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시 운동을 시작하기까지 (1) [운동]

글 입력 2021.09.2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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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과는 참 오랫동안 질긴 인연을 이어왔다. 운동에 한창 미쳐있던 초등학교 때는 하루에만 태권도 수업을 두 타임 뛰기도 하고, 매일 동네 놀이터를 찾아가 생전 처음 보는 이들과 함께 뛰놀았다. 매일같이 온 동네를 누비고 다니니 엄마가 사준 형형색색의 구두는 몇 주가 채 지나지 않아 너덜너덜해지기 일쑤였다. 그 먼지로 뒤덮인 구두짝마저도 키우던 강아지가 갈기갈기 물어뜯는 바람에 영영 못 신게 되었지만 말이다.

 

번쩍번쩍 광이 나는 분홍 구두의 색깔에 이끌렸던 건지 아니면 내가 구두 신는 것을 어렴풋이 불편해한다는 걸 미리 알고 있기라도 했던 건지 생전 신발은 건드리지 않던 강아지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 구두만을 콕 집어 물어뜯은 모습을 보고서는 마냥 실소를 터뜨렸다. (이런저런 이유로 구두를 몇 짝이나 날려 먹으니 이후 엄마는 구두 사는 것을 포기하셨다)


어쨌거나 구두 사건 이후로 더는 구두를 가까이하지 않았고, 내게는 그저 편한 쫄바지와 운동화만 있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일파만파로 놀러 다니던 초등학생 때와 달리 중고등학교 적에는 급격히 늘어난 공부시간으로 인해 운동과 잠시 멀어졌다. 몇 년을 다니던 태권도도 그만두고 나니 운동이라곤 기껏해야 학교 체육 시간에 운동장을 몇 바퀴 돌고, 이후 자유시간을 활용해 발야구나 배구, 피구로 몸을 푸는 것이 다였다.

 

그래도 체육 시간은 늘 즐거웠다. 비록 상대평가에 해당하는 과목은 아니었지만, 나는 학창시절 내내 수행평가부터 지필 시험까지 모조리 만점을 받아 체육만은 성적표에서 늘 원점수 100점을 놓치지 않았다. 물론 예체능 과목의 경우 원점수 90점 이상만 받으면 누구나 A를 얻을 수 있었고, 심지어는 학업 성적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었지만, 내게 있어 체육 만점은 어떻게든 사수해야 하는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자 자부심이나 다름없었다.


격변의 학창시절이 지나고 대학교에 들어오면서부터 운동은 완전한 자율성의 영역이 되어버렸다. 정규 과목 시간에 누군가 시켜서 반강제로 운동을 하던 이전의 나날들과 달리 이제는 내가 직접 계획을 세우고 움직여야 했다. 분명 시간은 훨씬 많아졌는데 천성이 느긋하고 게으른 탓인지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한동안 운동과는 거의 연을 끊고 살았다. 대신 나의 삶에 새롭게 자리 잡은 것은 아르바이트와 영화, 그리고 외부 만남에서의 술 약속 같은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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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느슨해졌던 운동과의 연이 다시금 팽팽하게 이어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시간은 2020년 초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로나가 발발하고 학교 개강이 3월 중순으로 미뤄짐과 동시에 수업이 전면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자연스레 늘어났다. 원체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내가 방구석에 틀어박혀 배달 음식에 새로이 눈을 뜨게 된 것도 이 시기였다. 2020년 한 해 동안은 거의 매주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던 것 같다. 문 앞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플라스틱 용기들은 늘 마음 한구석 짐처럼 남아있었으나 나는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별 고민도 않고 번번이 주문 완료 버튼을 눌러버리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몸에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 건 올해 3월 즈음이었다. 1년 동안 집구석에만 틀어박혀 오만가지 배달 음식을 매일같이 접하니 맛있는 음식을 먹는 순간에 느끼는 짜릿함과 희열감과는 별개로 몸은 점차 지쳐가고 있었다. 체력적인 한계를 느낄 때마다 애써 현실을 외면하며 또다시 배달 음식의 세계로 도피하는 구렁텅이 일상을 반복했다.

