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엔딩크레딧이 곧 영화의 시작이 되는 당신에게 추천하는 영화 듄 [영화]

글 입력 2021.11.0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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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메인.jpeg

 

 

영화의 취향은 각 장르와 줄거리의 전개 방향, 영화가 보여주는 그 고유한 결에서 나뉜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액션이나 가벼운 코미디를 선호하는 이가 있는 반면에 어떤 이들은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을 주는 스릴러나 공포영화를 선호한다. 영화의 줄거리보다도 미장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이들은 복잡한 세계관이 등장하거나 숨겨진 의미를 찾고 해석이 필요한 영화를 선호한다.

 

물론 영화를 자주 관람하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편식하지 않고 보지만 특히나 해석이 필요한 영화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영화가 끝나면 무척 바빠진다. 이들은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상영관의 조명이 밝아지면 해당 영화에 쿠키 영상이 있는지 찾아본다. 이미 부지런한 이들은 이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들어왔다. 이들의 경우 방금 끝난 이 영화의 스토리를 곱씹어보면서 등장한 배우 출연진과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훑어보고 평점과 리뷰, 해석을 열심히 찾아 읽는다. 이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재관람을 위해 일정을 조정할 것이며, 어떤 이들은 영화의 여운을 이어가기 위해 영화에 삽입된 음악을 듣는다. 앞서 나열한 유형에 하나라도 속한다면 당신은 이미 <듄(Dune)>을 너무나 흥미롭게 감상할 원초적인 준비가 된 사람이다.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 없이 영화를 둘러싼 여러 비하인드 이야기를 풀어내 볼 예정이다.

 

 

 

방대한 세계관과 원작소설


 

이 영화의 세계관은 무척이나 방대하다. 두 시간 반이 넘은 러닝타임과 후속편이 또 나올 것을 고려한다면 풀어낼 이야기가 아직 많이 남았다는 소리이다. <듄> part1의 큰 틀에서는 기존 세계사에서나 꽤 반복되어 일어났던 가문의 전쟁과 여러 부족이 얽힌 이해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듄과 관련된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영화를 접했다면 계속해서 등장하는 생소한 단어들이나 낯선 설정들에 대해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후속편을 위한 프롤로그에 해당하기 때문에 매우 복잡하거나 불친절하지는 않으며 극이 상세하게 전개되는 편에 속한다.

 

한편, 세계관이라는 단어의 기존 뜻은 worldview 즉, 세계와 인간관계나 인생의 가치 또는 인생의 의의에 대한 '관점'을 뜻한다. 하지만 근래 세계관이라는 단어는 universe로써 소설이나 영화에서 설정된 픽션, 설정된 세계를 통칭하는 단어로 쓰이는 듯하다. 특히 마블 시리즈나 DC코믹스, 또는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등 일상과 많이 동떨어진 허구의 설정에 대해 우리는 각각의 콘텐츠에 세계관이 존재한다고 일컬어 부른다.

 

그렇다면 듄은 어떤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을까. SF영화 가운데 세계관이 방대하지 않은 경우가 있을까 하는 반문이 들기도 하지만 듄의 경우 상상할 수 있는 기준점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듄은 다른 SF영화들처럼 우주와 행성이 등장하며 '아라키스'라는 행성이 주된 배경이다. 큰 서사에는 기계문명 시대에 접어들고 고도로 발전하게 된 인공지능과 과학 기술이 등장한다. 듄의 세계관에서 극이 진행되는 시기는 서기 26,000년이자 AG 10,191년인데 이곳에서는 BC와 AD로 계산하지 않는다. 여기서 AG는 After Guild를 뜻하며 우주 길드(Spacing Guild)가 모든 우주 여행이나 운송 및 제국, 금융을 독점한 이후를 의미하며 그 이전 시기인 BG(Before Guild)와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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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ne 소설 첫 번째 에디션 커버

 

 

시기에서부터 아주 먼 미래를 이야기 하고 있는 영화 <듄>의 원작은 아주 오래전 출판된 한 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1950년대 말 미국 출신의 과학 소설작가이자 기자였던 프랭크 허버트(Frank Patrick Herbert, 1920-1986)는 기사를 쓰기 위해 오리건 주에 위치한 해안가의 사막을 전전했다고 한다. 허버트는 당시 사막에 매료되어 한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이를 작품으로 집필하고자 수년간의 자료 수집과 조사를 진행했다. 1965년 [듄]이라는 소설을 발표했으나 당시 이 소설은 여러 출판사에서 거절당했다. 수많은 거절 끝에 필라델피아에 있는 출판사를 통해 이 소설은 세상에 나오게 되었으며 발표 직후 허버트는 1965년 "네뷸러상 최고의 소설", 1966년 "휴고상"을 수상하게 된다. 간혹 듄을 보고 난 관람객들 가운데 이야기가 조금 진부하다고 느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이는 실제 원작소설이 등장하게 된 시기를 고려해본다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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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1984년 영화 "사구(DUNE)" 포스터

