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추다혜차지스,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톺아 보기 ③ [음악]

추다혜차지스가 특별한 이유
글 입력 2021.11.1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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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걸출한 네 명의 뮤지션들이 있다. 보컬은 씽씽밴드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추다혜가 맡았으며, 기타는 노선택과 소울소스의 원년 멤버인 이시문이 맡았다. 베이스의 김재호와 드럼의 김다빈은 밴드 까데호로 활동했다. 모두 한국 인디씬에 일말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들어봤음직한 굵직한 밴드다. 각자의 자리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추다혜차지스란 이름으로 함께 뭉친 이유는 딱 하나다.

 

바로 '무가의 부활'을 위해서.

 

*

 

비나수+

 

추다혜차지스는 인트로 격인 undo를 지나, <비나수+>에서 본격적으로 앨범을 시작한다. '무가'를 주제로 하는 앨범답게도 <비나수+>도 방울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이는 무당이 굿을 할 때 사용하는 무령을 연상시킨다.

 

가사 또한 주목할만하다. 추다혜 차지스는 무가에서 사설을 엮는 방식으로 가사를 전개해 나간다. 따라서, "서울하고도 특별시라 서대문구 연희동 로그 스튜디오로"나 "하연다년 경자년이옵고 달에나 월색은 3월달요. 날에나 성수 17일날에 이놀이 정성 다리랴고"는 무당이 청신 단계에서 굿을 열듯, 앨범이 제작된 곳과 일시를 밝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에야

 

<오늘날에야>는 3분이 채 안 되는 비교적 짧은 수록곡이지만 앨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선, 그것은 바로 전 트랙인 <비나수+>의 연장이자, 변용이다. 따라서, 둘을 비교하며 들어보면 더욱 흥미롭다.

 

지난 <평안도의 경우, 제주도의 경우, 황해도의 경우>에서 살펴봤듯 둘은 각각 '비나수' 장단과 '푸념 장단'과 관련이 있다. 두 장단의 가장 큰 차이는 전자의 경우 주로 무당의 독창으로 이루어지는 반면에 후자의 경우 무당이 메기면, 장구 재비가 받는 만수받이의 형태로 불린다는 것이다. 수록곡에도 이러한 특징이 반영되어 <비나수+>는 곡 전체를 추다혜가 이끌어 나간다면, <오늘날에야>의 경우 추다혜가 반 마디를 메기면, 타악기의 잔가락이 나머지 마디를 받는다.

 

또한, <오늘날에야>는 그것의 가사에서도 명시하고 있듯 평안도의 굿에서 제주도의 것으로 넘어가는 브릿지이기도 하다. <비나수+>는 차갑고 날카로운 느낌이지만, <사는새>의 경우는 천천하고 따뜻한 느낌이 드는데, <오늘날에야>는 가사를 <비나수+>에서 곡의 분위기는 <사는새>를 닮아서 둘을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었다.

 

 

'사는새'와 '리츄얼 댄스'

 

추다혜차지스는 <사는새>에서 부정을 씻는다.  무속에서 말하는 혼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육신혼이고, 다른 하나는 자유혼이다. 육신혼은 사람의 육체에 붙어있는 것으로 사람이 죽으면 따라 죽는다. 반대로 자유혼은 사람이 죽어도 스스로 살아남아 저승으로 간다. 이때, 이 자유혼은 아주 가벼워서 공기 중에 뜰 수 있어, 자연스럽게 하늘을 나는 동물인 새와 관련되게 된다. <사는새>의 영문명이 인 까닭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큰 신들을 모시는 굿판에서 잡귀들이 개입해선 안되는 법이다. 따라서, 추다혜차지스는 새들에게 쌀과 물을 주어 돌려보내고, 옥황상전, 지부서천대왕, 산신대왕, 할마님이 차례대로 모신다. 그리고 마침내 본격적인 춤판이 시작된다. 그 중심에는 타이틀곡 <리츄얼 댄스>가 있다.

 

모든 곡이 특별한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지만, 그 중에서도 <리츄얼 댄스>는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리츄얼 댄스>는 유네스코 인류 무형 문화 유산으로도 선정된 제주도의 무가 '서우젯소리'에 펑키한 힙합 리듬이 덧입혀져 만들어졌다.

 

추다혜차지스가 신들을 놀리는 소리를 듣다 보면, 기존의 서우젯소리는 사라지고, 어느새 몸을 까딱거리며 리듬을 타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교과서 속 민요에 맞춰 춤을 추게 되는 날이 오다니! 이색적이고 매력 있는 경험이다.

 

 

'에허리쑹거야'와 '차지S차지'

 

앨범은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추다혜차지스는 이것으로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속도를 높이고 질주하기 시작한다. <에허리쑹거야>와 <차지S차지>는 무가와 레게 사운드와의 결합이다.

 

특히, 보너스 트랙인 <복 Dub>을 제외한 마지막 트랙, <차지S차지>에서는 모셔온 신령들을 잘 돌려 보내고 굿판을 정리한다. 이때, 추다혜차지스는 자신들을 도와 굿판을 함께 해 준 모든 리스너들에게도 각자 몫의 굿과 복을 그리고 재수와 소망을 나누어 준다. 이러한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의 폭격 속에서 "젊든 늙든", "잘나든 못나든" 행복해지고야 만다.

 

*

 

글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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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산국악당의 크라운해태홀에서 12월 10일 금요일 그리고 12월 11일 토요일 양일간 추다혜의 <짓-사자의 언어> 라는 공연이 열린다. 혹시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찾아봐도 좋을 것 같다.

 

내 올해 목표에는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를 총정리하고 리뷰를 쓰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장장 3주에 걸쳐서 버킷리스트 하나를 해냈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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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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