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옥섭과 구교환, 2X9의 단편들 [영화]

2X9의 다섯 편의 단편들을 소개한다.
글 입력 2021.10.2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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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 튀는 대사들과 눈을 떼어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영상들, 한 번 들으면 뇌리에 박혀 나갈 생각을 않는 음악들과 현실적이어서 시리게 느껴지다가도 실없이 웃게 되는 개그 코드들. 이옥섭과 구교환 감독의 첫 합작인 <연애다큐>를 처음 보았을 때 이 모든 감상이 40분 남짓하는 러닝타임 동안에 떠올랐다.

 

서울 독립 영화제 시나리오 공모 마감 전날에 합을 맞춰 시나리오를 짰다는 <연애다큐>는 이런 영화는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영화였다. ‘2X9 유니버스’는 물들면 물들수록 헤어나올 수 없는 힘을 가졌고 이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여러모로 특별하고 소중하다. 이 글을 통해 이옥섭 감독님과 구교환 감독 겸 배우님의 단편 영화들을 소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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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들 다수의 작품은 유튜브에서 감상할 수 있는 데다 영화 소개의 순서 또한 영상들의 '오래된 순'을 따를 예정이라 이번 글은 유튜브 채널 소개나 다름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먼저 소개할 두 작품은 구교환 감독의 [WELCOME TO MY HOME](2013)과 <왜 독립 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2013)다.

 

 

 

WELCOME TO MY HOME(2013)


 

 

 

[WELCOME TO MY HOME]에는 오랜만에 들어가니 연령 제한이 생겼다. 교환은 집에 들어가자마자 죄 없는 오리 빨래통에 주먹을 꽂는가 하면 몸을 구석구석 닦고 주방에서 요리하며 담배를 뻑뻑 피워댄다. 전체 연령이 봤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사실은 연령 제한이 생길 법도 하다. 저 남자 왜 저럴까.

 

"교환은 오늘 승조와 수경이의 집들이에 초대받지 못했다.."가 작품의 제작 의도다. 먼 데서 이상한 사람 구경하듯 보다가 문득 머리를 스치는 것은 내 하루는 교환의 하루와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닮아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확실한 것은 <나 혼자 산다>에서 보여 주는 사람들의 일상보다는 교환의 일상이 나와 더 닮아 있다는 것이다.

 

승조와 수경의 집들이에 초대받지 못한 교환은 그럼에도 구석구석 몸을 닦고 혼자서도 잘 놀다가 잘 때쯤 되어서야 즐거운 집들이 장면을 상상하고 살짝 쓸쓸해진다. 일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공허함에 재미를 더해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 것은 이 작품이 갖는 장점이자 강점일 것이다.


 

 

왜 독립 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2013)


 

 

 

<왜 독립 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는 영화를 제작하는 입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영화였다. 기환은 자신이 출연한 독립 영화들을 찾으러 다니고 감독들은 자꾸만 dvd를 주지 않으려 한다. 자신에게 있어 영화는 숨이라고 말했던 ‘수염 선배’는 치약 판매원이 되어 기환에게도 치약을 광고하고, 과거 촬영 현장에서 열정 넘치게 감독하던 ‘카와이 순지’는 영화를 주지 않으려 손아귀에 힘을 꽉 쥔다. 기환은 겨우 디븨디를 빼앗고 순지는 울먹이면서 소리친다. “그 영화 하나로 나 판단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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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기환은 겨우 모은 dvd들이 가득 들어 있는 쇼핑백을 지하철 벤치에 두고 온다. 기환은 발등에 불이라도 붙은 것마냥 쇼핑백을 두고 온 자리로 달려가고 쇼핑백은 다행히도 같은 자리를 잘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dvd 위로 쌓인 것은 바나나 껍질을 비롯한 각종 쓰레기들. 쉽게 판단되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들이 가득 든 쇼핑백도 누군가에겐 하등 쓸모없고 무관심한 것이다. 두 단편을 통해서 감독 구교환은 유머러스하게 정곡을 찌를 줄 아는 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4학년 보경이(2014)



 

 

신뢰를 중요시 여기면서도, 나의 마음은 한결같지 않음을 알고 있어 괴롭다. 한결같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보경이가 밉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닌 척 하지 말기. - 제작 의도

 

 

이옥섭 감독님이 연출한 <4학년 보경이>는 김꽃비(보경), 구교환(덕우) 주연의 작품이다. 4학년 보경이>에서는 4년 간의 연애 관계를 맺고 있는 보경이와 덕우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많은 포인트 중에서도 이 작품에서 유독 빛을 발하는 것은 삽입되는 음향들의 상징성이다. 보경은 덕우에게 전화를 걸고 컬러링이 들려온다. “만날 수 없어, 만나고 싶은데 그런 슬픈 기분인걸.” 이 가사는 4년 간의 연애를 이어오며 보경이 느끼는 권태감을 상징하는 듯 하다. 보경과 덕우가 지하철 내에서 듣는 방송은 “갈아타시기 바랍니다.”를 세 번 연속으로 알리고 마찬가지로 연에 끝물에 들어선 둘의 관계를 나타낸다.

