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보헤미안 소녀, 오페라 라보엠: 2021 서울오페라페스티벌

글 입력 2021.10.11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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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6회를 맞이하는 '2021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은 서울 대표 시민축제로 자리매김하며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오페라 전막 공연과 국립 오페라단의 협업 공연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 <라보엠>은 감미로운 선율의 푸치니 음악이 인상적인 국립 오페라단의 오페라이다.

 

보헤미안 소녀라는 뜻의 ‘라 보엠 La Boheme’은 모든 젊은 남녀의 사랑과 상처 그리고 상실을 의미한다. 다락방의 방세를 낼 돈조차 녹록치 않을 정도로 가난하지만, 예술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뭉친 꿈과 사랑을 갈망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이야기이다. 후에 브로드웨이 뮤지컬 렌트로 각색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오페라는 1막부터 4막까지로 구성되어 있다. 1830년대 파리 라탱 지구에 있는 다락방, 궁핍한 화가 마르첼로와 시인 로돌포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로돌포의 원고 뭉치를 찢어 난로에 집어넣으며 온기를 즐겨보려 한다. 그들의 궁핍한 생활을 설명해주는 부분이다.

 

철학자인 또 다른 룸메이트 콜리네는 철학자이며, 쇼나르는 음악가이다. 시인 로돌프를 제외한 이들은 파티를 위해 카페로 출발하지만, 그만은 원고를 마무리하기 위해 남는다. 잠시 후, 이웃에 사는 미미가 촛불을 빌리러 등장하고 그 둘은 사랑에 빠지며 1막이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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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상인들과 행인들로 시끌벅적한 카페 앞 광장에서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화가 마르첼로와 그의 옛 연인 무제타가 재회하는 2막, 무제타와 마르첼로가 이별하고, 미미와 로돌프의 위태로운 관계를 묘사한 3막, 로돌프네 집에서 모두가 모여 폐결핵에 걸린 미미의 생명을 위한 기도를 하고 마지막을 지켜보는 4막으로 극은 마무리된다.


지금까지도 고전 소설이 환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든 현재든 우리가 근원적으로 고민하는 것들과 인간의 본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라보엠>은 프랑스 작가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 삶의 장면들>을 원작으로 1896년에 초연되었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대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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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를 감상하며 특히 더 눈길이 갔던 부분은, 당시 프랑스의 시대적 풍경을 묘사한 무대 배경과 의상이었다.

 

디테일한 소품들과 의상은 중세 복식사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처럼 하나하나 놀라울 정도의 싱크로율을 자랑했고, 2막의 카페 모뮈스 앞거리의 화려한 풍경은 한순간에 극의 몰입도를 향상시켰다. 그리고 나는 가난한 예술가들과 노동자들이 모여 노래하는 장면에서 한 예술작품을 떠올렸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물랑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당시 노동자 계급 출신인 르누아르가 묘사한 휴일 오후의 정경이다. 실제로 이 작품이 그려질 무렵, 이곳에는 노동자 계급이 거주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일상의 시름을 달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그리는 대신 그림 속에는 즐거움을 담고 싶었다며 자신의 친구들을 모델 삼아 행복하고 평화로운 장면을 연출했다.


난로를 뗄 장작도 없어 자신이 쓴 원고를 찢어 땔감을 만드는 빈곤한 생활을 하는 예술가들이지만, 거리에서만큼은 모두가 근심 걱정을 잊고 가슴 설레는 사랑을 찾는 모습. 자신이 진정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만은 잊지 않으며 창작 활동에 몰두하는 청춘의 활기가 이 작품을 떠올리게 했다. 무대 배경과도 놀랄 정도로 비슷한 형상을 자랑했다.

 

특히 아리아 중에서도 시작되는 사랑의 설렘을 담은 '그대의 찬 손'과 '내 이름은 미미' '오, 사랑하는 아가씨여' 사랑의 2중창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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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을 맡은 김숙영은 오페라 <라보엠>을 단순한 남녀 간의 로맨스로 요약하지 않는다. 피의 혁명을 겪으면서도 변하지 않는 시대를 웃음으로 통탄하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 격동의 시대를 사실적으로 담아낸 푸치니의 혁명적인 오페라로 해석하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다시 말하면 이 작품은 19세기 낭만주의에서 사실주의로의 전환기의 발판이 되었던 프랑스 예술 혁명가들의 젊은 시절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삶의 순환성이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늘 우리를 새로 깨닫게 만든다. 19세기를 살았던 예술가들의 삶과 경험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카타르시스를 통한 반향을 일으킨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공감과 소통은 비교 불가한 가치라는 것을 알려준 오페라 <라보엠>의 음악들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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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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