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가의 '삶'과 '일'을 통해 예술과 삶을 생각해보다 - 예술가의 일 [도서]

자신의 일생을 바친 예술가의 삶과 일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
글 입력 2021.09.2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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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렇지만 필자는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들을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누군가의 모습을 보며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방식이 만들어진 근본적인 지점을 알고 싶어서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문화예술을 감상하며 예술가의 작품 속에 담겨진 그들의 삶을 살펴보거나 반대로 예술가의 삶을 알아보며 그들의 작품을 보곤 한다. 그리고, 이번 책을 펼친 이유 또한 그러한 맥락과 이어졌다.


“예술가의 일이란 사람들이 예술에 대해,

더 나아가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술가의 일’은 예술가의 대표 작품뿐만 아니라 자신의 일생을 온전히 바쳐 한 세계를 구축한 예술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이미 세상을 떠난 예술가들의 사연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매경 프리미엄’이라는 플랫폼에 ‘죽은 예술가의 사회’라는 연재 시리즈 제목을 붙여 세상을 떠난 예술가에 대해 연재했다. 작가 또한 살아생전 예술가가 인생을 살면서 어떠한 일과 마음을 갖고 살아갔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미 작고한 예술가에 대한 삶과 일을 어떻게 풀어냈을까. 책의 흐름은 이렇다. 예술가의 세계가 탄생하는 때와 함께 그들의 인생사를 담아내면서 그 당시 문화, 정치, 사회적 흐름까지 총체적으로 살펴본다. 그러면서, 예술가의 세계가 탄생하는 과정과 그 세계의 영향력 아래서 살게 하는 주요작품이 만나 예술가의 삶과 일을 생동감 있게 담아내며, 한 예술가의 세계가 어떻게 탄생하는지에 대해 주목했다.

 

이 책은 특징적인 점이 있다. 단순히, 예술가를 살아온 시대나 장소 또는 장르로 구분하지 않은 것이다. 그 대신, 예술가의 삶의 태도 별로 '6개의 챕터'로 나누어 목차를 구성했다.


 

- 차 례 -

 

1. 경계를 지우고 먼 곳으로

2. 우직하게, 천천히, 한 걸음씩

3. 아물지 못한 상처 

4. 전쟁터에 내던져진 싸움꾼처럼

5. 고독마저 그들에겐 재료였을 뿐

6. 예술과 삶이 만나는 시간

 

 

목차 별로 소개된 33명의 예술가들은 화폭 앞에서, 무대 위에서, 그리고 거리를 누비면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꿈꾸고 실현한 이들이다. 필자는 그 중 인상 깊었던 2명의 예술가를 글에 풀어보고자 한다.

 

 

 

글램록의 대표주자, '데이비드 보위'


 

먼저, 제 1장 ’경계를 지우고 먼 곳으로’에 소개된 글램록의 대표주자 가수 ‘데이비드 보위(1947~2016)’이다. 그를 소개하는 수식어에는 글램록의 창시자,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준 가수, 뮤지션들의 뮤지션이자 가장 독창적인 아티스트 등이 따라붙는다.

 

책에서는 그가 등장하기 전의 배경을 소개한다. 때는 1960년대로 록의 황금시대 였다. 익히, 우리가 아는 영국밴드 비틀스, 롤링스톤스가 히트곡을 잇달아 발매하며 미국에 진출하였고, 미국에서는 밥 딜런, 도어스, 비치보이스 또한 미국에서의 큰 인기를 누리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그 인기는 1970년을 넘지 못했고, 비틀스의 해체로 한 시대는 저물어간다. 저물어가는 시기에 등장한 ‘글램록(Glam rock)’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하며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참고> 글램록(Glam rock)이란 록의 일종으로, 영국에서 1970년대 초반에 등장한 음악 형식이다. 글램록 밴드의 가수와 연주자는 아주 별난 옷을 입고, 화장을 하며, 머리 모양을 꾸민다. 특히, 이들은 밑창이 나무나 코르크로 되어 단단한 부츠를 신고 반짝이 옷을 입는다.

 

(출처 : 위키백과)

 

 

데이비드 보위는 짙은 화장과 하이힐 그리고 드레스를 입은 채로 무대 위에 등장한다. 이로 인해, 그는 기존 보수적인 주류사회에서 공격을 받았기도 했으나 기존의 무대를 탈피한 도발적인 행보를 선보이며 ‘글램록의 아이콘’으로 등극한다. 이것은 1972년 발표한 앨범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에서 드러난다. 그는 ‘데이비드 보위’라는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화성에서 온 외계인 록스타 ‘지기 스타더스트’라는 캐릭터를 창조해 자신의 분신으로 삼았다.

 

‘데이비드 보위’의 글을 읽으며 가장 궁금했던 점은 ‘그는 왜 이러한 행보를 걸으며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를 이어갔는가’였다. 이러한 행보를 이어간 이유는 그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다. 즉, “당신이 편안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당신이 죽었다는 뜻이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기 스타더스트’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시기에 자신이 편안한 상태가 되었다며 이제는 그가 죽었다고 선언하고 또 다른 페르소나를 찾았다. 익숙한 것을 버리고 낯설음과 새로움을 택한 것이다. 기존의 것을 벗어나 매번 새로운 것을 찾는 일은 상당한 에너지를 쓰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쉴 새 없이 새로운 실험적인 앨범을 선보이고 다양한 장르를 끌어안으며 자신만의 음악적 영역과 예술 세계를 넓히고자 했다. 그가 왜 ‘팝-록 카멜레온’이라 불렸는지 예술가로서 인정받기 마땅한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다.

