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평화로운 마을에서 일어난 범죄 - 마이 선샤인 어웨이

사랑은 어떻게 사람을 구원하며, 기억은 어떻게 인생을 구원하는가
글 입력 2021.11.2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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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선샤인 어웨이>는 한 소년의 인생기를 담은 M. O. 월시의 장편소설이다. 현재는 성인이지만 1989년을 주 배경으로 과거 회상을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 첫사랑을 핵심으로 번져나가는 과거의 기억들을 펼쳐낸다. 달콤하고 핑크빛으로 물든, 예쁜 사랑에 대한 내용은 아니다.

 

소년의 첫사랑에게 일어났던 끔찍한 사건에 대해 무지하고 단순했던 입방정으로 이 소년이 어린 시절 감당해야 했던 무거운 짐들이 휘몰아치는 소용돌이를 보여준다. 또한 자신의 경험에 대한 실수를 개선해 나가면서 독자들 만큼은 앞으로 인생에 있을 무언가 기다리고 있는 사건에 대해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조금은 더 성숙할 수 있도록 도움을 향하는 성장기물이다.

 

때는 1989년,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의 한여름 속의 배경으로 들어간다. 배턴루지는 중산층이 모여 사는 곳으로 언제나 안전했고 고요한 동네였다.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한낮에는 아이들이 뛰어다녔으나 다른 한쪽에선 소년의 첫사랑 린디라는 소녀가 성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린디는 남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육상부의 스타였다. 그러한 이 소녀의 사건으로 동네에서 4명의 남성들이 강간이라는 무시무시한 사건의 용의선상에 오르게 된다. 린디를 짝사랑한 소년과 구순열 흔적이 있으며 학교에서 문제를 많이 일으키던 보 컨, 고아들을 위탁아동으로 데리고 왔으며 또 어디론가 보내는 정신과 의사 랜드리, 랜드리의 위탁아동이었던 제이슨까지 포함된다.

   

강간이라는 단어 안에 어떤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지 무지했던 소년은 린디의 사건을 의도치 않았지만 학교에 소문을 낸 주인공이 되고 만다. 이 소년의 행동으로 린디의 성폭행 사실의 소문이 퍼지자 린디는 한없이 추락하는 기분으로 상태가 좋지 않은 쪽으로 변질되며 어두운 그림자가 그녀에게 기본값으로 착장되었다. 학교에서 주변 친구들에게 헤픈 여자애로 낙인찍혔기 때문이었다.

 

그 후 주인공과 린디의 사이는 급격히 멀어진다. 이 시기에 겹쳐 소년은 부모님의 이혼과 누나의 죽음도 함께 맞닥뜨린다. 꽤나 복잡하고 어지러운 사춘기 시절을 겪으며 자신의 무지한 행동으로 상대가 피해를 받은 실수를 여러 번 되뇌고 이를 만회하고자 범인을 잡기 위해 온 에너지를 쏟는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간과하고 자신의 행동으로 린디의 모습이 다시 돌아오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안으며 그녀와의 미래까지 생각한다. 밝아진 린디의 모습, 그 후 나와 연애를 할 모습, 또 더 나아가 함께 살고 있을 우리의 모습까지 상상한다.

 

하지만 현실과 상상의 괴리는 좁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소년이 상상한 모든 모습은 자신의 욕심이 가지고 온 이기심이라고 느끼게 되며 린디가 겪었던 상처가 얼마나 깊게 파였는지 알게 된다. 린디를 사랑했기에 끝까지 외면하지 않고 범인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모든 순간들이 결국 자신이 과거에 범했던 실수를 만회하는 것이 포함된 어리석은 사랑이었으며 이기심이 비롯된 폭력임을 깨닫는다.

 

이 소설은 소년의 첫사랑 린디가 겪은 크나큰 고통을 짝사랑하는 소년의 눈으로 따라가고 그 외에 가족관계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연들을 통해 소년은 한츰 성숙해지며 삶에 대해 통찰을 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소년은 타인의 고통을 가벼운 도구화로 생각하며 성장통에 짧고 옅은 이용을 한 것은 결코 아니다.

 

소년이 그녀에게 가한 실수로 상대는 한 번의 나락에서 더 큰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드는 장본인 이었다. 그 후 죄책감에 시달려 과거의 행복하고 잔잔했던 때로 시간을 돌리기 위하는 노력을 하며 린디를 위해 애썼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은 사랑하는 린디를 위하는 것일지라도 어떤 쓰디쓴 고통은 결국 상처를 받은 당사자 본인의 몫임을 깨달았다. 결국 잘못을 책임지기 위한 마음이 준비되어 있어도 절대로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한 모든 시도는 해답이 나올 수 없는 공식이 진실로 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못을 책임감 없이 회피하지 않고 무용한 것도 다시 돌아보며 돌이키고자 하는 시도는 그 누구도 주인공에게 혀를 차는 소리조차 낼 수 없다. 과거의 기억을 잊지 않고 직시한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며 남겨진 인생에 대해 어떤 일을 맞닥뜨리든 간에 비겁한 해명 아닌 해명으로 살지 않겠다는 다짐이 들어있다.

   

 

근처에 선한 이웃과 사랑이 있는데도 진실이 자꾸만 무참해지는 것은 당연하고도 본래적인 삶의 원리일 뿐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삶이 결코 단순하지 않은 덕분에 우리는 이 이야기가 비극으로만 끝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함부로 긍정할 수도 철저히 외면할 수도 없는 한 소년의 사랑과 기억이 우리의 그림자를 닮은 것은 우연이라 할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 박서련 소설가

 

 

삶은 내가 써 내려간 장황한 상상 그대로 상황이 연결되지 않는다. 이 진실에 아니라고. 바뀔 수 있다고 으레 고집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세상을 바라보는 잘못된 선입견일 수 있다. 그래서 소년에게 바뀌지 않는 진실은 미성숙했던 '나'를 어떤 방향으로든 변화시키게 만들었던 성장통이 될 수 있었으며 간곡한 진심은 '너'에게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왜곡되어 전달이 되었던 것이다.

 

'너'에게 상처 따위 줄 수 없다고 생각한 내 사랑이 그 짧은 시간의 단위 안에 제대로 박혀 나올 수가 없었다. 사랑을 밖으로 보여줄 수 있는 크기로 자랐음에도 그 단위 안에 꼭 박혀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왜곡된 모양으로 '너'에게 전달되고 말았다. 소설의 내면에서 말하고 있듯, 논리적인 설명으로 나타낼 수 없는 삶의 원리란 이유를 붙일 수 없는 그냥 그런 것이 이치라고 말해준다.

 

그래서 '나'의 어리석은 행동을 통찰하고 사유하는 건 의심의 여지없이 돌이켜 보되, 도의적인 경계선을 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내 사랑이 진실이었다면 절대로 의심하지 않았으면 한다. 삶의 가치들은 너무나도 복잡하지만 그중 사랑은 더더욱 정의 내릴 수 없는 복잡함과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한 번 의심이 시작되면, 조금은 단순해져도 되는 사랑과 삶에 거리를 두기 위해 힘이 빠질 수 있다.

 

<마이 선샤인 어웨이>는 자아가 생성되기 전 예기치 못하게 발생한 사건에 대한 소년의 날카로운 성찰은 독자들에게 책임감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며, 우리는 관계 속에서 책임을 잘 맺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을 할 수 있도록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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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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