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WILD FLOWER 매거진, 지정현 편집장을 만나다

잡지, 에디터, 그리고 예술
글 입력 2021.11.1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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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다 생각한 이후로 손에 잡히는 정보들은 모두 다 찾아보았다.

 

여러 갈래의 길들이 있었지만 그 중 내 눈에 띈 건 에디터였다. 아트인사이트에서 에디터로 활동하며 처음 에디터에 관심이 생긴 나는 그때부터 에디터를 본격적으로 준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따 놓으면 좋을 자격증이나 추천하는 대외활동 등을 찾아보던 나는 이내 실망할 수밖에 없었는데, 정보과잉시대라는 요즘 답지 않게 에디터와 관련된 정보는 씨가 말랐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있는 것은 내가 생각한 에디터와는 다른 계열인 패션 에디터 관련 정보들 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아트인사이트 글들을 몇 개 읽어보다가 나와 같은 에디터를 지망하는 분의 글을 보게 되었다. 바로 아트인사이트에서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으셨던 지정현 에디터님. 놀랍고 반가운 마음에 에디터님이 쓴 글들을 모두 읽어봤다. 이제 막 에디터가 되신 때라 글은 많이 없었지만 다행히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공개해주셔서 온라인으로나마 정현님의 글들을 읽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정현님이 편집장으로 계신 들꽃 매거진 블로그도 알게 되어 창간호를 읽어볼 기회도 얻었다.

 

같은 직종을 꿈꾼다는 점 때문에 한번 만나뵙고 얘기를 나눠보고 싶어 DM으로 인터뷰 요청을 드렸더니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우린 건대 입구역 근처 카페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일방적 질문과 답변 보다는 대화 형식이 더 많았기에 Q&A로 표기하지 않고 대담 참여자를 뜻하는 K&J로 표기하였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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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H(인터뷰어, 이하 K). 들꽃 매거진 편집장으로서 다른 사람만 인터뷰 하다가 오늘 처음으로 인터뷰이가 되셨어요.

 

JJH(인터뷰이, 이하 J). 항상 인터뷰를 하면서 나도 인터뷰이가 되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DM을 주셨을 때 설레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K. 인터뷰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보통 인터뷰 준비하실 때 어떤 걸 많이 준비하시나요?

 

J. 저는 인터뷰 준비할 때 사전 질문을 먼저 쭉 뽑아놔요. 안면이 없으신 분을 인터뷰 할 때는 사전 정보가 거의 없다 보니까 인터뷰 주제에 맞는 질문들만 일단 준비하고 직접 만나서 얘기할 때 더 깊은 얘기를 나눕니다. 이야기를 하면서 더 많은 질문들을 찾고 그걸 계속 대화 속에 녹여내는 거죠.

 

또 100분량의 글을 인터뷰에 써야 한다, 그러면 200정도는 여쭤봐요. 나중에 글을 쓸 때 선별해서 적기가 편해서요. 저는 그게 잘 맞더라고요.

 

 

K.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제가 인터뷰를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처음 인터뷰 할 때는 요령이 없다보니까 먼저 써갔던 질문들을 포함해서 중구난방 식으로 질문을 드렸는데 나중에 집에 와서 보니까 이것저것 세세히 여쭤본 게 확실히 좋긴 좋더라고요. 물론 정리하는 게 좀 어렵긴 했지만.

 

 

 

WILD FLOWER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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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아, 요즘 들꽃 2호 제작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J. 곧 있으면 나와요. (인터뷰 날짜 기준으로) 이제 넘어가서 아마 내일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K. 그럼 좀 있으면 나온다는 얘기잖아요. 이미 취재는 다 하신 거고요.

 

J. 네. 취재는 9월쯤에 다 끝났습니다.

 

 

K. 들꽃 매거진 취재 과정을 자세히 듣고 싶은데요.

 

J. 인터뷰 같은 경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사전 질문을 먼저 드려요. 그러면 인터뷰이께서 어느 정도 준비된 답을 가져오시죠. 그런데 그런 답은 형식적인 의견일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만나서 얘기를 나눌 때 더 자세히 여쭤보는 거죠. 깊은 얘기가 나올 수 있게끔.

