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밋지는 참지 않긔! [드라마/예능]

드라마 <마블러스 미시즈 메이즐>(The Marvelous Mrs. Maisel)
글 입력 2021.10.3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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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러스 미시즈 메이즐>에 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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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자기 결혼식에서 축사를 할까요? 누가 그래요? 피로연 한가운데 서서 빈 속에 샴페인을 세 잔이나 마시고 나서요. 사실 배가 많이 고팠어요, 이 드레스 입느라고 3주 내내 제대로 된 식사를 못 했거든요! 아무튼, 누가 그럴까? 바로 저예요. 아름다운 밤이에요, 꿈만 같아요! 아버지에겐 악몽 같겠지만요, '꽃값은 얼마야? 버섯머리를 누가 먹어? 케이터링 업체 놈들은 유대인들이 몇 년 전에 뭘 겪었는지 알기나 해?' 하지만 오늘을 오랫동안 준비해 왔답니다. 절 아는 분은 제가 계획하는 걸 다 아실 거예요. 6살 때는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12살에는 딱 어울리는 헤어 스타일을 찾았고, 13살에는 브린모어 여대에 가겠다고 선언했죠. (중략) 하지만 이런 재미도 서론에 불과했으니 운명이 다가오고 있었어요. 어떤 남자를 만날 거였거든요. 완벽한 남자요. 키 195cm에 금발머리, 그리고 이런 이름을 가졌겠죠. 다쉬엘이나 스태포드 아니면, '조엘, 조엘 메이슬'. 그는 저에게 백마 탄 기사였고 신의 선물이었는데, 이 사람은 제가 현명하다고 생각했대요. 전 아주 운이 좋았어요. 저는 훌륭한 부모님을 만났고 안락한 인생을 살았어요. 그래서 사랑의 위대함은 알고 있었지만, 이 드레스 값이 아깝지 않을 만큼 위대할 줄은 몰랐었죠. 아무튼 제가 상상해왔던 어떤 것보다 좋아서, 오늘 이 자리에 서서 저 남자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에그롤엔 새우 넣었어요!"

 

드라마 <마블러스 미시즈 메이즐>은 주인공 '미리엄(이하 밋지)'의 유쾌한 결혼식으로 시작한다. 그의 짧고 사랑스러운 수다는 하객은 물론, 화면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던 나까지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물론 결혼식은 밋지의 마지막 폭탄 발언('에그롤엔 새우 넣었어요!', 유대인은 율법에 따라 새우를 먹지 않는다.)으로 엉망이 되지만, 그 가운데 밋지와 조엘은 누구보다도 행복하다.

 

 

 

'완벽'한 하우스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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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4년 뒤, 밋지 메이슬은 1958년 뉴욕 어퍼 웨스트사이드의 고급 아파트에서 당시 모두가 꿈꾸는 완벽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사랑하는 남편, 아들 하나에 딸 하나. 밋지는 당시 사회가 요구하던 이상적인 여성, 아내다.

 

밋지는 가족들에게 '완벽'한 음식을 제공하고, 10년 간 발목, 종아리, 허벅지, 엉덩이, 허리, 가슴의 치수를 재며 '완벽'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무려 결혼식 때 몸매랑 똑같은 사이즈다.) 그리고 그는 남편 조엘의 꿈 '코미디'를 위해 공연이 열리는 가스라이트 카페에 로스트비프 등 음식을 항상 준비해 가 출연 시간을 대신 잡아준다. 오죽하면 카페 직원이 밋지에게 "왜 직접 오질 않죠? 미래의 스타께서 직접 물어볼 수는 없어요? 왜 당신이 부탁하는 거예요?"라고 비꼬기까지 한다. 그리고 조엘이 무대에 오르면 몇 명이 웃었는지 메모하고, 남편의 코미디에 대한 나름의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기록한다.

