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설극장] 나는 "하데스타운" 오리지널 공연을 보기 위해 뉴욕에 왔다

뮤지컬 "하데스타운"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공연의 매력
글 입력 2021.10.1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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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토니 어워즈 8관왕의 주인공,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한국 최초 공연이 개막했다. 한국 최초 공연을 알리며 여러 홍보가 진행될 때, 정보도 후기도 모른 채 꼭 봐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하지만 나의 출국 날짜와 개막일이 엇갈리며 한국 공연 관람에 실패했고, 나는 운명처럼 브로드웨이에서 "하데스타운" 오리지널 공연을 만나게 되었다.


"하데스타운" 관람 전, 뮤지컬 "시카고"를 보았는데, 생각보다 즐기지 못하고 와서 "하데스타운"에 대한 걱정이 많이 됐다. 심지어 쏭쓰루 뮤지컬이라, 혹시나 가사를 놓칠까 싶은 마음에 더욱 긴장했다. 그래서 관람 전 내내 "하데스타운" 관련 리뷰, 기사, 팟캐스트, 영상을 찾아보았고, 오리지널 캐스트 앨범까지 완벽히 들은 후에 극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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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공연 시간 3분 만에 나의 모든 걱정은 완전히 사라졌다. 머릿속 가득 든 생각은 단 하나, '나는 "하데스타운" 오리지널 공연을 보기 위해 뉴욕에 왔다'. 나는 공연에 완전히 매료되었고, 이것이 바로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공연이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극장의 환경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더욱더 생생히 느낄 수 있던 오리지널 "하데스타운". 그 현장의 매력에 빠져보자.

 

 

 

Road To Hell: Mr. Hermes, that's me!



"하데스타운"은 쏭쓰루 뮤지컬로, 대사 없이 넘버만으로 공연이 구성된다. 쏭쓰루 뮤지컬에 대해 불친절하다는 의견도 있고, 나 역시 넘버만으로 극을 따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공연은 무척 친절했다. 극의 내레이터인 헤르메스의 리듬감 있는 해설은 누구나 따라가기 쉬웠고, 듣기에도 편하고 즐거웠다.


헤르메스의 해설은 영어 운율에 맞춰 랩처럼 이뤄져 있있다. 간결하고 짧은 문장들로 되어 있었으며, 비교적 쉬운 단어들로 구성되어 알아듣기도 쉬웠다. 1막 후반부의 'Wait For Me'이라는 곡의 가사를 보면 대사의 운율이 이해가 갈 것이다. 한국에서 어떻게 번역했을지 모르겠지만, 영어 원곡도 듣는 재미가 있었다.


 

How to get to Hadestown:

You’ll have to take the long way down

Through the underground, under cover of night

Laying low, staying out of sight

There ain’t no compass, brother, ain’t no map

Just a telephone wire and a railroad track

You keep on walkin' and don’t look back

Till you get to the bottomland

 

- Hermes, 'Wait For Me' 中



오리지널 "하데스타운"하면 빼놓을 수 없는 배우가 바로 헤르메스 역의 'André De Shields'이다. 그는 1946년 1월 생 만 75세의 나이로 무대 위에서 헤르메스 역을 완벽히 소화하며 극찬을 받고 있다. "하데스타운"이 8개의 토니상을 휩쓸었던 2019년, 그는 뮤지컬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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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쫄깃하고, 리드미컬하면서도 위압감 있는 목소리로 극을 이끌어 가는데, 그의 해설을 따라가다 보니 쉽게 극과 함께 호흡할 수 있었다. 대사는 귀에 쏙쏙 들어왔고, 표정과 제스쳐가 더해져 오히려 이해가 쉬웠다. 헤르메스라는 역할 자체와도 해설이 잘 어우러져 전혀 뜬금없거나 어색하지 않았다.


공연 내내 나는 헤르메스의 매력에 완전히 빠졌다. 배우 'André De Shields'가 구현한 그만의 헤르메스는 한국 공연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던 색다른 캐릭터였다. 특히,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를 동정하면서도 내레이터로서의 담담함을 잃지 않는 절제된 표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는 첫 등장부터 커튼콜까지 위트 있으면서 능청스러운 태도로 공연을 이끌어갔다.

 

 

 

Way Down Hadestown



"하데스타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무대 디자인과 연출이다. "하데스타운"은  큰 무대 변화 없이 조명과 효과로만 장면 전환이 이뤄진다. 무대는 공연장 프리저베이션 홀과 그리스 원형 경기장 느낌을 섞은 뉴올리언스식 하이브리드 뮤직바를 모델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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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중앙 바닥에 원이 여러 겹 겹쳐져 회전하게 되어 있었으며, 가장 안쪽 원은 무대 아래로 내려가는 리프트 역할을 했다. 하데스타운으로 인물이 내려가거나 지상으로 올라올 때 이 리프트를 이용했다. 이번 한국 공연을 위해 오리지널 디자이너가 직접 무대를 구상했지만, 한국 극장 환경 때문인지 가운데 리프트는 구현하지 못했다고 한다.


