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텅 빈 남자, CASE CLOSED [웹툰]

웹툰 <닥터 프로스트>
글 입력 2021.10.3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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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닥터 프로스트>가 막을 내렸다. 많은 독자들을 심리학의 세계로 인도한 작품이자, 다수의 심리학과 지망생들을 양성한 역사적인 작품이다. 10여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연재된 작품인 만큼 거대한 서사를 담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여러 내담자의 상담 일지라는 작은 이야기에서 시작한 서사는 자아를 찾기 위한 여정으로 확대된다. 개인적인 인간 감정에 대한 고찰에서 거대한 사회의 단면을 통찰하고, 거대한 혐오의 뿌리를 찾아내는 거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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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2에서는 다양한 내담자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가진 감정에 대한 고찰을, 시즌 3에서는 자신의 거대한 원형을 찾는 경험을, 시즌 4에서는 거대한 사회의 단면을 통찰하고, 거대한 혐오의 뿌리를 찾아내는 거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동시에 자신의 결핍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생의 길을 찾는 경이로움까지.

 

단순히 심리학을 다룬 웹툰이라서가 아니라 서사를 극대화하는 연출과 탄탄한 스토리, 자아 탐색을 심리학이라는 소재와 연결시켜 인간의 자아 탐색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남자의 잃어버린 조각을 찾는 이야기 <닥터 프로스트>다.

 

*

 

천재 심리학자라 불리는 프로스트는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한다. 첫 등장에서 ‘당신의 문제에 공감할 수는 없다’는 말을 내뱉으며 주위를 놀라게 한 인물이지만, 여러 내담자를 만나는 상담실에서 활동한다. 시종일관 무표정을 짓고 있는 프로스트의 상담은 수학 문제를 풀 듯이 내담자의 상황과 반응을 포착해 이론과 수천 가지의 케이스를 대입해 해결하는 상담이 이어졌지만, 차근차근 엉킨 실타래를 풀어가며 문제를 해결한다.

 

많은 내담자를 만났음에도 내담자들의 문제에 논리적으로 이해할 뿐, 감정에는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 다만, 무언가의 벽에 막혀 표출되지 못한 감정은 정신적 아버지였던 천교수님의 죽음 이후 폭발하듯 터져 나온다. 소중했던 사람의 상실은 프로스트의 일상을 뒤흔들었고, 그의 자아 찾기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개인에서 사회로 확장한 서사는 한 남자의 자아 찾기 서사와 맥락을 같이한다. 타인을 비추는 거울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사회 속에서 속한 집단을 통해 나를 인식하는 것, 그 과정에서 상실과 슬픔을 겪으면서 내면을 갈고 닦음을 반복한다.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말은 쉽지만,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은 고될 뿐이다. 한 개인의 자아 찾기를 시즌 4에 걸쳐 이뤄낸 것처럼, 끊임없는 자기 의심과 성찰이 필요한 일이다. <닥터 프로스트>에서도 자신을 찾기 위한 길고 긴 여정을 독자와 함께하면서 독자 또한 외면했던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각자의 자아를 찾는 여행을 시작한다.

 

 

“인간이란 자기 안의 그림자를 직시하며 양지를 향해 떠나는 여행자와 같다. 그 여행의 끝에서 우리는 또 다른 누군가의 태양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닥터 프로스트> 中

 

 

시즌 1~2 각각의 이야기들은 때로는 비극적이기도 하며, 한없이 무너져 회복되기 어렵고 막막하더라도, 그럼에도 문제를 직면하려 첫발을 내딛는 모습은 아름답기도 하다. 어쩌면 내담자가 문제에 직면하고, 인정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모습은 자아 찾기 여행의 본질임을 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닥터 프로스트>에서 매니가 극한의 상황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 ‘스스로의 힘으로 고통스러운 시기를 통과해 본 적이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자신의 조각을 찾는 과정의 시작은 내면을 탐색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시즌 3에서는 프로스트가 정신 병동에 입원하면서 겪은 사건을 다룬다. 제삼자가 되어 자신의 기억으로 회귀하는 연출을 통해 객관적으로 자신을 성찰하는 것과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직면하려 도움을 요청하는 행동은 무감각한 지난 날과 대비된다.

 

시즌 4에서는 대중을 조작해서 서로 미워하게 만들려는 문성현에 맞선다. 자신이 지켜봤던 인간의 본성에 실망하고 기대가 배신으로 돌아왔음에도 프로스트는 인간에게 희망을 놓지 않는다. 누구나 그러하듯, 누군가를 미워하고 대상에 분노하는 일은 쉽다. 희망을 기대하면서 사는 것보다는 희망을 흘려보내 묻어두는 것이 고통스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게 더 편하고, 괜히 잔인한 현실을 마주해 스스로를 고통에 빠트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현실은 쉽게 분노하고, 혐오할 대상을 찾으려고 한다.

 

프로스트는 혐오의 시대에 인간에게 희망을 찾는다. 무너진 기대에 회의감이 들고, 인간이라는 존재에 실망한 들, 다시 희망을 걸어본다. 여러 상담에서 증명했듯,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혐오가 아니라 사랑이기 때문이다. 프로스트와 문성현의 시작은 비슷했지만, 그 끝에서 아예 다른 결과가 되어버린 결정적 이유는 바로, 사랑이다. 인간을 사랑하고 희망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다시 일어설 용기와 힘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개인을 변하게 하는 것, 세상을 변하게 하는 건 혐오가  아닌 사랑이라는 건 분명하다.

 

*

 

“인간이란 자기 안의 그림자를 직시하며 양지를 향해 떠나는 여행자와 같다.” <닥터 프로스트>를 관통하는 이 문장처럼, 희망이라는 힘겹고 고통스러운 선택을 통해 자신의 그림자를 직시하며, 그 끝엔 누군가의 태양이 되어 희망을 주는 것이 결국에는 자신을 찾는 여행의 본질이자,  궁극적으로 말하려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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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트는 이 과제를 훌륭하게 해냈다. 첫 등장에서 ‘당신의 문제에 공감할 수는 없다’고 주위를 놀라게 했던 프로스트는 마지막에서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말로 바뀌게 된다. 이 두 문장 사이에는 한 인간의 놀라운 역사가 담겨 있다. 인간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함에도 자신을 알기 위해 여러 내담자를 만나고, 진실을 용기 있게 마주하며 마침내 자아를 찾게 된다는 이야기는 자신과의 상담 종료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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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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