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는 '떡볶이'의 민족입니다 [음식]

아무래도 한국인은 배달의 민족이 아니라 ‘떡볶이’의 민족이 아닐까
글 입력 2021.11.1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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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치킨집에서 떡볶이를 파는 세상에 살고 있다. 술집에 가도 안주로 떡볶이를 주고, 심지어는 핫도그집에서도 떡볶이를 먹을 수 있다. 떡볶이의 종류 또한 다양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분식집 떡볶이부터 즉석 떡볶이, 가래떡 떡볶이, 로제 떡볶이 등등 떡볶이 개발은 끝이 없다.

 

이에 따라 떡볶이의 가격 또한 예전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과거에는 분식집에서 1000원, 2000원 돈으로 사 먹던 떡볶이가 이제는 만원대를 훌쩍 넘는다. 거리에서 접하는 분식의 레벨에서 떡볶이는 우리의 한 끼 식사로 어엿이 자리 잡았다. 아무래도 한국인은 배달의 민족이 아니라 ‘떡볶이’의 민족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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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떡볶이를 사랑할까. 처음 떠올린 이유는 떡볶이라는 음식이 가지는 기본적인 특징이었다.

 

떡볶이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떡을 매콤하게 요리해 먹는 음식이다. 먼저 떡의 경우 한국에는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는 말처럼 떡이 들어가는 다양한 속담, 송편과 떡국 등 명절마다 먹는 떡이 존재한다. 이를 통해 한국인의 오랜 떡 사랑을 알 수 있다. 아마 떡은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에서 굉장히 오래된 디저트 중 하나일 것이다. 한국인의 매운 맛 사랑은 우리가 익히 아는 ‘불닭볶음면’의 인기로 짐작할 수 있다. 대한민국 요리는 실제로 상당히 매운 편이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생각한 첫 번째 결론은 떡볶이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재료와 맛을 가진 요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의문이 남는다. 떡을 좋아한다고 하기에는, 오늘날 떡볶이를 제외한 떡 자체의 수요는 그다지 높지 않다. 더하여 앞서 말했듯 떡볶이의 종류가 다양해지며 ‘떡이 없는’ 떡볶이도 등장하고 있다. 분모자 떡볶이가 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떡볶이에 들어가는 재료도 라면, 치킨, 튀김 등등 굉장히 다양해서 떡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떡볶이는 좋아한다. 매운 맛 또한 마찬가지다. 크림, 로제, 짜장 등 맵지 않은 떡볶이도 무척 많다. 마찬가지로 이 떡볶이도 두터운 매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결국 떡볶이가 오늘날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가 단순히 떡볶이라는 ‘음식적’ 특징에 있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떡과 매운 맛으로 떡볶이를 정의 내리기에 떡볶이는 이미 너무 큰 범주의 요리가 되었다. 솔직히 이제는 사람들이 떡볶이 특유의 맛을 좋아한다기 보다는, 떡볶이 자체에 끌리는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제는 ‘떡볶이’라는 음식 자체가 가지는 브랜드 효과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떡볶이의 종류가 왜 이렇게 다양해졌는지, 떡볶이가 언제부터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

   

우리에게 익숙한 매운 맛의 빨간 떡볶이는 1950년대에 처음 만들어졌다. 그 이전까지는 모두 간장 양념 베이스의 궁중 떡볶이를 먹었다. 그러나 고추장 떡볶이가 사실상 대중화된건 1970년대에 이른 후이며, 70년대 신당동 떡볶이 골목이 유명해진 것도 이 즈음이다.

 

특히 70년대, 정부가 펼친 밀가루 장려운동으로 밀떡볶이의 시대가 시작되었고, 잉여밀가루로 만들었기 때문에 가격도 비교적 저렴했다. (당시 식량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미국에서 저렴한 밀가루를 수입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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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떡볶이는 저렴한 가격에 학생들이 즐겨먹는 간식으로 자리 잡는다. 컵떡볶이, 일명 ‘떡쫄라’, 즉석떡볶이 등이 있다. 모두 7080세대 추억의 음식이다. 이때부터 계속해 2000년대 초까지 분식집 떡볶이는 길거리 음식으로 사람들의 일상 깊숙이 들어왔다. 떡볶이가 7080세대, 이어서 현재 Z세대에 이르기까지 큰 사랑을 받자 떡볶이를 전문으로 하는 수많은 ‘브랜드’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 본격적으로 떡볶이 브랜드 런칭이 시작되었다. ‘동대문 엽기 떡볶이’, ‘아딸(현 감탄떡볶이)’, ‘죠스떡볶이’와 같은 떡볶이 전문 브랜드가 등장한 것이다. 이 세 브랜드는 떡볶이전국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이후 2010년대에 들어 떡볶이 전문점은 우후죽순 늘어나 현재에 이른다. 오늘날 수많은 떡볶이들은 떡볶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신제품 개발로 이해할 수 있겠다.

 

‘배떡’, ‘청년다방’, ‘삼첩분식’ 등 2010년대에 들어 떡볶이는 단순 매콤한 고추장 떡볶이에서 더욱 풍성해졌다. 로제 소스로 만든 로제떡볶이부터 크림떡볶이, 즉석 떡볶이에 치킨과 오징어와 같은 다양한 토핑을 추가한 떡볶이 등 이전보다 더 높아진 가격과 함께 종류도 다양해진다. 현재 우리나라 떡볶이 시장의 모습이다.

 

아주 간략하게 떡볶이 발전의 역사를 다루어보았다. 떡볶이는 길거리 음식으로 시작해 우리 삶과 가깝게 지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수요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떡볶이를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가 생겨났다. 수많은 브랜드 사이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했으며 이는 떡볶이의 발전을 가속했다. 정리하자면 떡볶이 시장의 성장에 따른 기업들간의 경쟁, 개발이 현재 수많은 떡볶이의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조금 허무하고 당연하게도 들리지만, 개인적인 견해로는 그렇다.

 

떡볶이를 꽤나 자주 먹는 편인지라, 새로운 떡볶이가 나오면 재밌고 기대된다. 개인적으로 떡볶이가 앞으로도 K-Food의 위상을 지켜주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오늘의 저녁 메뉴를 고민 중이라면 떡볶이는 어떨까?

 

 

[이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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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홍서영
    • 떡볶이사장모임 뽀사모에서 관련기사글 보고 왔어요.
      떡볶이야말로 한국인의 정서를 대표하는 한국음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좋은 기사글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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