 

또한 남편을 위해 항상 '완벽'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헤어 세팅과 메이크업을 유지한 상태로 조엘과 함께 침대에 눕는다. 조엘이 잠에 들자 밋지는 그제야 메이크업을 지운다. (물론 다음 날의 머리 스타일을 위한 헤어롤도 꼼꼼히 만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밋지는 조엘이 잠에서 깨기 전에 먼저 일어나 몰래 메이크업을 하고, 향수를 뿌린다. 밤새 잘 말린 머리도 척척 정리한다. 그리고 다시 침대로 들어가 눕는다. 알람이 울리자 조엘이 깨고, 완벽하게 풀 세팅된 아내에게 말을 건넨다. "여보, 잘 잤어? 당신은 알람 항상 못 듣더라. " (우리는 나중에 밋지의 어머니가 똑같은 일과를 수행하는 동시에 밤새 눈이 처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눈 가장자리를 테이프로 감는 것을 목격한다.)

 

밋지는 '좋은 아내'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변화의 시작이 그렇듯, 이러한 '완벽'한 삶은 유지되지 않는다. 평소와 다름없이 조엘이 가스라이트 카페에서 공연에 오르던 날, 그는 공연을 대차게 말아먹는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그의 '재능 없음'이 원인이다. 하지만 조엘은 아내 밋지 탓을 하며 그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한 술 더 떠 "당신 하곤 같이 못 있겠어."라고 말하며 밋지의 트렁크에 짐을 싸서, 밋지를 떠나려 한다.

 

당연히 밋지는 사랑하는 자신의 남편을 붙잡는다. 자신이 더 잘하겠다고 말하며 남편을 설득하려 한다. 하지만 조엘은 이런 삶이 행복하지 않다며, 당신은 자신의 꿈(코미디)을 진지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이해하지도 못한다며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는다. 그리고 화룡점정, 자신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고 실토한다.

 

여자의 정체는 바로 조엘의 비서 '페니 팬', "당신 부모님께는 대신 말해줄래?"라고 묻는 염치없는 조엘에게 밋지는 소리친다. "당신 한 말 중에 제일 웃기는 이야기군! 내일은 속죄일인데 30명 손님들하고 라비를 아침 식사에 초대해 놨는데, 이 상황에서 당신은 나한테 석양 속으로 떠나는 카우보이가 되겠다고? 그 멍청한 비서랑 같이 말이야? 그냥 이렇게 말할게. 당신이 단지 최악의 타이밍을 골랐다고! 자, 나가. 가면서 '펜' 몇 개 챙겨. 그런 거 좋아하잖아." (이런 상황에서도 밋지의 유머는 반짝거린다.)

 

밋지는 부모님에게 사실을 털어놓는다. 분명 조엘의 외도로 인한 헤어짐이기에, 밋지는 "이건 제 잘못이 아녜요"라고 말하지만 아버지는 "네 잘못이고 말고"라고 단호히 답한다. 그리고 조언한다. "넌 아직 어려. 견뎌낼 수 없을 거야. 난 조엘을 좋아하지 않지만 네겐 남편이 필요해. 애들도 아빠가 필요할 거고." "그럼 어쩌라고요. 슈퍼 가서 하나 사 와요?" "얼굴 펴고 조엘이 좋아하는 옷을 입어. 그리고 조엘을 찾아서 데리고 들어와."

 

그 당시 여성에게 결혼은 일종의 직업이었다. 생애주기에 걸쳐 '아내'가 되는 교육을 받았고, 이는 결혼 생활을 성공적으로 가꾸기 위함이었다. 멀리사 에임스, 사라 버콘의『대중문화는 어떻게 여성을 만들어내는가』에 따르면 1950년대 미국, 결혼은 '여성의 일'로 여겨졌고, 결혼을 성공적으로 유지하는 데에는 여성의 책임이 막중했다. 결혼생활의 관리인이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여성은 그 안에서 생기는 여러 일과 갈등, 스트레스 등을 관리하고 해결해야만 했다. 당연히 여성에게는 관리인 역할을 능숙하게 하라는 사회적 압력이 가해졌다. 또한 당시 전문가로 불렸던 사람들은 아내가 "집에서 남편과 논쟁을 피하고, 남편의 기분을 맞춰주고, 남편을 편히 쉬게 하고, 남편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 등이 남편과의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었다.

