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대세라는 로파이(Lo-fi), 누구 노래부터 들어야 해? [음악]

2부, 나만 알고 싶다기엔 너무 유명한 펑 수아베(Feng Suave)
글 입력 2021.11.02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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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세라는 로파이(Lo-fi), 누구 노래부터 들어야 해? 1부에서 이어집니다.


 

느리지 않은 비트 위에 두드러지지 않는 악기나 목소리, 어느 계절에도 스며들 수 있고 어느 분위기에나 녹아들 수 있는 로파이(Lo-fi)는 요즘 좀 힙하다는 카페에 가면 줄곧 재생되고 있다.

 

재즈 힙합, 멜로우 힙합부터 칠합(chillhop), 로파이라는 이름을 거쳐오며 모든 시대 한 켠에 있었던 이 비트가 아직도 사랑을 받는 것은 어쩌면 가장 자연스러움을 띄는 음악이라는 이유이지 않을까? 아직 채 농익지 않은 잎사귀들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부딪혀 오는 바람에 스쳐가는 소리를 닮은 이 음악의 핫가이들을 소개한다.

 

두 번째 주자는 네덜란드 출신의 뮤지션 두 명으로 구성된 인디밴드, 펑 수아브(Feng Suave)이다. 이미 알 사람은 다 알아서 한국 리스너들에게는 펭수아비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

 

밴드 이름이 샴푸 브랜드 명에서 따왔다는 것에서부터 그들의 세계는 첫 번째 주자였던 사랑전도사 조니 스팀슨(Johnny Stimson)과는 아주 딴판이다. (한국 인디밴드 이름짓기가 한 때 지금 입고 있는 하의 색깔과 가장 마지막에 먹은 음식을 합치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던 것을 떠올리면 그다지 이상하지 않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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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ng Suave 공식 웹사이트

 

 

그러나, 대충 지은 것 같은 밴드명과,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만난 다니엘(Daniel De Jong)과 다니엘(Daniel Elvis Schoemaker)의 기묘한 이름 쌍과, 그들의 정신없는 웹사이트에 속지 말자.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다가서면 부드러운 바람(Feng(風, 바람 풍) + Suave(부드러운 샴푸))이 당신을 감싸고 있을 것이다.

 

1970~80년대의 감성을 완전히 재해석해서 내놓은 펑 수아브의 음악들은 어디서도 들은 적이 없는 것들이다(그들 스스로도 새로운 장르는 개척했다고 말한 점도 매우 펑 수아브스럽다.). 한자가 그들의 밴드명에 있다는 것을 알고나서 다시 들어보면 어떻게 팝과 동양풍을 저렇게 잘 녹여서 로맨틱한 로파이 튠을 구성했을까 싶다.

 

로맨틱 멜로디 라인 뒤에 숨어 있는 가사는 사랑 때문에 죽음을 이야기하고(“Sink into the floor”), 사랑을 개미지옥(“Venus Flytrap)에 비유하는 다소 미묘할 수 있는 언어들이다.

 

사랑의 극단에서 할 수 있는 생각들을 문장으로 옮겨 놓았다. 외국판타지영화에 스쳐 지나가는 굴림체의 한국어 간판을 볼 때의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것도 같은데, 끌릴 수 밖에 없는 그런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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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ng Suave 공식 트위터

 

 

최근 8월에 발매한 EP [So Much for Gardening]의 곡들 역시 마찬가지다.


가사를 잘 모르는 사장님이 운영하는 어느 사랑스러운 카페에 흘러나올까 두렵기도 하다.”Unweaving the rainbow forever”는 세상을 동물원이라 칭하며 사랑을 부정하고, “Tomb for Rokets”은 추락하는 로켓에게 풀잎은 단검일 뿐이라고, 천국을 무덤과 동일시한다.


역시 이 가사들은 칠(chill)한 음계 위에 얹어져 있다. 항상 웃는 사람이 힘든 지 알 수 없듯 그들의 유쾌함 속에 숨겨두었던 상처가 오히려 진심으로 다가오는 역설적인 뮤지션이다.

 

또, 그들은 로켓같은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천천히 나가는 사람들이다. 폭발적인 반응을 첫 EP 발매 직후부터 받았지만, 처음 두 사람이 작업을 시작했을 때처럼 적당한 휴식과 함께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게 지금 당장 앞에 있든 버려두고 떠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행복과 어려움을 나누려고 한다. 이 과정을 선사시대 인간이 동굴 벽화를 그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정성 어린 그들의 음악에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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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ng Suave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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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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