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 선 넘으면 침범이야 beep - 함께라서 [도서]

글 입력 2021.11.2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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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철저히 Z세대인

필자의 입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함께라서-평면표지.jpg

 

 

내 인생 첫 회사는 매우 보수적인 편이었다. 책에 나온 X세대가 바라는 모든 것을 다 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무조건 팀끼리 식사, 회식 메뉴는 최상급자 아니면 막내(이때는 최상급자의 취향을 200% 반영하고, 거기에 1%의 센스까지 겸비해야 한다)가 정하고, 2주에 한 번은 팀별로 대표님과 함께하는 점심 식사는 필수였다.


내가 이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택했던 방법은 '젊은 꼰대' 되기였다. 어느 정도 X세대(임원진)의 요구를 수용하고, 그들이 그 요구를 당연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이해하려 했다. 온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어!’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웃지 못하는.

마음으론 이해하지만, 머리로는 당최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상태였다. 모든 상황에 초연해지려고 노력하다 보니 차츰 그 환경에 순응하게 되었다. OO아! 라고 부르다가 심기가 불편하면 OO씨. 라고 부르며 나를 겁나게 만들던 팀장님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상태로 친구들과 만나 회사 얘기를 하다 보면 입을 다물 수 없는 상황들에 적응한 나를 보고 ‘젊은 꼰대’라고 불렀다.


하지만 인턴으로 출근했던 두 번째 회사에서 X와 나눈 대화 덕에 내 젊은 꼰대력은 와장창 깨졌다.


 

X: OO씨는 남자친구 있어?

Z: 네? 애인은 없어요.

X: 대체 왜? 왜 없지? 왜?

Z: ....

X: 그럼 연애 휴식기는 얼마나 되어가?

Z: ... (아니 이런 질문을 대체 왜 하시지?)

Y 선배들의 중재로 상황 마무리

 


팀 별 점심식사, Z세대에게 바라는 참신하고 적극적인 창의성, 잦은 회식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고, 이는 회사라는 공동체가 하나로 이어지기 위해 필요한 장치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회사 내에서 일어나는 사적 호기심은 선을 넘은 '침범'이었다. 애인이 있는지(꼭 ‘남자’친구가 있느냐고 물어 온다), 애인과 몇 년 사귀었는지, 이번 주말엔 무엇을 했는지, 부모님이 무슨 일을 하시는지, SNS 메신저 프로필에 올라온 사진은 누가 찍어줬는지. 이것들이 업무와 무슨 상관이고, 이것들이 회사라는 공동체가 하나의 목표로 달려가기 위해 왜 필요한 것인가?

 

X세대를 나름 잘 이해하고 잘 어우러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인데 이 대화를 기점으로 그들과 나 사이에는 물음표 백 만개가 채워졌다. 그렇게 평생 늘어진 물음표들 너머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말과 행동들이 이 책을 읽으며 아주 조금씩 납득이 됐다. 그건 X세대 나름의 관심 표현이었다.

 

 


관심 표현? 그렇다면 선을 넘지 말아 주세요. 제발!


 

 

p.007 당사자들은 사실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고,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고 있었다.

 

p.021 즉 신뢰는 서로 편안한 심리적, 신체적 안정감 속에 서로를 믿고 의지함을 의미한다.

 

 

p.184 X의 속마음 中

… 한 회사의 가족이라 생각해서 남자친구 만들라고 조언도 해주는 것이다.

… 주말 이야기가 아니라도 아무거나 이야기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단순히 친해지고 싶어서다.

 


그 당시를 떠올려 보면 일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힘든 점이 하나도 없었다. 임원진이 기대하던 신입의 당돌한 창의성에 부응하고자 매 순간 머리를 쥐어짰던 아이디어 회의는 오히려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회사 생활에서 가장 불편했던 것은 내가 원치 않는 소통을 자꾸만 이어나가야 했다는 점이다. 직장 동료는 아무리 해도 가족이 될 수 없다. 명절에 친척에게 듣는 온갖 간섭과 잔소리도 지긋지긋한데 날마다 얼굴을 마주하는, 더군다나 상·하급자 사이에 사적인 호기심과 간섭은 더욱 불쾌할 수밖에 없다.


X세대에게는 관심의 표현이자, 애정 어린 시선이었다는 책의 내용을 읽고 처음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X세대에게 근무 외적인 일상과 우리의 삶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당연한 관심 표현이었다는 걸 알고 나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들에게는 개인에 대한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는 요즘의 변화가 갑작스러웠을 것이다. 인간관계 방식에 갑자기 하나의 선이 그어진 느낌이었을까? 이들에게도 소통의 벽에 대한 많은 갈등이 있었을 것이다. 그 벽을 깨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X도 분명 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나를 존중하기 위해 노력해주는 X가 존재했다. 그분들을 볼 때면 작은 경외심이 생겨나고, 그 존중과 이해가 너무도 감사했다. 하지만 이 작고 연약한 X의 노력도 잠시. 다른 X들이 다가와 물거품으로 만들고 말 때의 기분이란.


드라마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멘트가 있다. ‘공사 구분 확실히 해’

 

왜 이 말이 우리 팀장님과 차장님과 부장님과 대표님에겐 닿지 않는 걸까. 공적인 사이에서도 할 수 있는 관심 표현은 충분히 있다. 그 관심이 사적 영역으로 넘어오는 순간, 상급자의 단순 관심은 하급자에겐 공격으로 다가온다. 서로 편안한 상태에서 서로를 믿기 위해서는 사람 그 자체만을 보고 판단해야만 가능하다. 이 사람을 둘러싼 사적인 환경 따위는 판단의 오류를 만들어 내고, 더 나아가 한 개인을 오락거리로 전락시키고 만다.

 

 


존중과 존경, 쌍방향으로 이루어지길


 

물론 회사가 편한 공간이 되고, 그 안에서 XYZ 세대가 하나 되기 위해서는 Z세대의 X세대, Y세대에 대한 존중과 존경이 바탕에 깔려야 한다. 이 사실은 분명하다. 또 어렵지만 투쟁하는 저항의 팔로워십을 지니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기존 질서를 깨고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선보여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은 Z세대를 향한 이해와 존중이 뒷받침되어야만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XYZ 세대의 교집합을 만드는 프로젝트라니.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는 있지만 삶을 바라보는 관점도 경험도 너무나 다른 우리 사이에 교집합을 만들 수 있는 방법. 그것은 쌍방향적인 이해와 존중이지 않을까? 기존 책들과는 달리 X세대와 Y, Z세대의 엇갈린 시선과 서로의 속마음, 그 배경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함께라서’. Y, Z 세대의 이야기를 읽을 때면 나도 모르게 과몰입을 해서 책 속의 이들과 같이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었다. 특히 X세대라면 MZ세대를 대변하는 듯한 이 책의 내용을 꼭 읽어보기를 적극 권장한다.

 

 

[정다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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