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프랑스의 '얼굴 가림 금지법' [문화 전반]

배경과 세 가지 명분
글 입력 2021.10.2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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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가림 금지법'은 2010년 10월 프랑스의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 후 6개월 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2011년 4월 11일부터 시행되었다. 프랑스 법안에서는 이 법에 '부르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공공장소서 얼굴가림을 금지하는 법'이라고 한다.

 

정부청사, 법원 등의 관공서를 비롯한 백화점, 병원, 학교, 길거리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부르카와 니캅 등의 이슬람 의상을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시에서는 최고 150유로의 벌금을 부과하고, 시민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위반자와는 다르게 착용을 강요하는 사람에게는 벌금 3만유로를 부과하거나 최고 1년형에 처해지며, 미성년자에게 강요하면 2배로 처벌받게 된다.

 

이 법을 실행하게 된 배경은 먼저 1989년 일명 '헤드스카프 사건'으로 시작된다. 1989년 10월 파리 근교 크레이의 한 중학교에서 모로코 출신의 세 여중생이 종교적인 이유로 수업시간에 그들의 헤드스카프를 벗으려 하지 않아서 퇴학을 당한 사건이다. 여기서 헤드스카프는 히잡을 뜻한다. 이 사건은 프랑스의 주요 일간지인 '리베라시옹'에서 기사가 나간 후에 거의 모든 일간지에서 다루어지면서 전국적인 사건이 되었다.

 

헤드스카프 사건으로 인해 계속해서 정치권과 노조, 여러 단체들뿐만 아니라 가정과 학교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었다. 이것을 영향으로, 2003년에 스타지 위원회를 구성해서 공립학교에서 모든 종교적 상징물의 착용을 금지하도록 권고했다. 1년 뒤인 2004년에는 공립학교 교내에서 종교적 상징물의 착용 금지법인 히잡 착용 금지법이 제정되었고, 이에 따라 2011년에 얼굴 가림 금지법 또한 제정되었다.

 

프랑스에서는 얼굴 가림 금지법을 다음의 세 가지 명분으로 실행한다.

 

첫 번째는 '라이시테' 원칙이다. 라이시테에 대해 먼저 설명하자면, 라이시테는 종교의 자유를 주되, 모든 공적인 영역에서 종교를 엄격하게 배제한다는 프랑스의 정교분리 원칙이다. 라이시즘을 지지하는 사람은 라이시스트라고 한다. 라이시테 그 자체는 정부의 종교를 향한 적의를 뜻하지는 않고, 오히려 정치와 종교는 분리해야한다는 철학이다. 정부는 종교로 인해 해를 입지 않기 위해, 그리고 종교나 종교단체는 정치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생긴 것이다.

 

이 라이시테 원칙은 프랑스의 4대 정신 중 하나로 불리기도 한다. 그 이유는 프랑스 사회에는 라이시테를 사회통합 수단이자, 더 큰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도구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헌법 제1조부터 정치와 종교를 철저히 분리하는 '비종교적인 국가'라는 정교분리를 적시하고 있다. 따라서 프랑스에서는 이슬람 종교 및 무슬림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라기보다 공적 영역에서 특정 종교와 문화를 표출할 수 없다는 프랑스 공화국의 독특한 역사적 경험이 가져온 혁명적 가치이자 헌법적 가치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프랑스의 입장에는 많은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먼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프랑스 헌법에 위배된다는 의견이 있고, 프랑스 중심적 시각을 강조하면서 이민자 집단의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 명분은 '여성인권'이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부르카는 종교의 상징물이 아니라 여성 굴종의 상징물이며, 움직이는 감옥"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로 얼굴을 가리는 것은 시민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라는 기본적인 요구에 반하는 것으로써, 시민으로써의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럽인권재판소도 얼굴은 사회적 상호작용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이를 가리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프랑스 정부의 주장을 인정했다.

 

이러한 '여성인권'과 관련한 이유에도 논란이 제기되었다. 먼저, 개인의 신앙심에 의해 자발저으로 히잡과 부르카를 착용하는 무슬림 여성들이 많기 때문에 이 법이 부당하다는 것과, 공공장소로 외출하는 것을 못하게 만들면서 결과적으로 더욱 사회와 격리시키는 역효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얼굴 가림 금지법은 무슬림 여성 전체를 억압의 대상으로 낙인찍는 것과 같다고 주장한다.

 

마지막 이유는 '공공안전'이다. 프랑스에서는 부르카 착용으로 인해 신원 식별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공공건물뿐만 아니라 거리, 공원 등지에서 테러나 범죄이 수단이 될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금지한다. 또한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공포와 불안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도 논란이 제기되는데, 첫째는 치안과 안보의 이유로 부르카 금지를 하기 위해서는 부르카 착용과 범죄 발생 간에 명확한 상관관계가 입증되어야 하는데, 그런 증거자료 없이 입법의 명분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형평성의 문제도 있는데, 길거리에서 마스크, 헬멧이나 무도회를 위한 가면 등을 착용하는 것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는, 공공안전 명분으로 부르카 착용 여성을 대상으로 금지법을 만들었다는 것은 프랑스 내 모든 무슬림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나 테러리스트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김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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