 

근데 거기에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이 내 얘기를 많이 하는 거예요. 만약 인터뷰이가 듣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그렇죠, 그렇죠. 그럼 저도 제 얘기를 할게요."이렇게 얘기하시고 아닌 분은 듣다가 지쳐서 자기 얘길 하시고.(웃음)

 

인터뷰는 그렇고 사진의 경우 저희가 좋아하는 장소 같은 곳을 가다 보니까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여기 사진 좀 찍을게요." 하면서 찍어요.

 

 

K. 이번 년도에 들꽃 매거진 창간호가 나왔어요. 처음 잡지를 만드셨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J. 취재하는 건 재밌는데, 편집할 때가 너무 힘들었어요. 취재 내용 사실대조나, 오타 수정, 또 디자인팀이 따로 있으면 모르겠는데 디자인도 제가 직접 다 했기 때문에 창간호는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아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 외에 사건 사고를 말씀드리면, 편집을 다 끝내고 가제본을 한번 뽑아봤는데 활자가 너무 다닥다닥 붙은 거예요. 읽기가 버거울 정도로요. 힘들게 수정한 후에 이젠 괜찮겠지 싶어서 딱 냈는데 한참 후에 보니까 이번엔 인터뷰한 분의 성이 잘못 기입되었더라고요. 성이 김 씨 인데 이 씨로 나와버렸어요. 근데 이미 한 50부 정도를 뽑아서 뿌린 상태여서.

 

 

K. 이름은 오타 검정을 해도 안 나오니까요.

 

J. 맞아요. 직접 다 찾아야 하니까. 그래서 스티커를 사서 붙일까 했는데 아는 후배라서 "미안하다, 밥 사줄게." 하고 끝냈죠.(웃음)

 

 

K. 어떠셨어요. 1호 딱 만들고 나서.

 

J. 되게 신기했어요. 일단 책 만드는 과정 자체가 종합 예술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 같은 경우, 요즘 라이프 스타일지를 보면 패션지랑 다른 점이 있잖아요. 패션지는 글 분량이 적은 반면, 라이프 스타일지는 글이 좀 많으니까. 그래서 1호 만들 때 참조했던 잡지가 보그지였어요.

 

 

K. 아, 보그요?

 

J. 네. 보통 사람들이 잡지하면 보그나 에스콰이어 같은 잡지를 떠올리니까. 이런 잡지들은 어떤 문체를 쓸까 너무 궁금해서 찾아봤고 그걸 바탕으로 해서 1호를 만들었어요. 하지만 너무 힘을 줬던 탓인지 1호는 글에 겉멋이 많이 들어갔어요. 게다가 여기 줄여, 여긴 너무 지지부진해, 내용 너무 많다 줄여줘, 하면서 글을 줄이니까 이젠 이걸 배치하는 것도 문제더라고요. 텍스트가 짧아지니까 글을 하나의 사진처럼 취급해야 했습니다.

 

이걸 보면서 책 한 권 만드는 게 어쩌면 종합 예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저 혼자서 담당한 부분이 많았기에 개인이 노력만 한다면 '잡지는 누구나 만들 수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동시에 에디터라는 직업이 되게 전문성 있어야 된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직업 의식 같은 것도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이게 아마추어 입장에서 잡지를 만들면 저작권 같은 걸 크게 신경 쓰지 않잖아요. 돈 받고 파는 것도 아닌데, 하면서요. 1호에는 이런 부분이 진짜 많거든요. 또 인터뷰이한테도 더 세심하게 질문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도 들고. 지금 생각해보면 러프하게 질문했던 것이 꽤 많았으니까요.

 

모든 걸 끝내고 나서 되게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에디터란 직업이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 동시에 종합 예술인이구나.