 

이외에도 영화는 실제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는 것만 같은 배우들의 연기와 위트 넘치는 이옥섭 감독님의 연출로 인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통통 튀는 이야기의 흐름 속에 감독님이 전하고 싶은 의도는 무엇인가 하면, 한결같지 않은 보경이를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4학년 보경이>가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걸스온탑(2017)


 


 

 

“좋은 데 가는 거야. 나 없을 때 너 집에서 혼자 기다리는 것보다 친구들이랑 지내면 좋잖아. 보러 오는 사람들도 많고. 거긴 천장도 높고 보일러도 따뜻해.” 주인공인 우희(천우희)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걸스온탑>은 이옥섭, 구교환 공동 연출 작품이다. 우희는 자그마한 선인장을 키우기 시작하지만 6평밖에 되질 않는 자취방에선 키가 커 버린 선인장을 둘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식물원에 둔다. 공중 곡예를 관두기로 했다고 선언하는 주영(이주영)은 이제는 외발자전거의 시대라며 외발자전거 타기를 연습한다.

 

우희와 주영이 주고받는 핑퐁은 가볍지만 가볍지 않다. 선인장 잘 있지? 주영은 묻지만 우희는 자전거를 연습하는 주영에게 조심하라고 말하며 대답을 회피한다. ‘높일 수도 없고, 천장을 뚫을 수도 없는’ 탓에 선인장을 두고 왔기 때문이다.

 

손가락에 반창고를 붙인 채로 스스로를 팔로 감싸 안고 앉아 있는 우희에게 주영은 선인장을 찾아오자고 말한다. 둘은 선인장을 찾아오러 떠났을까, 떠나지 않았을까. 영상에서 직접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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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온탑>에서 주목되는 것은 영상의 색감이다. 우희가 선인장을 처음 만났을 때, 우희가 스스로를 안고 있을 때,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창가에서 빛이 들어올 때, 주영이 ‘곁에만 있어 주면 되는 거 아냐?’하고 물을 때. 이 장면에서는 노란 필터가 장면들의 메시지를 더욱 와닿게 하고, 또 보는 이들을 따뜻하게 감싸려 팔을 벌린다. 아픈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음에도 포근하고 따뜻한 인상을 받는 것은 영화를 지배하는 이 색감 덕일 것이다. 색감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메시지를 극대화시키는 것은 <걸스온탑>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연애다큐(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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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소개할 영화는 앞서 언급했던 <연애다큐>다. <연애다큐>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제작된 영화 <오늘영화>에 수록되어 있다. 연인인 교환(구교환)과 하나(임성미)는 영화 제작을 위한 지원금이 필요하다. 이들은 500만원이라는 사전제작지원금을 얻기 위해서 자신들의 연애 이야기를 담은 셀프연애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보려 하지만 교환과 하나는 둘 사이 점차 새겨지는 금들을 어쩌지 못한 채로 헤어지게 된다. 이별을 고한 상태에서 이들의 프로젝트였던 <프로젝트명: 러브>는 지원금을 타게 되고, 둘의 관계는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에서는 유머러스하게 정곡을 찌르는 것이 돋보이는 특징이었다면 <걸스온탑>에서는 가볍게 주고받는 대화들에 상징이 가득했다. <연애다큐>에서의 여러 장면들과 대사들은 이 영화들에서 볼 수 있었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2x9 영화 스타일의 집대성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갑자기 아빠에게 교환이를 소개시켜 줄 마음이 사라졌다. 그냥 변덕이었다. 두 시간 동안 오토바이를 탔는데 아직 여의도를 못 벗어나서도 아니고 지식인에서 봤다는 그 저질스러운 오줌소태 퇴치법이 소용 없어서도 아니었다. 그건 그냥 변덕이었다."

  

 

극중 하나의 대사다. 아버님댁이 일산인지 성남인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교환은 장거리 운전을 위해 몸을 풀고, 캠코더를 좀처럼 놓지 않는 하나는 이런저런 장면들을 담으며 도로 위를 함께 달린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지만 하나는 교환을 아빠에게 소개시켜 줄 마음이 사라졌다. 변덕을 드러내지 않은 채로 어제도 했던 말을 또 하는 교환을 보는 하나의 눈에서는 어떤 감정도 읽히질 않는다. 하나의 눈을 보고 있으면 이유 없는 변덕의 이유를 알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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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여자도 여권 사진인 줄 딱 알았어. 눈이 너무 슬프잖아. 떠날 사람은 준비하는 게 보여." 교환네 아버지는 사진관인 삼호 스튜디오를 운영하신다. 하루는 아버지 대신 교환과 하나가 사진관 일을 돕는데, 눈이 슬픈 손님의 사진을 보정하는 교환은 떠날 사람은 준비하는 게 보인다고 말한다.

 

교환의 대사 이후 보이는 것은 선택 초점 된 하나의 얼굴이다. 냉랭한 얼굴을 한 하나의 눈은 슬퍼 보이고 모니터 속 여성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교환은 그런 하나의 눈을 알아채지 못하고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실은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 부러 보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이처럼 영화는 사소하고 일상적인 방식으로 한 연인이 멀어져가는 과정을 담고 있어 와닿는다. <연애다큐>에서 보여 주는 사소함 속 균열은 무기 그 자체다. 사소한 것이 결국은 ‘다시 붙여도 예쁘지 않은’ 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2X9의 다섯 작품만을 소개했지만 이 작품들 외에도 <플라이 투 더 스카이>, <세마리>, <로미오: 눈을 가진 죄>를 비롯한 브이로그 시리즈와 이들의 첫 장편 영화인 <메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여러 플랫폼에서 감상할 수 있다. 해당 단편들에 등장하는 이들을 장편 <메기>에서 찾아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2X9의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하며 출구 없는 세계에 푹 빠져 보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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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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