 

 

한편, 듄과 관련한 내용을 조금 찾다 보면 데이비드 린치(David Keith Lynch, 1946-)라는 이름이 익숙하게 등장한다. 1984년 듄을 영화로 제작한 감독이 바로 데이비드 린치이다. 당시 영화로 만들어진 듄은 2시간 분량으로 원작 소설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내용을 많이 걷어냈다고 한다. 극의 서사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평과 방대한 내용을 담기에 벅차며 오류가 있었기 때문에 원작소설을 읽고 기대한 관람객의 만족도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1984년 이후 2021년 캐나다 출신 드니 빌뇌브(Denis Villeneuve, 1967-) 감독을 통해 만들어진 <듄>은 어떤 지점이 강조되어 제작되었을까.

 

 


영화 <듄>의 시각과 청각


 

<듄>은 매우 긴 러닝타임과 역사책에서 본 듯한 스토리 라인을 큰 틀로 삼고 있다. 뻔할 수 있는 그 큰 틀에 정교하고 무겁게 힘을 준 부분이 바로 영상미와 음향이다. 해당 영화를 이미 관람한 관람객의 경우 영화에 더 몰입하기 위해 일반 상영관이 아니라 특별관을 선택한 경우가 많다. 이들은 아이맥스 또는 MX관 등 금전적인 보탬과 더불어 좋은 자리를 선택하기 위한 공을 들였다. 보편적으로 영화를 볼 때 어떤 부분을 민감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선택되는 상영관이 달라질 듯하다.

 

먼저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영화를 관람한 적이 있는가. IMAX는 캐나다 영화 회사인 아이맥스 코퍼레이션의 영화 포맷으로 일반 영화 필름과 비교해 더 큰 규모나 고해상도의 영상을 출력할 수 있다. 특히 국내에서 아이맥스로 꼭 관람해야 할 필수 영화로 소문나 예매가 무척 어려웠던 영화 가운데 인터스텔라와 덩케르크 등이 있다. <듄> 역시 아이맥스로 보면 좋은 작품이다. 일반 스크린과 비교해 세로 비율이 높은 편에 해당하는 아이맥스 스크린이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사막과 큰 규모의 압도적인 전투 장면을 잘 담아내고 있다. <듄>은 공상과학소설이란 카테고리로 분류되며 인류 문화사, 정치, 철학, 종교 등 인간이 문명을 살아가면서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지에 대해 상상해보기 어려운 그 모든 요소가 다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설명할 요소도 많고 방대한 세계관 등 다양한 이야기를 모두 쏟아내는 공간이 고층 건물이 즐비한 복잡한 도시 배경이 아니라 광활한 사막 행성인 점은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촬영 로케 사막.jpg

  

 

빌뇌브가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철칙은 바로 몰입도 높은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잘 구현된 세트에서 배우들은 더 몰입하고 영화의 제작진 역시 모두 그 분위기에 빠져들 수 있다고 빌뇌브는 언급했다. 특히 아라키스 행성을 배경으로 한 장면의 경우 아부다비와 요르단의 사막, 와디 럼 계곡에서 촬영했고, 칼라단 장면은 노르웨이의 숲이 우거진 해안 지형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듄>의 미술을 총괄한 컨택트와 시카리오에서 빌뇌브와 함께 호흡을 맞추었던 패트리스 베르메트(Patrice Vermette)는 원작 소설을 읽으며 글 속에 나열되고 있는 그 어떠한 것에 구체적인 묘사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언급했다. 덧붙여 아라키스 행성과 극한의 온도 속에 주민들, 배가 고픈 모래 벌레 등 이야기 속에 상황은 설정되어 있으나 그 모습이 어떠했는지 상상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었다고 한다.