 

 

K. 우여곡절을 많이 겪으셨군요. 저는 들꽃 뒤에 '리부트'가 붙어서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는데, 찾아보니까 들꽃이라는 이름의 잡지가 전에도 있었더라고요. 2014년에 하나 있었던 걸로 봤는데.

 

J. 네 맞아요. 엄청 오래됐어요. 50, 60년 정도 됐나.

 

 

K. 생각보다 훨씬 오래됐네요? 학과 차원에서 만든 건가요?

 

J. 원래 학회지인데, 이게 옛날 것들을 보면 그냥 소식지 느낌이기도 해요. 근데 옛날 학회지들은 만들기 싫은데 억지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 그런가 재미가 없었어요 솔직히.

 

그게 오래도록 이어지다가 무슨 이유에선지는 모르겠지만 19년도 즈음에 한번 끊긴 적이 있어요. 그리고 작년엔 코로나가 터져서 거의 2년 째 잡지가 나오지 않았죠. 이렇게 공백이 있다보니 전 이걸 기회 삼아 '전통을 이어가야 하니, 제가 다시 잡지를 만들어보겠습니다'하고 들꽃 리부트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K. 들꽃이라는 명칭을 바꿀 수도 있었잖아요. 근데 이름을 이어가신 이유가 있나요?

 

J. 사실 명칭을 바꾸자는 얘기가 되게 많았어요. 들꽃이 너무 촌스럽고 이름 자체가 좀 구슬픈 그런 느낌이 있어서 저희 모두가 진짜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창간호라는 것에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고 명분이 필요한데, 새롭게 시작한다고 해서 이름을 바꿀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게 짧은 역사도 아니고 무려 60년이라는 긴 세월이니까, 또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도 있고 그래서 이름은 그대로 두고 뒤에 '리부트'를 붙여서 이어 간다는 의미를 담았죠.

 

전 브랜드를 하나 만드는 데 있어서 스토리가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는 들꽃의 60년 역사를 빌려온 거죠. 들꽃이라는 이름을 쓰면서 '이런 스토리가 있는데, 저희가 다시 시작할게요' 라는 것도 있고 다행히 그때 쯤에 레트로가 유행을 해서 오히려 좋기도 했어요. 적당히 촌스러운 느낌이 있어서. 그래서 폰트도 원래 궁서체로 하려고 했단 말이죠? 같이 만드는 사람들이 '진짜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 표지도 옛날 방식으로 하고 포스터도 비슷하게 가자'라고 했는데 '야, 그건 좀 너무 하지 않냐, 그렇게 시작을 하면 나중에도 그렇게 나와야 된다'라고 해서 심플하게 가기로 했죠. 그러다 이번에는 영문으로 바꿨어요. WILD FLOWER로.

 

 

K. 오, 멋있는데요?

 

J. 저는 근데 뭔가 아닌 것 같아서 "얘들아, 'WILD FLOWER' 이거 세련됐어?" 이렇게 물으니까 "완전 세련됐는데요?" 그래서(웃음) "그래, 그러면 이걸로 가자."라고 결정했어요. 잡지는 예쁘면 그만이니까.

 

 

 

잡지의 매력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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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예뻐야 눈이 가죠.

 

J. 그쵸. 매력적인 포인트가 있어야 이목을 잡고 팔 수 있으니까. 컨셉진 같은 경우 보면 하나를 사면 다른 것도 사고 싶어지잖아요. 색깔이 많으니까. 이게 또 진열해놓으면 예쁘거든요.

 

 

K. 그리고 매월 나오는 잡지 주제도 '당신은 ~~을 하고 있나요?'이런 식이니까 뭔가 수집하는 재미도 있고요.

 

J. 잡지는 팔아야 돈이 되는 거니까. 팔려면 이게 매력적이어야 하거든요. 요즘에는 책이 디자인적인 요소도 진짜 중요하잖아요. 책은 안 읽어도 책 커버 때문에 책을 사는 사람도 많으니까. 책의 겉면에서 풍겨지는 분위기를 사는거죠. 가지고 다니기만 해도 이미지라는 게 생기니까.

