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이유가 그려가는 위로의 멜로디 [음악]

결코 얕지 않은 그녀의 언어들
글 입력 2021.11.04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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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곧은 소나무처럼 내는 앨범마다 굳건히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아이유. 또 소나무 같은 그녀의 음악이 내어주는 큰 품의 울림은 깊고 선명하다. 벌써 겨울이라도 찾아온 듯한 쌀쌀해지는 날씨에 아이유의 음악을 들으면 손에 손난로를 쥐여 주는 것처럼 따뜻함이 전해져 온다. 또 때로는 두려움으로 가득한 어떤 이에게 먼저 발을 뻗을 수 있는 용기를 북돋워 준다. 지금부터 그녀가 썼던 가사의 한 줄이 전하는 뜨거운 울림, 특히 나의 최애 2곡을 소개해 본다.

 

 

*

아래의 글은 에디터의 주관적인 견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Love poem


 

이 노래는 아이유 앨범에서 가장 빠질 수 없는 곡이 아닐까 한다. 특히 이 노래를 듣다 보면 사랑을 꾹꾹 눌러 담은 이 시에서 주옥같이 귀한 가사들을 귀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가사에서 누군가에게 건네는 위로조차 조심스러워하는 아이유의 진심이 느껴질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전하는 이타적인 아이유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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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해 누군가 기도하고 있나 봐. 숨죽여 쓴 사랑시가 낮게 들리는 듯해. 너에게로 선명히 날아가 늦지 않게 자리에 닿기를” 

 

'Love poem' 가사 中



누구라고 밝히진 않았지만, 누군가는 누구를 위해 지금도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그런데 건네는 위로가 도리어 상처가 되지 않을까 한 발짝 뒤에서 기도하고 응원할 테니, 부디 쓰러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늦지 않게만 너의 자리에 위로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도달하기를 조심히 바라고 바란다.

 

 

“또 한 번 너의 세상에 별이 지고 있나 봐. 숨죽여 삼킨 눈물이 여기 흐르는 듯해”


'Love poem' 가사 中

 


살아가면서 내가 사는 세상에 별이 지고 어떤 빛조차 없는 암흑이 찾아와 슬픈 날을 보낼 때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 슬픔이 너무나도 커서 여기까지도 가닿을 만큼 말이다. 아마 ‘여기’라는 것은 아이유가 있는 곳까지를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아이유는 살아가는 이들에게, 대중들에게,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있다.

   

 

“할 말을 잃어 고요한 마음에 기억처럼 들려오는 목소리.

I'll be there 홀로 걷는 너의 뒤에 Singing till the end 그치지 않을 이 노래. 아주 커다란 숨을 쉬어 봐. 소리 내 우는 법을 잊은 널 위해 부를게."


'Love poem' 가사 中

 

 

이후 이어지는 가사에서 아이유는 내가 모르는 너의 슬픔에 감히 위로의 말을 건넬 수는 없어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이 사랑시를 끝없이 부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홀로 걷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도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니 너는 힘이 들 때면 잠깐만 멈춰서 응원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기를 원한다. 이렇게 끝없이 당신의 슬픔을 위해 노래하겠다고 전하면서.

 

우리는 서로의 세상을 백 퍼센트 공감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그래서 함부로 누군가에게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위로하는 것은 또 다른 상처를 낳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때로는 열 마디의 위로보다 공백의 위로가 농도 짙은 진심의 말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서 이런 가사를 쓴 것처럼 느껴졌다. 이렇듯 아이유가 지금까지 수많은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힘겨워하고 있을 어떤 누구에게나 위로가 될 수 있는 그런 멜로디를 그려 나간다는 점에서 그럴 것이다.

 

 

 

2) 아이와 나의 바다


 

아이유의 5집 정규 앨범 수록곡에서 가장 큰 여운을 남겼던 곡은 ‘아이와 나의 바다’이다. 마치 지금 내 마음을 읽은 것 같은 가사가 뇌리를 강하게 내리친다. 이 곡을 듣다 보면 진정한 나를 마주할 수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마주할 용기를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다. 다른 건 몰라도, 5분 16초가량의 노래에서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선율과 가사들로 청취자의 마음을 채우고 있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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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일들이 있지. 내가 날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 맘이 가난한 밤이야. 거울 속에 마주친 얼굴이 어색해서 습관처럼 조용히 눈을 감아.”

 

'아이와 나의 바다' 가사 中

 

   

어떤 이는 누군가로부터 상처받아 혼자 끙끙 앓기도 하고, 바보처럼 한 마디도 못한 채 스스로가 싫어질 만큼 스스로를 한 구석에 몰아붙인 적이 있을 것이다. 자존감이 낮아진 자기 모습이 싫어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기에는 벌거벗은 느낌이 들 지경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스스로 한없이 부족해 보여서 부끄럽고,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정말 많았다. 스스로 사랑하는 방법을 잊은 것처럼 말이다. 아이유는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가사를 적어나갔다.

 

 

“아이는 그렇게 오랜 시간 겨우 내가 되려고 아팠던 걸까”

 

“어린 날 내 맘엔 영원히 가물지 않는 바다가 있었지. 이제는 흔적만이 남아 희미한 그곳엔 설렘으로 차오르던 나의 숨소리와 머리 위로 선선히 부는 바람”

 

'아이와 나의 바다' 가사 中

 

    

어렸을 적 우리는 선생님, 간호사, 검사 등 저마다 패기 넘치게 꿈을 안았다. 천진난만했던 그 아이가 겪어온 삶에게 미안할 만큼 오늘의 아이는, 즉 지금의 나는 꿈보다는 두려움을 안고 살게 되었다.

 

우리 모두 스스로 과거의 무궁무진한 바다처럼 꾸었던 드넓은 꿈을 기억해보자. 지금은 상상과 달리 현실에서 몰아치는 바다가 무섭다고 느껴져서 멀리 도망쳐 그 바다가 희미해졌지만, 용기를 내어 다시 그 자리로 달려가다 보면 눈을 감았다 떴을 때 내가 바라던 그 바다가, 내가 바라던 꿈들이 다시 펼쳐질 수도 있다.


 

“작은 두려움 아래 천천히 두 눈을 뜨면 세상은 그렇게 모든 순간 내게로 와 눈부신 선물이 되고 숱하게 의심하던 나는 그제야 나에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이와 나의 바다' 가사 中

 

   

그렇게 두려움을 극복하고 결국 나아간 바다를 바라보자니 잊고 있었던 과거의 아이 즉, 과거 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다시 말해, 포기하지 않고 부딪혔을 때 그제야 내가 잊고 살았던 꿈들을, 소망을 기억하게 된다. 이로써 숱하게 의심했던 나의 소망들에 대해 확신을 얻고, 자신을 드리우는 어둠에도 헤쳐 갈 작은 용기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이 노래의 끝에서 아이유는 이제 그 바다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위기의 순간은 자꾸만 찾아와 겁을 줄지도 모르지만, 용기 내어 다시 찾은 이 바다처럼 이렇게 좋은 날은 다시금 눈부신 선물처럼 찾아올 테니까.

 

*

 

마지막으로, 아이유가 2018 골든디스크어워즈에서 대상을 거머쥐었을 때의 수상 소감이 인상 깊어 남긴다.

 

“기쁠 때 기쁘고, 슬플 때 울고, 배고프면 힘없고, 아프면 능률 떨어지고, 그런 자연스러운 일들이 좀 자연스럽게 내색 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윤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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