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간편하지만 든든한 뉴스 [문화 전반]

CBS 영상 콘텐츠 채널 <씨리얼>로 보는 모바일 뉴스의 현주소
글 입력 2021.10.2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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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영상 콘텐츠 채널 <씨리얼>: 그들이 말하는 ‘진짜’ 세상


 

기존 언론에서 주목하던 경성뉴스는 10,20대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어렵고 복잡한 사회의 이야기와 틀에 박힌 전달방식은 뉴스가 ‘딱딱하고 지루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만들었다. 변화된 세상 속에서 훨씬 더 다양한 요소들이 뉴스의 가치를 형성한다. 젊은 세대는 사회적 영향력과 공공의 가치를 중요시한다. 모바일 뉴스는 그들을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이슈에 관한 댓글을 통해 타인들도 관심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몰랐던 세상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CBS에서 제작하는 디지털 콘텐츠 <씨리얼>은 'See: 우리 눈높이에서 우리 시선으로, Real: 진짜 세상을 바라보다.'라는 의미로 다양한 이슈를 재치있게 풀어낸다. 2016년, 청년 인턴들이 SNS에 제작 영상을 게재하는 프로젝트로 시작해 현재 구독자는 27.8만명이다. 페이스북 팔로우 수는 15만명으로 유튜브 영상과 연동해서 운영하고 있다.

 

 

 

재치있게 그러나 묵직하게


 

CBS의 노컷뉴스 채널은 방송자료를 그대로 활용하지만, 씨리얼은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CBS의 서브채널이다. 씨리얼은 레거시 미디어가 집중하지 않은 ‘비주류’의 이야기를 통해 언론이 외면해온 소수자, 인권, 각종 참사 및 국가폭력 등을 중점으로 다룬다. 이 부분에서 다른 방송사 채널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타 방송사의 서브채널은 친근한 말투와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요점만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주제를 다루면서 화제성과 시의성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씨리얼은 지방취준생, 화상 부상자, 선거, 노숙자, 고졸 노동자 등 숨겨진 이들의 목소리를 알리고 꾸준히 대두되던 문제들을 재조명한다. 상당히 무거운 주제지만, 특유의 재치로 녹여내 대중성과 유익함을 확보한다. 타 채널에서 정치색과 특정 집단의 의견을 지지하는 모습을 담아 논란이 있었다. 씨리얼은 ‘선거 벼락치기 편’에서 관련된 정보를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복잡한 내용은 칠판을 사용한 핸드메이드 모션으로 깔끔하게 정리한다. 사회적 문제와 그동안 어렵다고 생각했던 정치에 대해 누구나 알기 쉽게 눈높이에 맞춰 설명한다. 딱딱한 뉴스에 지루한 젊은이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분량은 2분부터 20분까지 콘텐츠에 따라 상이했다.

 

 

 

모든 세상의 일은 결국 ‘나’의 이야기


 

 

 

씨리얼은 특정 문제를 바로 '나의 문제’로 대면하게 한다. 동떨어진 얘기가 어느새 ‘나’의 이야기로 직면해 이슈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된다. 씨리얼의 영상 중 <지하철에서 이상한 장면을 봤을 때 대처법>은 지하철 성추행을 목격한 사람의 시선에서 대처법을 흥미로우면서도 쉽게 설명한다. 누구나 생각했을 질문을 캐릭터가 읊조린 후, 영상을 통해 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준다. 사람의 손가락을 이용해 재연한 상황은 마치 그곳에 있는 것처럼 현장에 몰입할 수 있다. 독자들에게 문제의식 공유와 함께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탁월하게 제시한다.

 

씨리얼은 양방향 소통을 중요시한다. 구독자 애칭을 ‘씨리즌’으로 정하며 커뮤니티를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 작년 10월에 업로드된 브리타 정수기의 실체를 다룬 영상에서 많은 사람이 필터 재활용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브리타 어택에 참여했다. 씨리얼의 영향력은 브리타코리아 측으로부터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이끌었다. 단순보도에 그치지 않고 변화를 일으킨 씨리얼이 저널리즘 덕목의 ‘리얼’을 보여준 것이다. 씨리얼은 독자적으로 뉴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시청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뉴스의 본보기다. 큰 힘을 발휘하는 당사자의 목소리 씨리얼은 초창기에 어려운 주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상이 대다수였다. 최근에는 문제를 겪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사회를 지적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곡진히 담아내서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씨리얼은 유독 신상을 공개한 출연자들이 많다. 이 채널이 차곡차곡 쌓아온 가치가 사건에 대해 왜곡하지 않고 목소리를 그대로 전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형성했다. 주제에 어긋나지 않도록 신중한 편집을 통해 많은 사람이 묻어둔 용기를 꺼내 볼 수 있게 한다. 섭외력이 중요시되는 탓인지, 타 방송사 채널처럼 일상적으로 영상을 쏟아내기보다 정성 들인 영상을 일주일 간격으로 올리는 편이다. 청년들의 이야기 같은 경우, 일반인들이 출연하며 친근함으로 젊은이들에게 어필한다.

 

 

 

모바일 뉴스의 현주소


 

완성도 높은 영상도 부정적인 댓글은 불가피하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피해자는 얼굴을 공개하고 영상에 출연한다. 이들의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은 채 댓글의 비난을 받아야 한다.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위로를 받기도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이유 없는 질타와 야유를 퍼붓는다. 용기를 내서 나왔지만 출연진들이 오히려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다. 다행히도 제작자들이 댓글을 수시로 검열하면서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표현의 자유에 어긋난다는 반발의 목소리도 있지만, 출연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다. 씨리얼은 앞으로도 영상에 불필요한 과장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피해자를 콘텐츠화할 때 신중해야 한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누구나 뉴스를 제작할 수 있는 시대다. 그 여파로 과잉생산된 뉴스는 자극적인 제목, 수많은 가짜뉴스가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공영방송사조차 팩트체크가 안된 기사나 오보를 전달한다. 언론의 위상은 예과 달라졌다. 전문성과 객관성, 모르지만 알아야 하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언론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뉴스의 창구가 한정적이었던 과거를 벗어나 모바일 뉴스는 언론사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유튜브는 ‘채널’이기 때문에 자체적인 브랜드 구축과 뚜렷한 정체성을 통해 타깃을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씨리얼도 마찬가지다. 아직 지상파 방송사 채널에 비해 구독자는 적지만,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 그 어떤 곳에서도 주목하지 않은 사람들, 말할 창구가 필요한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성실하게 담아낸다면 더 많은 사람이 '진짜 세상'을 보게 될 것이다.

 

콘텐츠의 확장은 사람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주고 채널의 순수한 가치를 더한다. 구독형 이메일 서비스 ‘뉴닉’과 중앙일보 기자들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듣똑라’ 등 뉴스는 창의적인 방식으로 세상살이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종이신문이 독자들로부터 멀어졌지만, 정작 기사 자체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사회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을 빠르고 재밌게 해소할 수 있다. 앞으로도 열혈독자들이 뉴스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언론사들의 발 빠른 변화와 발전을 소망한다.

 

 

[이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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