 

그래서 컨셉진을 샀다면, '나는 이런 라이프 스타일을 존중하는 사람이야'라는 의지를 같이 사는 거예요. 그런 것 때문에라도 잡지는 무조건 예쁘고 감각이 있어야 된다는 거고요.

 

 

K. 잡지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이미지를 형성해 주는 요인 중에 하나가 된 것 같아요.

 

J. 독자들은 '이것을 들고 다니는 나', '이것을 읽는 나'라는 이미지 또한 함께 사는 거죠.

 


K. 전 그래서 최근에 관념이 많이 바뀌었어요.

 

J. 저도요. 전 원래 물건을 살 때 가성비랑 성능을 엄청 따졌단 말이에요? 근데 그런 것과 상관없이 예쁘면 예쁘니까, 그래서 사게 되기도 하더라고요.

 

 

K. 요즘은 또 인스타그램으로 예쁜 걸 찍어서 자랑하기도 하잖아요. 그렇게 해서 간접적으로 홍보되는 효과도 확실히 무시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글에 대한 것도 좀 바뀐게, 예전엔 '글 내용이 좋다면 그걸 싸고 있는 껍데기가 어떻든 사람들은 그걸 알아줄 거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요즘은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지'라는 생각을 해요. 상업적인 시선을 무시하고 현대 사회를 사는 건 현실적으로 좀 힘든 일인 것 같아요.

 

J. 글을 예쁘게 보여서 파는 직업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전 인스타그램에서 스토리랑 릴스가 유행을 하는 걸 보고 '저런 게 왜 유행이지?' 싶었는데, 사람들이 짧게 짧게 보는 것에 되게 익숙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근데 동시에 텍스트를 읽고 싶다는 욕구도 사람들 사이에서 생기는 것 같기도 해요. 동영상 콘텐츠가 많아지다 보니까 텍스트에 대한 필요성도 사람들이 많이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까 짧은 글을 활용한 뉴스레터가 유행을 하는 거고.

 

 

K. 맞아요. 굳이 내가 찾지 않아도 때 되면 읽을거리를 보내주니까. 뉴스레터 같은 짧은 호흡의 글이 주는 매력도 있는 것 같아요.

 

J. 잡지가 가졌던 오래 전의 세련된 느낌을 요즘의 뉴스레터가 대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뉴스레터가 최신 정보들을 알려주잖아요. 물론 그런 성격이 아닌 곳도 있겠지만, 그 분야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것들을 알려준다든지 그런 역할을 요즘엔 뉴스레터가 대신하고 있지 않나.


 

 

에디터를 희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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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전 아트인사이트 활동을 하면서 에디터라는 직종에 관심이 생겼어요. 너무 늦게 에디터에 관심을 가져서 그런가 조금 아쉬움이 남긴 해요.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내가 더 많은 것을 해보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요.

 

J. 사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일찍 눈이 튀어도 길이 뚜렷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

 

 

K. 아, 그렇게 생각하세요?

 

J. 좀 현실적인 얘기를 하자면, 공채라는 게 거의 사라졌잖아요. 저도 정보 구하려고 카페 같은 곳도 가입하고 그랬는데 공채는 거의 없고 수시만 가끔 열리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진짜 말단부터 시작해서 업계에 적응하다가 자리가 나면 들어가는 식이에요.

 

 

K. 전 최근에 그런 고민이 있었어요. 에디터를 원한다고 해도 명확히 보이는 게 없어서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채용만을 기다릴 수도 없고요.

 

J. 정도라는 게 없는 직업인 것 같아요. 공채도 사실상 없는 거고.

 

 

K. 있기가 어려운 구조기도 하고. 

 

J. 이쪽 업계는 일자리가 완전 씨가 말라서요. 출판 업계가 어려운 건 알았는데 이쪽은 진짜 좀 많이 힘들구나. 이 업계는 낭만 아니면 못 들어가겠더라고요. 다른 쪽에 비해 가이드 라인 같은 게 하나도 없어서 정말 답답하기도 하고. 잡지사로 커리어를 시작한다는 건 진짜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K. 하늘의 별 따기죠.

