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작은 용기는 나비효과의 반응을 일으킨다 - 라스트 듀얼

영화 시청 전 원작 읽는 건 필수!
글 입력 2021.11.09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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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의 줄거리 중

스포일러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감독인 리들리 스콧의 새로운 영화인 ‘라스트 듀얼’이 개봉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심지어 주인공은 맷 데이먼, 조디 코머가 나온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이기에 기대가 되었다. 때마침 2004년 작가 에릭 재거의 책을 완역한 책도 같은 시기에 발행되었다.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책은 중세 문학을 연구하는 교수이자 학자인 에릭 재거가 14세기 프랑스의 결투 실화를 샅샅이 파헤쳐 출판한 것이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이러하다. 명문가의 며느리인 마르그리트는 남편인 장의 친구인 자크에게 강간을 당하게 된다. 당시 중세시대의 여성 인권은 바닥을 치고 있었으니 마르그리트는 침묵을 해야 할지 고발을 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을 한다. 옳은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린 마르그리트는 남편에게 사실을 이야기한다. 이후, 장은 왕에게 자크와의 듀얼을 신청한다. 듀얼은 두 사람간의 결투로 허용된 시기에서는 합법적으로 시행된 제도였다.

 

왕은 그들의 결투를 인정하며 덧붙인다. 만약 장이 결투에서 진다면 마르그리트는 산채로 불에서 태워지게 될 것이라고. 두 사람의 목숨 줄을 손에 쥔 장은 복수의 칼을 갈며 결투를 기다린다. 결국 최후의 결투에서 장이 승리하며 자크의 목숨을 빼앗는다.

 

비록 장이 승리했지만 영 찝찝한 마음이 남는 건 사실이다.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존중되지 않고 무시되는 마르그리트의 인권이 발목을 잡는다. 사실 그대로 말을 했지만 증거가 따로 없었고 당시 중세시대 여성은 남성의 재산권으로 여기는 시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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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중세시대에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고민을 하곤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현대까지 많이 발전해왔다고 느꼈다. 침묵을 강요당했더라도 용기를 내는 마르그리트 같은 여성들이 있었기에 이처럼 진보할 수 있었나 보다.

 

라스트 듀얼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관련 연구자료들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사건을 소설처럼 진행하면서도 객관적 자료와 작가의 오피니언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비록 책의 초반은 역사 박물관에 가서 유물의 관련 설명을 읽는 듯한 지루함이 있을 수 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흥미와 진도는 급격히 올라간다.

 

중세시대의 역사를 파헤쳐보고 인간의 깊은 내면을 다루는 이 이야기는 역사설명이 아닌 소설을 접하는 기분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또, 영화를 즐겨 본 사람이거나 영화를 보기 위해 기본바탕을 알고 가고 싶은 사람은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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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듀얼]은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참혹한 백년전쟁이 벌어지고 있던 암울한 시기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적군에게 땅을 약탈당하고 광기가 프랑스 궁정을 휩쓸고 있었으며, 대대적인 분열로 교회가 무너지고, 무슬림 군대가 그리스도교 국가를 위협하고 있었다. 또한 반란과 배신, 전염병은 부자와 빈자를 가리지 않았고 사람들의 운명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다. 1386년 크리스마스가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몰려들었다. 이 수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한 두 사람은 바로 스코틀랜드에서 전투를 마치고 돌아온 기사 장 드 카루주와 신흥 대지주 가문 출신 자크 르그리이다.
 
14세기 중반 노르망디의 유서 깊은 귀족 가문 출신인 장 드 카루주와 신흥 귀족 자크 르그리는 정식 기사가 되기 이전 시절부터 서로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카루주는 르그리에게 자신의 장남의 대부가 되어줄 것을 부탁했을 정도로 그를 믿고 신뢰했다. 그러나 그들의 주군인 알랑송 백작 피에르가 그들의 관계를 멀어지게 만들었다. 백작이 카루주가 새 아내 마르그리트의 지참금으로 받을 풍족한 영지를 가로채 르그리에게 하사한 것이다. 마르그리트는 국왕을 배신한 대역죄인 가문 출신으로 명성은 잃었지만 몹시 부유하고 젊고 아름다웠다.
 
카루주는 재혼을 통해 부는 얻었지만 처의 가문이 가진 악명으로 인해 신분 상승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프랑스 밖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을 요량으로 잉글랜드 정복을 목표로 한 프랑스-스코틀랜드 연합 군대에 자원한다. 하지만 프랑스는 이 전쟁에서 완전히 패하고, 카루주는 비참한 꼴로 돌아온다. 겨우 살아 돌아온 집에서 마르그리트가 르그리에게 잔인하게 강간당했다는 끔찍한 소식을 듣는다.
 
아내의 말을 듣고 분개한 카루주는 프랑스의 최고 재판장인 왕 찰스 6세에게 이 사건을 판결해줄 것을 요청하며 결투 재판을 신청한다. 르그리는 강력하게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마르그리트가 거짓 증언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세간에서는 카루주가 오랫동안 르그리가 가진 부와 성공을 질투하여 여기저기에 모함을 하고 다녔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고, 남녀가 모두 절정을 느껴야 임신이 된다는 사상이 퍼져 있던 이 시대에 마르그리트가 오랜 난임 끝에 임신했다는 사실마저 밝혀지자, 사람들은 뱃속의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에 대해서도 의심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완벽하게 무장한 카루주와 르그리는 일반 군중들은 물론이고 왕과 왕국의 귀족들까지 지켜보는 가운데서 목숨을 건 치열한 진실 공방을 벌이게 된다. 만약 카르주가 결투에서 진다면 마그리트는 거짓 증언을 했다는 혐의로 산 채로 불에 태워질 운명이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생드니 연대기], 디드로의 [백과전서] 등 여러 저술에서 이 사건은 마르그리트의 착각에서 비롯된 잘못된 고발이며, 뒤늦은 자백이 뒤따랐다고 서술되어 있다. 많은 연대기 작가와 역사가들이 이 저술에 근거해 위 사건을 르그리의 무고 사건으로 간주하고 있다. 중세 문학 연구자인 저자 에릭 재거는 직접 노르망디와 파리를 다니며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이러한 비판 의식과 사료 연구가 결여된 학계에 반론을 제시한다. 철저한 조사 끝에 엄밀하게 취한 정보들을 인용하여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드라마를 들려주는 이 책은 격동의 시기를 배경으로 벌어진 스캔들, 범죄, 복수에 관한 매혹적인 추리극이자, 한 용기 있는 여성의 왜곡된 삶을 바로잡는 역사 소설이다.
 
지적이면서도 긴박한 이 이야기는 맷 데이먼과 벤 에플렉이 함께 각색하여 리들리 스콧 감독이 영화화했다.

 

 

[임민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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