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재난에 맞서는 유쾌한 자세 [영화]

글 입력 2021.10.2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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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어 보여도 다 이유가 있어

 

엑시트는 누구나 한 번쯤 봤을 만한 재난 영화의 플롯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재난 영화는 결국 어떤 종류의 재난을 다루느냐에 따라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폭이 정해진다고 생각되는데 그런 점에서 엑시트가 재난의 도구로 유독가스를 택한 건 퍽 설득력 있는 선택이었다. 특히 공기를 타고 위로 상승하는 유독가스의 특성을 적절히 이용한 설정은 암벽 등반이라는 주인공들의 특기를 가장 돋보이게 해주는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현재 백수 생활 중인 조정석은 엄마 고두심의 칠순 잔치를 위해 가족들과 함께 구름정원 뷔페를 찾게 되는데 그곳에서 만난 부점장 윤아와는 대학 시절 함께 암벽 등반 동아리에서 활동한 인연이 있다. 평소에는 사용할 일도 자랑할 일도 없었지만, 재난 상황을 계기로 두 사람은 아무 쓸모없는 취미라 구박받던 암벽 등반을 통해 갑작스러운 재난 속에서 주변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당당히 구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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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영화가 좋은 이유

 

내가 재난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영화를 보는 그 순간만큼은 평소에 없던 인류애가 샘솟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재난 영화에서 위급한 상황을 해결하는 뜻밖의 인물은 모두가 무시하고 하찮게 생각하는 인물인 경우가 많은데, 마치 백수에 골칫덩어리로 여겨지던 조정석이 기지와 재능을 발휘해 모두를 구해내는 것과 같다. 특히 재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타인을 위한 행동을 하는 주인공들을 볼 때면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동을 느끼곤 한다. 영화 속에서 조정석과 윤아는 본인들이 구조될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를 타인에게 양보하고 타인을 위한 선택을 기꺼이 해내며 비록 그 과정에서 때로는 갈등하고 때로는 지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 모습조차도 사랑스러워 보일 정도로 유쾌하고 솔직하게 재난 상황에 맞선다. 이렇게 영화가 가진 특유의 재치와 웃음 그리고 설득력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 엑시트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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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의 재발견

  

국민 걸 그룹 소녀시대의 센터 윤아는 가수로서의 커리어뿐만 아니라 2007년 9회 말 2아웃을 시작으로 너는 내 운명, 총리와 나, THE K2 등 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도 착실하게 쌓아왔다. 새침하고 깍쟁이 같은 이미지와는 다르게 씩씩한 역할도 많이 맡아왔지만, 특히 이번 작품에서 윤아는 한층 더 안정적이고 탄탄한 연기를 보여준다. 남자 주인공인 조정석이 난관을 헤쳐나갈 때마다 옆에서 완벽하게 보조하는 건 물론 때로는 웃음을 책임지기도 하고 지질함을 담당하기도 하며 남자보다 더 빠르고 지치지 않는 달리기로 러닝타임을 내내 누빈다. 언제 이렇게 든든한 배우가 되었는지 새삼 그녀의 성장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20대 여배우 기근인 충무로와 브라운관에 이토록 모든 면이 적절한 배우가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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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라는 이름의 무게

  

생각해 보면 엑시트에는 전 국민이 모두 알 만큼 유명하거나 한 영화를 온전히 책임진 경험이 많은 배우들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텐션을 잃지 않고 자연스럽게 씬을 넘나드는 건 등장하는 모든 배우가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조정석의 아빠로 등장하는 박인환과 고두심은 그냥 집에 가면 있을법한 우리네 엄마 아빠이고, 첫째 누나를 연기한 김지영을 필두로 둘째, 셋째 누나인 황효은과 이봉련은 언젠가 만나본 게 확실한 옆집 언니들 그 자체다. 특히 용수 역의 유수빈이 극 중에서 보여 준 실감 나는 "살려주세요" 연기는 관객 모두를 공감케 하는 에너지를 뿜어내며 큰 웃음을 선사했다. 배우의 이름만으로 영화에 힘이 실릴만한 요란한 캐스팅은 아니지만, 서로의 모습을 조화롭게 이어나가는 배우들의 힘이 아마 이 영화가 900만이 넘는 관객을 스크린 앞으로 데려올 수 있었던 가장 큰 무기가 아니었을까.

 

 

[서은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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