 

J. 이쪽 분야로 지망하시는 분들은 많을 거예요. 그런데 그 분들도 이제 답이 없으니까 다른 쪽으로 가시는 거죠.

 

 

K. 일단 전 지금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컨셉진에서 여는 에디터 스쿨을 수강하고 있는데, 거기서 느낀 게 처음에 생각했던 에디터랑 실제 에디터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에디터는 글만 쓰면 될 줄 알았는데, 전체적인 것을 총괄하는 느낌이 더 많더라고요. 글을 배치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사진 작가한테 사진 요청을 어떻게 드려야 좋을지, 인디자인은 어떤 식으로 해야 매력적일지 고민하고, 인터뷰이가 편하게 얘기를 하기 위해선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 가야 하고 등등..

 

J. 여러모로 친화력이 엄청 좋아야 하는 직업인 것 같아요.

 

 

K. 정현님은 지금 어떤 매거진 쪽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J. 저는 많은 생각을 했는데, 잡지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해준 게 컨셉진이었어요. 처음엔 라이프 스타일지 이것저것을 보면 엄청 힘 줬다는 느낌이 드는 게 대부분이었거든요. 나랑 멀리 떨어진 것들을 소개하고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전문적인 내용들이 많이 들어가서 낯선 느낌이 강했어요.

 

그런데 컨셉진은 대부분의 상품들이 쉽게 구매 가능한 가격대예요. 4, 5만원 정도면 크게 부담가는 가격은 아니잖아요. 또 사진 같은 경우 전문 사진 작가님이 찍은 것도 많지만 에디터 분들이 직접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도 많더라고요. 글도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읽을 만한 정도예요. 그래서 컨셉진을 보면서 재밌게 잘 만든 잡지라는 게 느껴졌어요.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잡지 하나를 꼽으면 저는 컨셉진도 좋은 것 같지만 매거진 B라는 잡지가 너무 멋지더라고요. 만약 들어갈 수 있다면 거기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근데 거긴 다들 경력이 있으셔서.

 

그래서 지금은 굳이 잡지사로 제 커리어를 쌓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마인드가 있어요. 그냥 콘텐츠 회사도 괜찮고 어디든 들어가서 업계에 발을 들인 후 나중에 잡지사에 들어가고 싶어요. 일단은 잔뼈가 굵어져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K. 저도 비슷해요. 잡지사는 인원도 많이 안 뽑으니까 그렇게라도 시작을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혹시 이런 분야 쪽으로는 찾아보신 게 있으신가요.

 

J. 제가 이것저것 다 찾아봤는데 에디터라는 직업이 최근에 엄청 많아졌어요. 무비 에디터, 푸드 에디터 등등. 이렇게 엄청 많아지던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요, 옛날에는 정보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게 중요했잖아요. 근데 이젠 그것도 무용지물인 수준으로 사람들의 능력이 적정 수준으로 올라왔으니까 널려있는 정보 중에서도 더 정제된 정보를 얻을 필요가 생겼어요. 사람들 입맛에 맞는 그런 정보들 말이죠. 그래서 그걸 찾아주는 사람들을 에디터라고 정의하는 것 같아요.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기업에서 뉴스 레터가 엄청 유행했었죠. 그래서 그쪽 관련 일도 지금 생각해보고 있고.

 

 

K. 에디터를 꿈꾸게 되면 보는 시야가 넓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J. 특히 잡지사라는 목표가 있으면 넓게넓게 보는 게 좋죠.

 

 

K. 그럼 정현님은 언제부터 에디터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어요?

 

J. 전 원래 글에 관심이 많았고 옛날에는 소설가가 되고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직업은 뭐가 있을까'라는 고민을 항상 했어요. 문예창작과를 고등학교 때 가려고 준비 하다가 '아, 문창과 가면 돈 못 벌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또 소설가는 내가 생각하는 영역의 글쓰기가 아닌 것 같아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잡지를 선택하게 된 거죠.

