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은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가? [사람]

내가 꿈꾸는 작은 세상
글 입력 2021.11.1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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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당신은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가"란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다. 워드 한 페이지도 되지 않을 짧은 분량의 글이었지만, 당시 수강 중이던 수업 과제로 제출해야만 했고, 그 덕에 한 번도 떠올려 본 적 없었던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아주 솔직히 말하면 해당 과제는 꽤나 골치 아픈 문제였다. 인생을 살면서 어느 누가, 물론 있기야 하겠지만, 자의적으로 자신이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깊은 인식을 갖고 살아가겠는가. 이 당시까지만 해도 내가 갖고 있던 생각은 '세계 평화'가 전부였고, 이마저도 '될 리가 있나. 이 세상 유명인과 정치인들이 다 사라져버리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지'같은 비관적인 생각이 내재된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이러한 생각이 점차 꼬리를 물었고, 종내엔 어쩌면 내가 만들고 싶은 세상이란 내가 지적하고 있는 부분들이 개선된, 세계 평화가 실로 실행 가능한 세상이 아닐까? 하는 결말에 다다랐다. 밑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 섞인 내가 만들고 싶은 세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

 

 

당신은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가?

 

먼 미래,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인류는 광활한 우주 어딘가 필연적으로 존재할 어떠한 본질의 형체를 찾아 헤맬 것입니다. 우리는 총칭적으로 ‘외계인’으로 불리는 이 존재가 우리와는 다른 형태를 띠고 있을 것임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초록색, 파란색, 빨간색, 검은색, 어쩌면 아무 색도 갖지 않을 수 있고, 눈이 세 개이거나 아주 작고 크거나, 인간과 유사한 형태일 수도 아니면 그저 나무의 모양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마주하기 전까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은 결코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과 그것의 존재에 대한 의문뿐일 것입니다.

 

새로운 생명체를 찾는 우주선이 발사된 후 지구에 남겨진 사람들은 존재의 부정과 인정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불안감들이 만들어내는 열기에 그들의 두 발을 멈추지 않고 움직이며 춤출 것입니다. 인간들은 여태껏 그래왔던 것과 같이 새로운 존재를 정의하고, 양편을 갈라 자신들의 우월성을 증명하고, 그로 인해 생겨나는 부와 노동, 계층, 사회 집단과 이와 관련된 모든 관계를 축적할 것입니다.

 

우리가 외계인(‘인’이라는 글자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이라는 생명체를 발견하여 지구로 데려온다면 말이죠. 하지만 그것이 존재한다는 그 가정만으로도 변화의 씨앗이 존재한다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수많은 이방인, 외계인, 새로운 생명체, 나와 다른 또 다른 생명체와 지구를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모든 이들을 분류하고 편을 나누어 우위를 정하며, 그로부터 얻어진 부와 권력에서 말미암는 지적 자유는 차별되고 정당하지 못한 방식으로 분배되고 있습니다. ‘나’자신을 포함해서 말이죠.

 

만약 정말로 외계인이 이 지구상에 실존하게 되고 눈으로 볼 수 있게 되고, 그 존재성이 입증된다면 그 순간은 판타지일 것입니다. 그리고 한순간 전부 현실로 뒤바뀌게 됩니다. 그 현실이라는 것은 앞서 말했듯이 양편을 갈라 한 편이 다른 편을 이기는 모든 경우를 얘기합니다. 하지만 과연 지구 외부에서 온 이방인을 어떠한 성으로 나눌 수 있겠습니까. 새로운 성은 차별되지 않고 존중받을 것입니다. 적어도 그 성만큼은 열등성을 따져 우월성을 입증하려 노력하지 않아야 하고 그 과정은 현재 존재하는 지구인에게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산주의를, 사회주의를, 그 어떤 정치적 성향을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부정함은 비판받고 정의를 향해 투쟁하며, 한 쪽이 다른 한쪽을 이기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광활한 우주에 존재하는 작은 지구의 작은 지구인들이 모든 것을 두 가지 갈래로 나누지 않고 사물을 그 자체로 보게 된다면 세상은 더욱 명확하고 명료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이자 수십억 개의 성들로 가득한 행성이 그 얼마나 아름답고 찬란할지를 상상하며, 현존하는 이 세상이 조금씩 변해가기를 희망합니다.

 

외계인이건 지구인이건 나무이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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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은 당시 읽고 있던 책 "버지니아 울프 / 자기만의 방"에 많은 영향을 받았음이 분명하다. 처음으로 읽은 페미니즘 소설이기도 했지만, 사실 책을 사서 읽기 전까지 페미니즘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소설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끊기지 않는 긴 문장을 처음 접하며 같은 부분을 몇 번이나 되돌아 읽었는지 모른다. 문장에 감명을 받아서가 아니라 이해할 수가 없어서였다.

 

책을 반절 정도 읽기까지 반년이 걸렸다. 학기 중이었다는 핑계를 대고 싶지만, 책 초반 아주 오래전에 번역한듯한 문체와 쉼표나 마침표 없이 대여섯 줄로 이루어진 복잡한 단어 나열식의 문장구조는 내가 종종 책을 덮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위 주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며 다시금 이 책을 꺼내들었을 때, 그제서야 난 이 책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가 말하는 모든 문장은 완벽했고, 편지 형식으로 쓰인 세 번째 챕터를 읽을 땐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그녀가 드는 예시, 인용문과 책들은 그녀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충분한 근거가 되었고 책을 읽는 모두를 납득시킬 수 있는 탄탄한 내구성을 마련하였다. 그로부터 결말로 이어지는 모든 이야기들에서 그녀는 논리적으로 문제를 짚어주고 그 해결 방법까지 제시하며 길고 긴 편지를 마무리한다.

 

현재까지도 완벽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먼 과거에서부터 조명하고 해결하고자 했던 그녀의 노력에 깊은 존경을 담아서일까. 앞서 언급했듯 글에는 그가 언급했던 몇 문장들이 다른 표현 방식으로 담겨 있기도 하다.

 

*

 

지금 다시 [당신은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가?]를 주제로 글을 쓰라고 한다면 비슷한 내용과 문체가 나올까. 마감 기한이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부스터를 다시 맞지 않는 한 나오지 않을 듯싶다. 지금의 내가 만들고 싶은 세상은 조금 더 작은 세상이다.

  

세상 모두가 자유로워져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삶을 원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모아 작은 마을을 구성해 같이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지금의 내가 그렇다는 거다. 세상은 빨리 돌아가고 그만큼 빨리 변하니 그에 맞춰 나의 사고방식도 이전과는 다르게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지금의 내가 꿈꾸는 세상 속 작은 세상에 관한 이야기는 또 다른 주제에서 길고 장황하게 풀어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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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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