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래서 배 씨는 어떻게 됐나 - 2021 서울오페라페스티벌 '배비장전'

코로나 시대의 오페라극
글 입력 2021.10.16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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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씨 성을 지닌 비장(관직명)이 제주 목사를 따라 제주도에 함께 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배비장은 기생 애랑에 홀려 옷도 모자라 이빨까지 내어 준 정비장을 보고 그를 비난하는데, 방자는 이를 놓치지 않고 내기를 제안한다. 여자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배비장. 그 사이 애랑은 방자의 사주를 받아 배비장에 접근하고, 배비장은 애랑의 유혹에 괴로워하는데…

 

과연 배비장이 끝까지 체면을 지킬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의 오페라극


 

창작 오페라 <배비장전>은 판소리 ‘배비장타령’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조선 시대부터 전해진 작품을 21세기 코로나 시대에 감상한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창작극답게 재치를 더해 유쾌한 방식으로 극을 이끌어갔다. 애랑이 자신의 처소에 배비장을 들이기 전에 발열 체크를 하고 손 소독제를 사용을 권장하거나, 다른 사람과 연락하기 위해 전화기를 꺼내는 등. 현재성을 유머 포인트로 활용하는 방식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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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제로 작동한 당대의 사회상, 여성의 모습 등 지금의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 물음표가 떠오르는 지점도 몇 군데 있었다.

 

하지만 옛날이야기기에 불편한 것은 당연했고 오히려 거리를 둘 수 있는 여지를 줬다. 나쁜 일을 저지르고, 비난을 받고, 후회하는 ‘권선징악’ 구조도 통쾌했다. 이야기는 실재하지 않지만 실재한다고 믿는 유니콘 같기도 했다. 모두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그런 것.

 

 


무대 구성에 대해


 

오페라 무대를 구성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거칠게 나열해 본다면 이렇다. 가장 먼저 배우, 배우들이 연기하는 무대 공간, 그 안의 소품, 무대를 비추는 조명, 적재적소에 흘러나오는 효과음, 배우와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 음악.

 

이 중에 이야기할 것은 음악이다. 오페라 <배비장전> 무대 왼편에는 피아노 연주자, 신시사이저 연주자, 지휘자가 위치했다. 별도의 조명이 그곳을 항상 비추고 있었으며, 막이 내려갔을지라도 연주는 계속되어야 하기에 암흑은 찾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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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사이저는 짙게 깔리는 스모그처럼 무대의 빈 곳을 채웠고, 피아노는 쨍하게 비추는 햇살처럼 돋보이는 선율로 무대에 포인트를 줬다.

 

지휘자는 그 사이에서 배우와 연주자를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단순 효과음을 제외하고는 연주자와 지휘자 세 사람의 몸짓에 따라 극이 진행됐다. 연주자들은 배우를 주시하며 합을 맞추었고, 때론 배우들의 기대를 저버리며 웃음을 선사했다.

 

예를 들면 배우는 자신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며 분위기를 띄우는 음악이 나올 거라 확신하며 기대했지만, 음악은 흐르지 않는다거나 엉뚱한 음악이 흐른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연주자와 배우가 소통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 요소 중 하나였다.

 

 


왜 다시 옛날 이야기?


 

공연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왜 하필 옛날 이야기인가. 입에서 입으로 ‘배씨장전’ 이야기를 전한 그 옛날 사람들과 지금의 나는 무엇이 다른가. 그들은 무엇을 느꼈고, 나는 무엇을 느꼈는가. 혹은 느껴야 하는가.


<배비장전>은 풍자와 해학이 담긴 작품이다. 위선적인 양반을 비판하고, 권위를 전복시키는 이야기다, 이러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 위선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라는 황금빛 장막이 둘러싸고 있지만, 정작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는 일부가 심하게 썩어 있는 모습이다. 예쁘게 포장됐지만 속은 뭉개져 있는 케이크 같다.

 

우리는 <배비장전>을 통해 ’옛날이야기’로 거리를 두며, 위선이 드러나고 비난받는 모습을 통쾌하게 즐긴다. 아무리 거리를 둔다고 해도 철 지난 이야기만은 아니다. 지금도 유효한 이야기다.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전복을 꿈꾸고 있다.


*


<배비장전>은 판소리 ‘배비장타령’을 토대로 현대적 요소를 가미해 재탄생시킨 창작 오페라다. 이중적인 양반의 모습을 풍자하고, 권선징악의 결말로 관객을 안내한다. 신시사이저, 피아노 연주와 더불어 배우들의 노래는 ‘우리의 흥’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2021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은 지난 10월 1일부터 9일까지 진행됐으며, <배비장전> 포함 총 아홉 가지 오페라 작품을 강동아트센터에서 공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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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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