가운데 리프트가 없는 대신, 한국 공연은 무대 뒤편에 리프트가 따로 설치되어 있다. 오리지널 공연의 무대를 아는 사람들이 이 부분에 대해 아쉽다는 후기를 많이 남겨서 궁금했는데, 공연을 보고 오니 그 아쉬움이 이해가 갔다. 리프트가 뒤로 빠지면서 동선 자체를 새로 구상해야 하는 부분들도 많았을 거라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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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트를 빼놓고 보아도, "하데스타운"의 무대 활용도는 완벽했다. 회전 무대를 통해 오르페우스의 힘든 여정과 노동자들의 노동 현장을 표현했고, 조명을 이용해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직접적으로 묘사했다. 특히 넘버 'Chant'에서 여러 인물이 각자의 상황을 드러낼 때, 원의 중심에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원의 바깥에 에우리디케를 배치함으로써 감정과 상황의 격차를 극적으로 드러냈다.


2막 후반부에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와 함께 하데스타운을 빠져나가는 부분에서도 그의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무대 활용을 통해 섬세하게 드러났다. 음악과 조명, 그리고 원의 회전을 통해 오르페우스의 심리를 묘사했고, 그 모든 혼란이 멈추는 장면을 가장 극적으로 살려낼 수 있었다. 장면마다 넋 놓고 보기만 해도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훌륭한 연출이었다.

 

 

 

We Raise Our Cups



극장에 들어가면 여행 온 기분으로 MD샵과 극장 내를 둘러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MD샵 구경 후에 옆을 보니 진짜 바가 있었다. 작은 바에서는 공연 중 마실 음료와 요깃거리를 팔고 있었다. 메뉴도 생각보다 다양했다. 칵테일, 맥주 등 알코올이 들어간 음료도 팔았고, 칵테일은 직접 그 자리에서 제조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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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과 술이라니. 한국에서는 하기 어려운 경험일 거란 생각에 바로 맥주를 샀다. 하데스타운이 적힌 예쁜 리유저블 컵에 맥주를 담아주었고, 극 중 마시기 편하게 빨대도 주었다. 맥주를 받아서 내 자리로 올라갔고, 양손으로 컵을 꼭 쥔 채 공연을 관람했다. 그리고 시작 후 몇 분이 되지 않아, 음료 구매가 아주 성공적이었음을 깨달았다. 공연의 모든 축배 장면에서 나는 배우들과 함께 축배를 드는 진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공연 배경이 재즈바여서 그런지, 공연 내내 축배를 드는 장면이 많다. 커튼콜 곡은 'We Raise Our Cups'로 오르페우스를 위해 다 같이 잔을 드는 곡이었는데, 나는 기립박수 중 마지막 남은 맥주를 마시고 깔끔한 마음으로 공연과 인사할 수 있었다. 축배 장면마다 공연장 곳곳에서 사람들이 음료를 마셨고, 다들 그 분위기에 취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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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장면에서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한마음으로 축배를 들고 공연을 즐기는 경험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신선했고 즐거웠다. 당연히 다른 관객에게 피해를 주거나 술을 과하게 마시면 안 되겠지만, 간단한 맥주나 칵테일 한 잔 정도는 공연의 풍미를 살리기에 적절했다. "하데스타운"에서만 맛볼 수 있는 'Featured Cocktail'도 있었는데, 가격이 많이 나가긴 하지만 한번 사 먹어 보기에 좋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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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혼자 본 첫 뮤지컬 "하데스타운", 이곳에 와서 한 그 어떤 경험보다 값지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어쩌면 나는 이 공연을 보기 위해 뉴욕에 온 게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공연 자체도 훌륭했을뿐더러, 오리지널 공연이 가진 매력이 더욱 돋보였던 현장이었다.


한국 공연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또 어떤 다른 매력들이 드러날지 궁금하다.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분명 많은 변화가 있을 텐데, 당장은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아쉽다. 한국만의 더블, 트리플 캐스팅이 만들어 낼 인물 표현의 다양성 역시 기대되는 부분 중 하나이다. 영상으로라도 많이 접하고 싶어서 요즘은 오리지널과 한국 버전을 둘 다 찾아보고 있다.


지금껏 봐온 그 어떤 뮤지컬보다 생동감 있고 조화로웠던 뮤지컬이었다. 우연찮은 기회로 뉴욕에서 보게 되어 기뻤다. 덕분에 당당히 말하고 다닌다. 나 커튼콜 때 오르페우스를 위해 축배를 들었다고. 축배를 들며 얼핏 마주친 배우들의 얼굴에 묻어 있던 감동의 전율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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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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