 

 

 

불행 속에서도 사랑을 그린 화가, '마르크 샤갈'


 

한편, 다음으로 소개하고 싶은 예술가는 제 2장 ‘우직하게, 천천히, 한 걸음씩’에 소개된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이다. 필자는 샤갈의 작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의 모습은 두 연인이 껴안으면서 하늘로 붕 떠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실제로 그의 작품은 마법 같은 사랑의 순간을 보여주고 있어 별명 또한 ‘사랑의 화가’라 한다. 예술가의 작품은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담아낼 때가 많다. 이러한 점으로 보았을 때, 필자는 작품만을 바라보면 그는 나름 순탄한 인생을 산 예술가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사실 필자 생각한 정반대의 삶이었다. 책에서는 그의 삶을 찰리 채플린의 명언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에 가까우며, 그의 삶을 묘사하는 정확한 문장이라 말한다. 즉, 자신의 삶은 비극적이고 슬픔으로 가득했으나 기어코 사랑과 행복을 찾아내고자 한 사람이었다.

 

그는 왜 굴곡진 삶을 살아야 했을까. 이것은 그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러시아 유대인’이라는 신분 때문이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대도시 한복판을 자유롭게 다닐 수 없는 억압적인 환경에서 자랐지만 샤갈이 태어난 비테프스크라는 유대인 동네는 그가 화가라는 꿈을 키워가게 한 곳이었다.

 

그는 그림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예술학교가 밀집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여 학교를 입학해 경력을 쌓고자 했다. 유대인이라는 제한으로 시도조차 못할 뻔했으나 다행히 후원자를 만나 미술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한다. 또한, 그는 1910년에는 프랑스로 떠나 더 넓은 세상을 보고자 했고 마네, 모네, 고흐와 같은 유명 예술가의 작품을 눈으로 확인하는 뜻깊은 경험을 한다. 이 때 받은 감명으로 원래 이름에서 ‘마르크 샤갈’이라는 프랑스식 이름을 탄생시켰다.

 

샤갈은 자신이 특정한 화파에 속하기를 거부했다. 그래서일까. 그에 대해 사람들은 화가보다는 시인이라 언급한다. 파리의 시인들로부터 내면의 정서를 예술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고 이를 그림에 옮겼다. 그의 초기작 <나와 마을(1911)>은 이를 잘 드러내는 그림이라 한다. 작품 안에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 그리고 파리에서 받은 영향을 모두 담아냈다. 파리에 있으면서도 샤갈은 마음 한 곳에는 항상 고향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앞서 ‘사랑의 화가’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벨라를 만나고 나서 였다. 그의 작품 <생일(1915)>과 <도시 위에서(1914~1918)>은 그가 벨라의 부모님의 반대를 무릎 쓰고 결혼을 하게 되어 느낀 행복감을 그대로 표현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다가온 먹구름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그에게 다가온 역사적인 사건들은 샤갈의 삶을 점점 비극적으로 만들었다. 먼저, 제 1차 세계대전의 발발으로 프랑스로 가기로 한 부부의 계획은 저버려야 했다. 그리고, 1917년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 즉, 세계 최초 공산주의 혁명으로 샤갈은 미술학교 교장 자리에 올랐지만 혁명으로 권력을 쥔 세력은 예술가를 옥좼고, 반혁명적 예술가로 낙인찍혀 러시아를 떠나 프랑스로 가야 했다.

 

게다가, 1933년 히틀러가 독일 총리로 임명되면서 유대인 숙청에 앞장섰던 히틀러는 샤갈을 제거해야 할 예술가로 지목했고 그를 조롱하기에 이르렀다. 샤갈은 유대인의 학살을 비판하는 작품 <하얀 십자가상(1938)>을 그리며 대항했으나 나치 세력이 커져 결국 미국으로 탈출해야 했다. 미국이라는 새로운 땅에서 타 예술가처럼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었지만 샤갈은 그러지 못했다. 그의 아내 벨라가 급성감염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샤갈은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한동안 슬픔과 고통의 감정에서 허우적거려야 했고 그림 또한 어두운 절망의 색으로 물들어갔다. 다행히도 벨라와의 추억을 그리며 시간이 갈수록 그림의 색채가 밝아졌으며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프랑스에 돌아갈 수 있었고 고국을 떠난 지 50년 만에 러시아 땅을 밟을 수 있었다 한다. 그의 남은 삶은 비교적 평화로웠다. 1985년에는 <또 다른 빛을 향하여>의 주인공을 자신으로 그리며 벨라와의 행복한 순간을 담아내는 것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다.

 

절망으로 파묻혀 살 수 있었던 삶이었으나 사랑과 희망을 그림으로 담아내며 비극이 아닌 희극을 개척해갔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불행과 절망 속에 살더라도 사랑과 희망을 그려내고자 한 의지를 존경하고 싶다. 삶이 때론 엉망이더라도 그 속에서 긍정을 찾으려는 의지가 얼마나 대단한 힘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되새기며 글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우리 인생에서 삶과 예술에 진정한 의미를 주는

단 하나의 색은 바로 사랑의 색이다.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

 

- 마르크 샤갈 -

 

*

 

‘예술가의 일’이라는 책은 예술가의 삶과 일을 어렵지 않은 용어로 쓰여져 필자 또한 가볍게 그들의 삶과 일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예술가가 남기고 간 작품과 삶의 명언을 통해 내 자신의 삶을 재정비하고 영감을 얻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남기고 떠난 예술가들은 그들이 떠나고 난 후에도 예술은 남아 후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이 책에 담긴 수많은 예술가들. 아쉽게도 그들의 삶은 멈추었지만 그들이 남긴 예술적인 가치는 시간이 지나도 영원할 것이다. 떠난 이의 삶과 일을 통해 예술과 삶에 대해 사색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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