 

근데 알면 알수록 글 외에도 신경 쓸 게 진짜 많더라고요. 하지만 그건 그거대로 진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K. 에디터라는 직업은 항상 새로운 것 같아요.

 

J. 사람이 나태해질 수가 없는 구조라서.

 

매거진 B에서 낸 JOB EDITOR 책 에디터편을 보면 에디터에 관한 현실적인 얘기가 많이 나와요. 전 거기서 많이 배웠는데, 거기 나오는 현직자 인터뷰를 보면 '굳이 잡지사 왜 들어와?'이런 얘기를 진짜 많이 하세요. 물론 계속 있을 직업이기는 한데 굳이 올 필요는 없다, 왜냐면 종이 출판물 시장은 좁아지고 있고 일은 힘들고 박봉인데다 연휴에도 제대로 못 쉬는데 굳이 오려고 하냐. 이 시장엔 재미있으니까 그거 하나로 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걸 보면서 여긴 진짜 가시밭길이구나.

 

 

K. 이런 직업은 성취 아니면 일 못할 것 같아요.


J. 이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한다면, 성과가 눈에 보인다는 거?

 

 

K. 내가 만든 결과물이 눈 앞에 딱 있으니까.

 

J. 내가 한 달, 두 달 일해서 만든 결과물이 나오니까. 뭘 만든다는 일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에요. 월급쟁이면서 동시에 예술가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고.

 

 

 

예술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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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정현님은 예술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J. 옛날에는 사치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예술이나 문화가 없으면 사람들은 미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요즘은 안 그런데, 몇 년 전만 해도 뭔가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을 보면 감성충, 감성충 이러면서 비꼬는 사람들이 되게 많았단 말이에요? 완전 이성적인 관점에서 그렇게 얘기하는 건데, 이성적인 걸로 삶은 편리해질 수 있어요. 그런데 그런 걸 제외하고서 세상을 바라보면 너무 팍팍하고 재미없는 거죠. 사람은 무언가를 느끼기 위해서, 또 그렇게 느낀 것을 나름의 방식대로 표현하기 위해서 사는 건데 그런 욕망들이 모이고 모여 만들어진 게 예술인 것 같아요.


거기서 더 나아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게 예술의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해요. 별을 볼 때 이성적 관점으로 본다면 그냥 '빛을 발하는 천체' 정도로 볼 수 있겠지만, 그러면 뭔가를 더 할 얘기가 없잖아요. 근데 누군가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떠올렸다 그러면 그 그림을 아는 사람들은 그 사람의 마음에 공감을 할 수 있거든요.

 

 

K. 누군가는 별을 보고 노래를 떠올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시를 떠올리기도 할 테죠. 우리는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떠올린 사람들을 보며 그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알게 돼요. 시를 떠올린 사람을 보고서는 '저 사람은 시를 좋아하는구나', 노래를 떠올린 사람을 보고서는 '저 사람은 노래를 좋아하는구나'라고 말이죠.

 

전 그래서 예술을 알면 알수록 사람이 보이더라고요. 한 개인이 보이고 하나의 정체성이 보이고 개성이 보이고. 이런 게 너무 매력적인 것 같아요.

 

J. 예술은 결국 개인의 영역을 알아가는 일인 셈이죠.

 

*

 

정현님을 만나고 오니 답답하고 꽉 막혔던 마음이 조금은 풀어졌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구나, 하는 안도가 드는 동시에 이 길은 역시 다른 길보다 힘든 길이구나, 하는 현실도 깨우쳤다.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다. 4년 동안 쌓아온 것을 포기하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부터 편하게 갈 생각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현실을 마주하니 두려움부터 벌컥 들었다.

 

많이 두렵지만, 그래도 갈 때까지 가보고 싶다. 내 선택이 빠른 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틀린 길도 아닐테니 이런 선택을 한 날 믿고 묵묵히 걸어가고 싶다. 홀로 걷는 길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함께 갈 동반자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내게 큰 힘이 되던지.

 

귀한 시간 내어준 정현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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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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