 

밋지는 아내의 역할을 사랑이라는 명목 아래 누구보다 잘 수행해왔다. 하지만 사랑이 어그러지고 난 후, 밋지는 실의에 빠진다. 그리고 술에 진탕 취한다. 도대체 코미디가 뭐길래. 조엘이 자신을 떠났을까 스스로 묻고 또 되새기며. 밤에 비까지 맞아가며 도착한 곳은 카페 가스라이트. 조엘이 그렇게나 원했던 (더럽고 끈적이는) 무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열 받아서 참을 수가 없다.

 

밋지는 그렇게 처음으로, 홀로 무대에 오른다.

 

 


무대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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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제 인생이 오늘 산산조각 났어요. 남편이 집 나갔다고 얘기했던가요? 그런데 남편이 비서랑 바람났단 것도 얘기했나요? 21살짜리 멍청한 계집애예요. 물론 전 순진하진 않아요. 남자들은 좀 모자란 여자를 선호하잖아요, 안 그래요? 그래도 조엘은 좀 나은 여자를 원할 줄 알았는데. 적극적이고 재치 있는 여자, 만만치 않은 여자를 원할 줄 알았죠, 무슨 뜻인지 알죠? 전 훌륭한 아내였어요. 재미있고 테마가 있는 밤을 준비했어요. 코스튬 입고 말이죠. 아이들도 낳아줬어요. 아들 하나, 딸 하나! 물론 어린 딸은 시베리아 평원 같은 이마 때문에 날이 갈수록 윈스턴 처칠을 닮아가기는 해요, 그렇다고 버리고 갈 건 없잖아요? 그 남잘 사랑했어요. 그 남자에게 그 사랑을 충분히 표현했고요. 침대 위의 유대인 여자에 관한 소문들 다 엉터리예요. 홍등가에 서있는 프랑스 매춘부들이 하는 말 들어봤어요? '지난밤에 밋지가 조엘 탁구공 가지고 뭐 했는지 들었어?' 이건 정말 말도 안 돼, 내가 페니 팬한테 남자를 뺏기다니. 그 여자 이름이에요 웃기는 이름이죠? '페니 팬'! 펜 같은 판다도 아니고. 정말 미치겠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난 이제 혼자고 어퍼웨스트사이드에서 유명한 미친 이혼녀가 될 거예요. 미안하지만, 날 보라고요! 결혼식 때 몸매랑 똑같은 사이즈를 유지하고 있어요. 이 정도 몸매면 매일 밤 집에 가고 싶어지는 게 당연하지 않아요? 물론, 오늘은 봐도 잘 모르시겠죠. 내내 울어서 얼굴이 부었으니까. 그럼 이렇게 얼굴 가리고, 여기서 여기까지 이 정도면 유혹적이지 않아요? 가만있어봐요, 배가 좀 나와서, 와인을 많이 마셨거든요. 자, 여기랑 여기 빼고 매일 밤 여길 향해서 온다고 생각해봐요. 그죠? 생각만 해도 좋죠? 안 그래요? 덤으로, 얘네는 안 받쳐줘도 탱탱해요! 정말로 페니 팬 따위가 내 가슴 하고는 상대도 안 되지! 여러분도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될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면 집에 누가 기다리고 있는지 보세요. 밥 뉴하트가 집에 이런 거 있을 것 같아요? 돈 리클스라면 몰라도!"

