 안겨줄 수 있는 오늘은 기관의 1인 1사업에 대해 다뤄보려 한다.

 

 

 

작고 소중한 내 사업, 담당자의 책임과 무게감



이곳에 와서 보니 솔메이트, 여자 친구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 존재가 있었다. 처음에는 너무 어색하지만 알아가고 싶은 생각이 앞서고, 도중에는 다툴 일이 생겨서 밤잠을 못 이루기도 한다. 지속적으로 계속 관심을 갖고 노력하지 않으면 화를 내거나 떠나가기도 한다. 그건 바로 내가 맡은 내 사업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나 떠나보낼 때가 되면 아쉽고 후회와 미련이 남는다. 문화행정가들은 그렇게 자신의 사업과 애증의 관계로 지내게 된다.


흔히들 이곳에서는 1인 1사업이라고 말을 한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는 못했고 처음부터 온전히 하나의 사업을 받지도 못했다. 처음엔 하나의 보조로 일하기도 하고,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과 그 모든 것보다는 일 자체에, 그리고 조직에 적응하는 것에 훨씬 더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기회일지 위기일지 모를 날이 찾아왔다. 공석이 생겨 하나의 사업을 맡아야 하는 것. 가슴이 뛰기도 하고 빨리 내 사업을 알아가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부풀어 오른 기대감도 잠시, 하나의 사업을 맡는 건 AtoZ를 모두 챙겨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연초엔 정해진 예산으로 계획을 세우고, 적절한 시기에 사업을 실행해야 하고, 실행한 사업이 잘 진행되는지 관리도 해야 한다. 그리고 요청사항과 문의가 들어오면 성실하게 대응해야 하고, 혹시나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면 홍보도 빼놓을 수 없다. 사업이 끝나갈 즈음에는, 성과 정리와 정산을 위해 또 엄청난 서류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또 내년이 와서 계획을 세우고.. 살아가는 게 그렇듯 계속해서 반복이다.


위처럼 1인 1사업이 어떤 의미냐하면, 본인이 이 세상에서 이 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봐 줄 유일무이한 담당자가 된다는 뜻이다. 나와 가장 가까운 존재임과 동시에, 수없이 괴롭히기도 하면서 동시에 엄청난 뿌듯함과 성취감을 주기도 한다. 힘들고 나를 괴롭게 해도 이 사업에 온전히 관심을 쏟고 노력할 '사업 담당자'는 나 하나뿐이므로, 무엇을 하든 나의 선택이고, 나의 역량에 달려있다.


그렇기에 1인 1사업에서 오는 담당자의 책임감과 무게감은 견뎌내야 할 필연적인 운명이자, 늘 함께하는  존재이다. 그것들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일 수도, 아니면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게 되는 계기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물론 일로써 존재하는 것들을 좋아하기란 쉽지 않지만, 끊임없이 생각하고, 신경 쓰고, 도전하고, 노력하다 보면 그 책임과 무게감이 싫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야심한 밤에 뜬 별을 보고 오늘 한 일들을 생각하고 있노라면 왠지 모를 후련함과 뿌듯함이 마음을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좋은 방식일까?


 

물론 이 방식이 가장 좋은 방식인지, 그리고 앞으로는 개선될 여지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분명 한 명이 사업을 맡는 건, 문제가 없을 때에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임은 분명하다, 문제가 없을 때에는.


* 가령, 담당자가 갑자기 퇴사를 한다거나, 민원이나 다른 문제로 담당자가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거나, 도저히 1명이 처리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나지 않는다거나, 심지어는 N개의 사업에다가 시설, 비품, 여타 보고자료까지 맡아 도저히 하나에 집중할 상황이 아니라거나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장담컨대, 위 서술한 것들은 거의, 아니 글자 그래도 모든 기관에 실제로 존재한다. 사업에 갈려나갈 수많은 기관 담당자들의 서러운 하소연이 귀에 들리는 듯하다.


또한, 조직을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모두가 각개전투를 하고 있고 그것들을 위에서 올려다본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같은 팀이라 하더라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세세하게 알기는 쉽지 않다.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들여 주의 깊게 보아야 한다. 그러나 앞서 얘기한 책임과 무게감으로 인해 본인이 맡은 사업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사업까지 신경 쓰는 것은 솔직히 무리다.


지금 말한 두 가지 외에도 다른 이유도 많겠지만, 오랫동안 뿌리내린 이 제도에 많은 사람들은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1사업이라고? N사업이 아닌 게 어디야!"라고 말할 수도 있고, 조금 더 유기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도 있다. 오히려 중요한 지점은 방식이 변화하는 것보다는 바꿀 수 있는 환경과 조직문화를 기관들이 만들어가고 있는지, 그리고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문화예술 전문기관이 등장했고, 이제 그 역사는 20년 차로 접어들었다. 지역문화재단과 문체부 산하의 다양한 기관들은 오늘도 각자의 영역에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 현재도 지자체에서는 역할에 맞는 다양한 기관들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인력들이 문화예술 공공기관에 투입되고 인력들이 순환될 것이고, 꽤 거대한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다만 아쉽게도, 구직 플랫폼이나 회사 후기를 보면 1인1(N)사업으로 대표되는 공공기관의 조직문화는 이곳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에게 그다지 큰 메리트로 작용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일전에 '행정'에 대해서도 썼듯, 공공기관과 행정시스템의 경직성은 필수 불가결하다. 다만 문화예술 기관의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은 다른 곳들보다 특별해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문화와 예술의 유연함, 자유로운 표현 등 국가 행정이 미처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곳에서 문화예술 기관만의 조직문화와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담당자의 책임감과 무게감이 스트레스가 아닌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느껴질 수 있도록, 직원 모두가 일하고 싶어 하는 곳이 되기 위해서는 1인1사업도 좋고 N사업도 좋지만 유연하게 변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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