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FreeBritney [영화]

브리트니에게 자유를, <브리트니 VS 스피어스>
글 입력 2021.10.1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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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VMA에서 [I’m a Slave 4 U] 퍼포먼스

 

 

진짜 뱀을 목에 두르고 춤을 추던 [I’m a Slave 4 U] 퍼포먼스, TV, 축제 등 어디에서나 들려왔던 [Toxic] 등 해외 문화 문외한인 시절에도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을 꾀고 있는 엄청난 팬은 아니지만 독특한 음색을 유지하면서 트렌디한 장르까지 소화해 내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신보가 나오면 일단 믿고 듣는 가수 중 하나였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여성 아티스트인 브리트니가 파파라치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성년후견제도’라는 법률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작년 9월, 트위터에서 일어난 #FreeBritney 운동을 통해서였다.

 

#FreeBritney 해시태그와 함께 성년후견제도라는 명목하에 브리트니가 착취 당해온 과정을 정리한 글이 돌아다녔지만 13년 동안 일어난 일들의 양이 너무 방대해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1년 후인 올해, 브리트니와 성년후견제도에 관한 다큐멘터리 <브리트니 VS 스피어스>가 넷플릭스에 공개돼 주저하지 않고 보게 됐다.

 

<브리트니 VS 스피어스>는 브리트니가 정신적으로 불안했을 때나 파파라치에 시달려 고통받았을 때의 모습들은 강조하지 않고 오로지 법률과 가스라이팅의 피해자이자 생존자인 브리트니를 알리려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어 그 취지에 맞게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


백업댄서 케빈 페더라인과의 이혼 이후 정신적으로 불안했던 브리트니를 두고 2008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13년 동안 브리트니를 고통스럽게 만든 불합리한 성년후견제도의 민낯이 밝혀진 건 불과 2년 전인 2019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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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트니 스피어스 인스타그램

 

 

2019년 브리트니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아픈 아버지를 간호하기 위해 투어를 취소한다는 글을 올리고 잠적하는데, 사실 아버지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이 밝혀지자 팬들 사이에서는 브리트니의 안녕을 두고 의혹이 커진다.


다큐멘터리 감독인 에린 리 카는 자신의 유년 시절 아이돌이었던 브리트니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브리트니와 인터뷰를 했던 인연으로 친분을 쌓은 ‘롤링스톤’ 기자 제니 엘리스쿠와 함께 성년후견제도를 파헤친다. 브리트니와 함께 일했던 매니저, 조수, 사진가, 변호사 등을 만나며 인터뷰를 하며 증언을 얻고 당시의 영상을 보여주며 진행되는 <브리트니 VS 스피어스>는 단순한 다큐멘터리를 넘어 범죄 고발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았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 노령 등으로 정신적 제약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후견인을 선임하는 제도다. 브리트니는 이제 40세니 노령은 아닐 테고, 그렇다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질병을 가지고 있다는 걸까?

 

브리트니는 스타벅스 냅킨에 ‘블랙아웃’ 앨범 가사를 쓰고 배경, 의상 등 전체적인 무대에 관여하고 안무까지 만들어 댄서들에게 가르쳐 줄 정도로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다. 하지만 아버지이자 후견인인 제이미 스피어스는 은퇴한 노인정신과 전문의를 통해 브리트니가 치매에 걸렸다는 서류를 작성하여 성년후견제도의 근거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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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지에서 브리트니의 후견인이 될 제이미 스피어스를 두고 한 발언

 

 

성년후견제도가 채택된 이후 브리트니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하면서 벌어온 돈은 물론이고 자신의 건강과 관련된 결정을 내릴 권한을 비롯해 누구를 만나고, 전화나 컴퓨터로 사람들과 소통할 권리마저 빼앗겼다.


직접 봐야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와닿기 때문에 브리트니가 무엇을, 어떻게 억압받아 왔는지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보길 바란다.


<브리트니 VS 스피어스>에는 제이미 스피어스를 비롯해 재산 관리 변호사, 매니저, 아버지의 종교적 친분으로 고용된 비즈니스 매니저, 비즈니스 매니저가 운영하는 회사 등 헷갈릴 정도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13년간 브리트니 한 명에게 기생하여 온갖 이득을 본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뜻이다. 이들은 이런 기이한 구조를 두고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사업 모델'이라고 지칭한다.


정작 브리트니는 햄버거 가게를 가려면 허락을 요청하고 20분 혹은 그 이상을 기다리고, 30명의 스태프들이 첩보 영화처럼 은밀하게 작전을 짜야지 겨우 30분간 운전할 자유가 주어지는데도 말이다.


파파라치로부터 극심하게 시달려 온 브리트니가 자신에게 정말 말 그대로 인간으로서의 호의를 보였던 파파라치와 사귀었다는 건 꽤 충격적이었다. 사귀었던 파파라치는 브리트니에게 좋은 사람이었고 자신의 직업을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아했던 것 같지만 얼마나 외롭고 기댈 사람이 없었으면 가장 혐오했을 파파라치와 사귈 정도였던 걸까.


다큐멘터리가 결말에 다다를 때쯤 감독 에린과 기자 제니는 브리트니가 성년후견제도가 시작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벗어나려고 수차례 시도했지만 결국 원점으로 돌아온 기록들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제니는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을까 질문을 한다. 이에 에린은 비명을 지르기 전까지는 벗어나지 못한다고 답한다.

 

 

다큐멘터리 마지막에도 삽입된 2021년 6월 성년후견제도 재판 당시 브리트니의 증언 녹취

 

 

2021년 6월, 브리트니는 더 이상 참지 않고 비명을 지르기로 했다. 이제까지 참아온 울분을 터뜨리듯 숨도 쉬지 않고 빠르게 뱉어내는 말들. 지난 13년간 억압받아온 고통이 얼마나 끔찍했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재판은 아직 현재진행형이지만 판사가 제이미 스피어스를 후견인 자격에서 취소시킨 걸 보면 이전과 다르게 진전이 있어 보이며 브리트니에게 더 우세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그간 자신을 '미쳤다'고만 표현한 언론과 말도 안 되는 성년후견제도로 언제든지 다 내려놓아도 이상할 게 없었던 브리트니가 13년간 버티며 가수로서의 커리어를 이어나가줘서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FreeBritney

 

 

[신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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