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계절에 관한 고찰 [사람]

글 입력 2021.10.21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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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찾아온 추위에 옷장이 분주해졌다. 봄과 여름에 차곡차곡 쌓여있던 옷들을 급히 꺼내본다. 나는 추운 것이 싫다. 눈물이 날 정도로 날카롭게 부는 바람과 귀를 시원하게 관통하는 그 온도, 자꾸만 옷을 여매어도 속이 춥다고 생각하면 뭘 입어도 추운 날씨가 된다.

 

옷에 관심이 많은데 이렇게 추운 날이 되면 어떤 옷을 입어야할 지 고민이 된다. 패션에 만족하려면 추워야하고 따뜻하려면 패션을 포기해야한다. 그래서 나는 내게 이런 고민을 안겨주는 추운 날씨들의 집합이 싫다.

 

그럼에도 그 사이에는 나름 그리운 구석들이 있다. 가을과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오후 시간의 따뜻함이다.

 

추운 밤과 무척이나 대비되는 낮의 따뜻한 햇살들. 그리고 유독 가을과 겨울에만 기억나는, 그리고 어울리는 노래들. 내게 봄과 가을은 둘 다 falling인데 봄은 falling in love가 잘 어울리고 가을은 falling leaves가 떠올라 헤어지는 것이 자연스레 생각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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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추수의 계절. 한 해 동안 여문 곡식을 거두는 것처럼 가을은 무엇을 첨언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모든 게 수용되는 날씨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만났을 때, 봄과 여름에는 생동감이 팡팡 터지는 것이라면 가을은 뭔가 내가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아도 나의 침묵이 허용되는 계절의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면 나의 계절은 언제일까. 봄과 여름은 나의 계절이다. 빛으로 계절을 좋아한다. 따뜻하다못해 뜨거운 빛까지도 사랑한다. 그렇기에 내게 어떤 걸 입어도 허용되는 계절이다. 흰 반팔티에 청바지만, 아니면 트레이닝 바지만 입어도 충분히 힙해지는, 나를 드러낼 수 있는 날들의 연속이다.

 

이 두 계절을 보낼 때는 길가에 핀 꽃들의 향들과 매미의 울음 소리와 해가 길어 무엇이든지 오랫동안 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

 

점점 짧아지는 해에 아쉬움만 가득하지만 올해 가을은 누구보다 신나게 가을을 만끽해보려고 한다. 다가오는 계절에 싫어하지도 거부하지도 말고 수용하면서 내 방식대로 이 계절을 맞이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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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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