 

술에 취해 무대에 오른 밋지는 쉬지 않고 말한다. 무대 밑 관객들에게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필터링 없이, 다짜고짜 쏟아내는 것도 모자라 가운을 벗어던지며 알몸까지 공개한 그는 풍기문란으로 구치소에 연행된다.

  

이를 계기로 밋지는 삶에 큰 변화를 맞이한다. 밋자의 공연을 지켜본 가스라이트의 직원 수지가 그의 재능을 알아본 것이다. 자신은 애엄마고, 무대에 오른 건 단지 해프닝에 불과하다며, 더 이런 짓 안 하게 약이라도 먹겠다는 밋지에게 수지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밤 무대에서 누구 것도 베끼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했잖아요."

 

그렇게 자신의 결혼식에서 스스로 축사를 하던 유대인 여자는 대담하며, 도전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발돋움한다. 그뿐만 아니다. 밋지는 처음으로 자신의 돈('눈치 안 봐도 되는 내 돈')을 벌기 위해 일자리를 얻는다. 물론 밋지의 앞에 펼쳐진 길이 꽃밭은 아니다. 무대에 올라 실패하기도 하고, 일자리에서 일종의 좌천을 당하기도 한다. 자신의 코미디 일을 주변인들에게 숨긴다고 전전긍긍하기도 하고, 알려진 후에는 그의 커리어를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기도 한다.

 

 

 

여성, 유대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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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밋지는 무대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자신'을 이루는 층위는 크게 두 가지다. 바로 '여성'과 '유대인'이다. 그는 스스로의 목소리를 통해 자신을 이루는 정체성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전복하는 멋진 유머를 선보인다.

 

밋지는 무대에서 남편의 외도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여성과 남성에게 적용되는 롤의 미묘한 차이에 대해 묻는다. "남자는 어째서 완전히 다른 규칙이 있는 거 같죠?" 그러자 한 남성 관객이 외친다. "이봐요! 집에 가서 부엌이나 치워요!" 그리고 밋지의 반격, "전 유대인입니다. 그런 건 돈 주고 다른 사람한테 시키죠." 이쯤 되면 입을 다물만도 한데, 진상 같은 관객은 꾸역꾸역 되받아친다. "여자들은 안 웃겨요." 이에 대해 밋지는 결정적인 킥을 날린다. "부인께선 유머 감각이 확실히 있으시네요. 당신 벗은 몸을 보셨잖아요."

 

밋지는 여성혐오로 무장해 야유하는 관객보다 한 수 위다. 밋지의 '여성성'을 공격하는 관객에게 그는 '유대인'이라는 또 다른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그는 자진해서 유대인을 자처한다. 비록 그 '유대인'의 특성이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것, 수치심의 원인이 되는 것일지라도 말이다. 그러면서 자신에 대한 편견을 뒤집고 관객의 편협함을 폭로한다. 더욱이 완벽한 건 이 모든 과정이 미친 듯이 웃기다는 점이다.

 

또한, 온실 속 안락한 삶에서 벗어나 여성에게 차별적인 업계에서 밋지는 그가 '여성'이라는 점을 적극 활용한다. 여성, 더 나아가 '사회가 사랑하는 외모의 여성'이라는 점에서 밋지는 계속해서 무시당한다. 웃겨 보이지 않는다며, '가수' 아니냐며 끊임없이 의심받는다. 하지만 밋지는 이러한 편견에 굴하지 않는다. 어떤 무대에 오르기 전, 밋지 전 순서이던 남성 코미디언은 그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신사 숙녀 여러분, 사랑스러운 숙녀분을 환영해주세요. 여러분을 웃기지 못하면 적어도 저녁 식사는 만들어줄 겁니다."

