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운동을 사랑하는 이유 [운동]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에서 비롯된다.
글 입력 2021.11.1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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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이 무너지는 걸 버티려고 하는 노력에서 코어와 잔근육들이 발전을 해나가는 거예요. 운동이라는 게 원래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한 후, 버텨내는 과정에서 근육이 발전하게 되는 겁니다.”

 

 

운동을 하다 순간 멈칫했다.

 

유튜브로 홈 트레이닝 영상을 틀어놓고선, 저 언니는 저렇게 가뿐하게 해내는데 나는 왜 이렇게 버거울까, 속으로 무거운 몸을 탓하며 열심히 동작을 따라 하던 와중이었다. 내 속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영상에서 흘러나온 말이 귀에 맴돌았다.

 

방금 전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코어가 좀 단단해진 것 같은데 따위의 실없는 생각을 하다가도 말 한마디에 갑자기 상념에 빠지는 스스로를 신기해하며,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 운동을 매일 하기 시작했더라, 되짚어 보는 나였다.

 

 

 

할 수 있는 게 달리기뿐이라


 

애초에 ‘운동’이라는 것에 완전히 매료된 계기는 달리기였다.

 

이런저런 생각이 끝도 없이 뻗쳐 나갈 때가 있다. 머리가 무거워지면 몸도 함께 무거워지는 법이라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이 거대하고도 막연한 생각들은 내 몸을 주춤거리게 만든다.

 

무작정 가벼운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한참을 달렸다. ‘조깅’이라고 칭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구색을 갖추지 않은 복장과 나의 어정쩡한 모양새로, 달리고 싶은 만큼 달렸고 멈추고 싶을 땐 잠시 멈추기도 했다. 정말 말 그대로 조깅도 아닌 그냥 ‘제멋대로 달리기’ 수준이었다.

 

어느새 붉게 달아 오른 얼굴에는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닦아내도 계속 흘러내려 시야를 가리는 땀방울을 대충 손으로 문지르며 털어냈다. 마치 별거 아니라는 듯이. 한참을 달리고 나니, 정말 별거 아니게 되었다. 머릿속을 부유하던 무거운 상념들이 그새 말라 증발해버린 땀줄기와 동등해졌달까.

 

이를테면, 현실에서는 성패와 득실을 계산하며 부딪혀버릴 한계의 장벽에 지레 겁먹고 머뭇거렸다면, 달리는 동안은 별거 아니라는 듯 공기를 휙휙 가르는 거침없는 내 두 다리와, 출발선과 도착지는 어디쯤인지 계산하지 않고 무작정 내달리는 나의 용기에 새로운 감응을 얻었다. 할 수 있는 게 달리기뿐이라 그냥 달렸을 뿐인데, 무거운 상념에 가벼운 조소를 날릴 정도로 이게 이토록 용기 있는 행위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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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버티며, 견디는


 

‘지구력’이라는 단어는 ‘오랫동안 버티며 견디는 힘.’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오랫동안, 버티며, 견디는'이 주는 중압감이 무색해질 정도로 포기하지 않는 힘에는 단순한 면이 있다.

 

어릴 적 ‘우리 딱 여기까지만 더 해볼까’라며 쉽게 단념을 선언하던 유아시절의 나를 어르고 달랬던 유치원 교육 방식이 성인이 된 지금도 통하는 것일까. 운동을 하는 동안 체력의 한계를 멋대로 종잡으며 동작을 멈추고 싶어지는 순간이 온다. 금세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은 포기를 외치고 싶게 만든다. 그러면 스스로를 어르고 달래어 본다. 저기까지만 달려보자, 딱 저기까지만 더 가보자. 신기하게도 이 주문은 '저기까지'를 더 먼 다음의 '저기까지'로 도달하게 한다.

 

어느새 그 지점에 가볍게 도달해 작은 성취감을 맛본 나는 헉헉거리며 가쁜 호흡을 정리하고는, 힘들어서 숨이 차는 건지 뿌듯함에 벅차오르는 건지 호흡의 근원을 가늠한다.

 

 

 

정신적 힘과 육체적 힘의 균형


 

달리기를 아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다. 나는 그의 자전적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라는 책을 아주 좋아한다. 그 책에서 달리기를 향한 하루키의 애정을 엿보며 아주 격한 공감의 표시로 열심히 책장을 넘겼던 기억이 난다.

 

그는 책상에 앉아 하루 종일 글을 쓰는 일은 건강한 체력을 필요로 하기에, 삼십 년 넘게 매일 한 시간 이상 달리기를 습관처럼 해오고 있다고 한다. 하루키의 건강한 자존감이 깃든 그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그의 오랜 습관인 달리기가 '육체만 튼튼하게 만든 것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사실 우리의 정신과 육체는 하나의 경계선으로 이분화되어 있지 않다. 건강한 정신이 건강한 육체를 만들고, 바로 잡힌 육체는 더욱 견고한 정신세계를 창조해낸다. 이 둘은 명백히 결련되어 있다. 운동은 한데 엮인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튼튼하게 만든다. 운동을 하며 한껏 땀을 빼고 나면, 흐렸던 시각이 미묘하게 선명해지는 걸 알 수 있다. 머리 아프게 괴롭혀 오던 문제들의 허점을 발견한다. 의외로 간단하네,라며 마치 숨어있던 출구를 찾아낸 기분이다.

 

오늘도 기어코 부지런을 떨며 운동화를 신고 나선 두 발은 가볍고 단단하다.

 

 

 

최유정.jpg

 

 

[최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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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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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이 너무 좋아요... 잘 읽었습니다
    • 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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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최유정
    • 2021.11.19 15: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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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읽어주시고 따뜻한 댓글 남겨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편안한 하루 되세요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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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동 짱
    • 정신건강에도 운동이 최곱니다. 운동은 신체도 마음도 건강하게 합니다.운동할때는 근심걱정 잡생각이 없어져요. 운동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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