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가에 대한 섬세하고도 분명한 정의 - 예술가의 일

예술 혹은 난해한 시도
글 입력 2021.10.01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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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깝다. 애써 찾아가야 하는 공연장뿐만 아니라 스쳐 지나가는 길거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예술이니까. 예술가도 마찬가지다.

 

예술에 대한 범주에 따라 예술가에 대한 범주도 달라진다.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예술을 하는) 예술가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고, 예술계에서 인정을 받은 사람만이 예술가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복잡한 논의를 차치하고, 예술과 예술가에 대해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흥미롭다는 것이다. 도서 <예술가의 일>에서는 우리에게 새로운 전율을 안겨주는 예술가 33인을 소개한다.

 

 

"예술가의 일이란 사람들이 예술에 대해, 더 나아가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다양한 재료, 감칠맛을 더하는 조미료


 

커트 코베인, 마르크 샤갈, 나혜석, 조지 로메로 등. '예술가'라는 것을 제외하면 도저히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름들이다. <예술가의 일>은 음악, 건축, 미술, 영화 등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다룬다. 저자 조성준의 박식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들의 삶과 그들의 예술에 대해 말하되, 최대한 무겁지 않게 풀어내고 있다.

 

연대기 순으로 설명하는 것도 아니다. 가수 어리사 프랭클린을 소개하는 첫 문장을 적어보자면 이렇다. "2016년 서울 신촌과 1967년 미국 디트로이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의아했지만 재밌었다. 저자는 2016년 이화여대 학생들이 총장실을 검거하며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른 일화를 통해, 1967년 디트로이트에 울려 퍼진 프랭클린의 'Respect'를 소환한다. 이러한 소개 덕에 순식간에 관여도가 높아졌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예술가에 대한 섬세하고도 분명한 정의


 

생전 만나본 적도,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는 사람을 설명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울까? 아마 몇 마디를 겨우 쥐어 짜낸 후 침묵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를 설명하는 것에는 충분한 정보와 애정이 필요하다. 저자는 33인의 예술가에게 고루 애정을 나눴다.

 

 
"너바나 이후 밴드들은 불꽃처럼 세상을 할퀴고, 불꽃 속으로 사라진 커트 코베인의 기운을 뛰어넘지 못했다. 이제 전 세계 음악시장에서 록은 주변부로 밀려났다. 커트 코베인이 원했든 아니든 그는 세상에 있던 어떤 열기를 빨아들인 채로 사라졌다. <더 레슬러>의 랜디가 커트 코베인을 미워한 건 그가 한 시대의 문을 굳게 닫아버린 채 사라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294~295p
 

 

예술가의 죽음 이후에도 예술은 남아있다. 커트 코베인처럼 그들의 이름은 꾸준히 거론되고, 그들의 작품은 재평가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그들을 불멸로 만들어주고 있다. "그(박남옥)은 여성도 영화라는 도구에 어떤 이야기든 마음껏 담는 세상을 꿈꿨다. 박남옥은 떠났지만, 그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붕 뜬 기대나 전망이 아니다. 단 두 문장에 박남옥과 우리, 박남옥과 현재, 박남옥과 미래를 모두 담았다. 우리는 계속해서 그들의 작품을 볼 것이고,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갈 것이다.

 

 

 

새로운 예술가와 생경한 감정


 

데이비드 보위, 장국영, 오즈 야스지로 등 친숙한 이름들도 만나볼 수 있다. 이들에 대해 복습하고 새로운 세부 항목을 발견하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누군가를 알게 되는 것만큼 재밌는 일은 없을 것이다. 새로운 작품과 생경한 삶에 대해 듣는 것. 이번 기회에 화가 천경자와 수잔 발라동에 대해 알게 됐다.

 

그들의 자화상에서 비슷한 부분은 찾아볼 수 없다. 천경자의 자화상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에서는 오만 감정을 꼬깃꼬깃 집어삼키고 초연한 표정을 한 화가를 볼 수 있고, 발라동의 자화상 <파란방>에서는 큰 파동 없는 강물처럼 안정적인 모습의 화가를 볼 수 있었다. 이들의 극명한 대조를 보고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진폭을 경험할 수 있었다.

 

*

 

예술은 무엇일까, 예술가란 누구일까. 다시 이 질문을 끌어내 본다.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조금 명확해졌다. 예술가란 우리가 가보지 못한 길을 개척하고,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을 불러오는 사람들이다. 익숙함과 권태에 도전해 늘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들 말이다. 새로운 시도는 난해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시도로 인해 예술의 지평이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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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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