 

그럼에도 밋지는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자신은 '여성'이기에 웃길 수 있음을 어필한다. "남자 대부분은 영혼에 생긴 구멍을 메우기 위해 유머를 사용할 줄 아는 건 단지 자기들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은 모두에게 여자는 웃기는 법을 모르고 남자만이 웃긴다고 말하고 돌아다니죠. 이제 이 점을 생각해보세요. 코미디의 연료는 억압이에요. 무력함, 슬픔과 실망, 체념과 치욕 같은 것들로 생명을 이어가죠. 이런 게 다 여자들의 삶을 묘사하는 말들 아닌가요? 이런 기준으로 판단하건대 여자만이 웃길 수 있어요!"

 

코미디는 일종의 일탈과 위반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웃음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평범' '정상'을 위배하는 것들의 틈입이 필요하다. 밋지의 코미디 또한 정상이 비정상으로 전환되며 시작된다. 당시의 사회 가치규범이 칭송하던 삶에서, 하루아침에 '평범 이하'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밋지는 무대 위에서 변해버린 자신의 삶, 그 가운데에서 느끼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평상시에는 한 번도 내뱉어보지 않았던 욕설을 무대 위에서 내뱉고, 섹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태 숨겨왔던 사적인 모든 것들을 공적인 자리에서 마구 발화하기 시작한다.

 

이는 자연스레 (정상에서 비정상으로 규정되며 깨달은) 억압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제가 일하면 어때서요? 이혼하면 어때서요? 혼자면 또 어때서? 왜 여자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보는지 신경을 써야 하죠? 모든 여자요. 아름답고, 성공한 여자도요. (중략) 왜 여자는 자기가 아닌 그 무언가인 척해야 하죠? 왜 여자라서 멍청하지도 않은데 멍청한 척을 해야 하나요? 왜 우리는 무력하지도 않은데 무력한 척을 해야 하죠? 왜 미안하지 않으면서 미안한 척을 해야 하고, 우리는 왜 배고프면서 배고프지 않은 척을 해야 하죠?"

 

하지만 웃음은 필연적으로 양가적이기에, 밋지의 유머를 불쾌하게 여기며 야유하거나 자리를 떠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밋지의 '선을 넘는' 유머에 상처를 입는 주변인들의 모습도 목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밋지가 'Marvelous(놀라운)' 이유는, 그가 무대 위에서 던지는 유머와 무대 아래에서의 삶이 서로 밀접하게 얽혀 나가며 성장한다는 점이다.

 

 

 

밋지의 다음 무대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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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밋지의 굉장함을 논하긴 했지만, 앞서 말했듯 밋지의 앞에 펼쳐진 길이 꽃밭은 아니다. 승승장구하던 밋지는 시즌3의 끝에서 엄청난 실수와 실패를 맞닥뜨린다. 하지만 여느 성장담이 다 그렇듯이 밋지는 다시 일어설 거다. 인생이 산산조각 난 날 홀로 무대에 오른 것처럼 말이다. 인생이 하향곡선을 그릴 때, 밋지는 그를 원료로 삼아 날아올랐고, 또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밋지는 참지 않으니까 말이다!


 
"난 다시는 실패 안 할 거예요."
"당신은 실패할 거예요, 하고 또 하겠죠."

"그럼 왜 이런 걸 하고 앉아있어요? 계속 실패를 하고 또 하는데?"

"그게 과정이니까요."

- <마블러스 미시즈 메이즐> 시즌 1 中, 밋지와 수지의 대화

 

 

글을 마무리하며, '너무 많은 대사들을 옮겨 적었나?' 그런 걱정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하지만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보자면, 혹시나 우연히 이 글을 마주칠 사람에게 밋지의 유머와 그 사랑스러움을 최대한 가감 없이 전해 주고 싶었다. 아무래도 밋지라는 캐릭터를 너무나 사랑하게 된 게 틀림없다. 나까지 수다쟁이가 된 기분이다.

 

<마블러스 미시즈 메이즐>에는 이 글 이상의 풍부한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 다들 꼭 이토록 놀라운 밋지와 만나보시길. '참지 않긔'의 귀환을 기대하며, 다음 시즌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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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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