 

 

계단 촬영 컷.jpg

 

대련 도장.jpg

 

 

베르메트는 사막에 위치한 건축물을 표현하기 위해 낮 동안 내부를 시원하게 유지해야 하는 점, 직사광선이 쉽게 들어오기 힘든 형태를 보여주어야 하는 점을 고안해 건물을 설계했고 매우 두꺼우면서 견고한 느낌을 강조했다고 한다. 빌뇌브와 베르메트는 특히 2차 세계 대전 시대의 벙커와 마야 사원에서 건축적인 영감을 얻었으며 브라질 모더니즘에서도 영향을 받아 이를 적절하게 도입했다고 한다. 영화에서 주인공 폴이 대련을 하던 장면의 세트장은 중세 일본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영화 전체에 사용된 러그는 모두 덴마크에서 제작되었다고 한다. 또 이들의 운송수단이었던 잠자리를 닮은 헬리콥터는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라 역시 런던에서 제작되어 요르단으로 운송된 진짜 소품이다.

 


폴 침실.jpg

 

벽에 새겨진 프레멘 텍스트 클로즈업.jpg

 

 

영화에서는 건축적인 면과 더불어 소품에서도 디테일에 무척 신경 쓴 점이 돋보인다. 베르메트는 벽에 더 많은 비밀이 있다고 한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영화를 위해 특별하게 개발된 프레멘이라는 언어의 서면이 벽에 상형문자처럼 새겨져 있다. 영화의 전개에서 결코 필수적인 부분이나 화면에 담기지 않았지만 베르메트는 디테일에 광적인 집착이 미술과 관련해 높은 완성도를 자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베르메트는 빌뇌브가 이렇게 디테일한 것에 공을 들인 이유는 이들이 의논한 맥락 가운데 답을 찾을 수 있다. 베르메트는 영화 속 화면에 노출되는 모든 구성의 디자인이 더욱더 현실적이면서 근거가 있어야 하며, 이렇게 해야만 사람들이 더 환상적인 측면을 쉽게 믿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짐머 사운드 트랙.jpg

 

 

그렇다면 시각이 아닌 청각에 더 민감한 관람객들은 어떤 상영관을 고려할까. 먼저 MX가 붙은 상영관의 경우 스크린보다 사운드에 더 초점을 맞춘 상영관이다. 이 상영관의 천장과 측면에는 돌비 서라운드 스피커를 배치되어 음향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시각보다 청각 그리고 음향에 더욱 신경을 쓰는 관람객들은 <듄>이라는 영화에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던 걸까. 이들의 선택에 8할은 바로 독일 작곡가 한스 짐머(Hans Zimmer, 1957-)일 것이다.

 

한스 짐머는 <인셉션>, <라이언킹>, <캐리비안의 해적>, <덩케르크>, <다크나이트> 등 최근에는 007시리즈의 마지막이었던 <노 타임 투 다이> 영화의 음악 감독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오랜 협력자였던 짐머는 TENET 영화를 거절하고 드니 빌뵈브와 듄을 선택했다는 것은 시네필 사이에서 알음알음 알려진 tmi이다. 짐머는 드니 빌뵈브와 마찬가지로 십대 시절 듄 원작 소설을 접했고 짐머와 빌뇌브는 이 원작 소설을 알지 못한 사람, 읽어본 적이 없는 모든 사람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에 매우 흥미를 느꼈다고 언급했다. 짐머는 인터뷰를 통해 언급하고 싶었던 부분은 극 중 아라키스 행성에 도착하는 장면에 고대 악기가 먼 미래까지 존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서 백파이프를 등장시켰다고 언급했다.


특히 짐머는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와 듄의 tv시리즈를 본 적이 없으며 영화 <듄>의 음악을 만들며 이전에 본 적이 없던 무한한 가능성과 아이디어가 가득 찼다고 한다. 한편, 영화는 팬데믹 상황에서 제작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함께 녹음할 수 없었다고 한다. 런던과 비엔나에서 녹음이 진행되었는데 짐머는 함께 큰 규모가 동시에 녹음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당한 어려움은 있었으나 크게 여의치 않았으며, 작은 세션들이 각기 다른 시간에 레이어를 쌓듯 녹음했다고 한다.

 

이렇듯 여러 구성원들이 모여 아주 오래전 출판된 한 SF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 <듄>은 감히 완성도 부분에 있어서 아쉬운 점이나 빈 틈을 쉽게 찾아보기 힘든 편이다. 지루한 것이나 무거운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면 또는 2시간 넘게 좌석에 앉아있기 힘든 이들은 이 영화를 달갑게 보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닌 사람들은 분명 이 영화를 벅찬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우주까지 다녀오는 무한한 상상을 즐겨하는 사람이라면, 삼국지나 무협지 같이 서로가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와 역사에 큰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드니 빌뇌브와 한스 짐머의 섬세하고 정교한 완성도를 사랑한다면 반드시 큰 스크린에서 이 영화를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손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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