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특별했던 나의 첫 오페라. '허왕후' - 2021 서울오페라페스티벌

글 입력 2021.10.1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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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허왕후 최종.jpg

 


‘2021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은 올해가 6회째이며, 오페라를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고자 개최한 축제라고 한다. 10월 1일부터 9일까지 열렸던 축제에서 성인부터 어린이까지 남녀 모두 즐길 수 있도록 각양각색의 오페라를 선보였다.


그 중 내가 본 것은 마지막 날에 공연한 오페라 ‘허왕후’다. 마지막을 장식한 오페라를 본다는 것만으로도 기뻤고, 보고 싶었던 장르의 공연을 관람해서 설렜다.


‘허왕후’는 가야를 건국한 김수로왕과 허황옥의 사랑과 이상을 예술적이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오페라다. 배경이 40년 가야국인 만큼 가야의 문화와 특징이 잘 녹아있는 작품이었다.



허왕후.jpg

 

 

 

우리의 말과 정서, 문화, 역사를 담은 오페라.



처음에는 우리말로 된 아리아와 대사가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금세 적응돼서 어색함은 편안함으로 바뀌었다. 처음부터 우리말로 작곡한 아리아를 들으니 색다르면서 친근함이 느껴졌다.


우리의 역사, 한국의 문화와 정서, 우리말로 된 아리아가 중심인 오페라라서 공감도 많이 되고, 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 곳곳에 묻어나는 우리의 문화와 정서를 보면서 반갑기도 했고, 인물들의 환경에 따른 감정선을 따라가는데 수월했다.

 

 

 

신의 한 수.



철기 문화가 발달했던 가야를 묘사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군데군데 보였다. 가사와 대사에 가야의 문화와 특징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은 무대연출이었다.


무대 중앙에 있었던 거대한 칼은 오페라 시작 전부터 관객의 시선을 끌었고, 무대를 웅장한 분위기로 만들어줬다.


무대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 시킨 것은 신의 한 수였다. 극장 무대 특성상 환경이 제한적이어서 시간의 경과나 다양한 장소, 인물들의 감정선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런 아쉬운 점을 (과하지 않은) 디지털기술로 채워줬다.


시간의 경과는 맑은 하늘과 붉은 하늘, 별이 가득한 하늘로 표현해서 시간의 흐름을 훨씬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예쁜 하늘 덕분에 감성적으로 극을 관람하게 되면서 이야기 속으로 풍덩 빠져버리고 말았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무대연출은 허황옥이 디얀시를 떠나보내는 씬과 마지막 씬이다.


3막 2장 허황옥이 디얀시를 떠나보내는 씬에서 천장에 벚꽃영상이 상영됐는데, 허황옥과 디얀시의 꽃 같은 추억을 그려낸 것 같았다. 허황옥의 청아하면서 구슬픈 아리아를 들으며 꽃잎이 흩날리는 모습을 보니 울컥했다. 청각과 시각으로 허황옥의 감정이 그대로 전달돼서 짙은 여운이 느껴졌다.


마지막 씬에서의 무대연출도 인상적이었다. 김수로와 가야 백성들은 디얀시를 고향에 묻어주러 간 허황옥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고가 나서 오지 못하는 거 아니냐며 사람들이 술렁이고 있을 때, 배를 타고 가야국으로 들어오는 허황옥이 등장했다. 그녀의 등장만으로도 기뻤는데, 배가 움직이고 무대 중앙으로 들어서면서 그녀가 내 마음 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디지털 기술과 무대의 조화, 화려한 무대연출은 눈을 즐겁게 했다. 악기소리를 닮은 목소리, 한 음, 한 음에 귀 기울이게 되는 오케스트라, 볼거리가 풍성한 무대연출은 오페라를 어렵게 생각했던 관객의 마음까지 사로잡기에 충분해보였다.


역사이야기에 풍성한 볼거리도 있어서 어린이 관객의 마음도 사로잡았을 거라는 추측을 조심스레 해봤다.

 

 

 

깨알 같은 재미.



대학로 연극이나 뮤지컬을 볼 때 항상 보는 것이 있다. 모두 주인공에게 집중한 순간, 옆에 있는 조연들이다. 주인공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을 때, 조연들의 행동이나 표정을 보면 깨알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다.


‘허왕후’를 관람할 때도 조연들을 관찰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는데도 맡은 배역의 성향을 손짓부터 자세, 표정까지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벌떡 일어나 박수 치고 싶었다.


그 모습에 끝까지 집중하며 오페라를 볼 수 있었고, 깨알 같은 재미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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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두 시간 가량에 모두 담다보니 스토리 면에서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가야의 이야기를 오페라에 잘 녹여냈다. 특히 우리말로 된 아리아와 대사로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표현한 것,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가야사를 바탕으로 한 오페라를 대중에게 선보인 것은 매우 신선하고 용기 있는 시도였다고 본다.


앞으로 우리말, 우리의 문화와 정서를 담은 창작 오페라가 더욱 많아져서 오페라 역사의 새로운 문을 열어줬으면 한다.


나의 첫 오페라가 우리말과 우리 이야기가 있는 ‘허왕후’라서 뜻 깊었다.

 

 

 

강득라.jpg

 

 

[강득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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