 

‘더는 두고 볼 수만은 없다’라고 느끼게 된 결정적인 사유에는 체중이 급격히 불어난 것에 대한 스트레스보단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로 몸 상태가 나빠진 영향이 컸다. 군것질을 마구 해대고 난 직후에나 혹은 그다음 날까지도 몸이 무언가에 눌린 마냥 몹시 무거워지곤 했으니 말이다. 또 충분한 수면 시간을 취했음에도 줄곧 피곤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고, 침대에서 일어날 때조차도 정신이 또렷하지 않은 날이 잦았다. 이제는 정말 운동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이었다. 2021년 3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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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운동 초심자도 만만하게 도전할 수 있는 줄넘기부터 시작했다. 마침 집 주변에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기도 했고, 헬스장은 짐짓 밀폐된 공간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시국 상 꺼려졌기 때문에 나름대로 가장 익숙한 운동 중 하나인 줄넘기를 선택했다. 운동을 결심하자마자 일주일에 3번 이상은 주섬주섬 옷을 차려입고 줄넘기를 하러 나갔다.

 

그런데 이 운동이란 것이 오랜만에 제대로 하려니 보통 만만한 게 아니었다. 한창 태권도를 다닐 적에는 줄넘기 대회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최종 우승까지 했을 정도로 폐활량이 좋았던 것 같은데, 올 3월 줄넘기를 다시 시작했을 때는 처음 100개도 헉헉대며 겨우 넘기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 적잖은 충격을 받기도 했다. 역시 운동은 꾸준히 하지 않으면 체력이고 뭐고 말짱 도루묵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운동만큼 정직하고 솔직한 활동이 또 어디 있겠냐며, 몇 주가 지나자 금세 신체 리듬에 적응되어 줄넘기 천 개는 가뿐하게 이어서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문제는 매일 같은 자리에서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행위가 내게는 꽤 고된 일이었다는 것이다. 이제 더는 예전만큼 운동에 재미를 느끼지도, 저녁 시간이면 저 멀리 어스름하게 지는 노을빛에도 벅차오르는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점차 운동이라는 행위 자체에 싫증을 느끼고 있던 터였다. 슬슬 운동 종목을 바꿔봐야 하나. 헬스장을 다녀야 하나. 이래저래 고민이 많던 시기에 문득 줄넘기만큼이나 어린 시절부터 유독 연이 깊었던 운동이 ‘달리기’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그날부로 곧장 러닝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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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나에게 있어 달리기의 역사는 운동만큼이나 꽤 오래되었다. 초등학교와 미국 어학연수 때 잠시 육상부로 활동한 이력이 있고, 초중고 학창 시절에는 매년 체육대회에서 빠짐없이 계주선수로 뛰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줄넘기와 같이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만만하게 도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달리기였다. 곧바로 러닝을 시작하고선 일주일에 최소 2~3번 이상은 한번 나갈 때마다 2시간 이상씩 달리기와 걷기를 반복했다.


날씨가 급격히 무더워지기 시작한 6월부터 8월까지는 운동을 잠시 멈췄다. 유독 더위에 취약한 체질이기도 했고, 가만히 있어도 땀을 뻘뻘 흘리는 지경이었던지라 몸이 자동으로 축축 처지는 여름날의 운동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운동을 멀리하니 다시금 부작용이 도지기 시작했다. 작년과 매한가지로 배달 음식에 슬쩍 손을 댄 것이다. 오래도록 참아왔던 식욕이 한 번에 폭발하니 하루에 두 번 이상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날도 허다했다. 단시간에 나트륨과 밀가루, 설탕이 가득한 음식을 온종일 먹어대니 몸이 급작스레 힘들어진 것은 당연한 처사였다.

 

머지않아 올해 초에 느꼈던 체력적인 한계가 온몸으로 다시 밀려 들어오는 걸 느꼈다. 이제는 예전만큼 몸이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받아내지 못하는 것 같았고, 혹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더라도 운동은 꼭 병행해야 할 것만 같은 본능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후 다시금 운동을 다짐하고선 저녁 날씨가 제법 선선해진 9월 초입에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여름날을 제외하면 올해 운동을 하면서 짧은 시간에 참 많은 것을 얻었다. 따라서 다음 편에서는 운동을 통해 얻은 유의미한 것들에 대해 찬찬히 풀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 다음 편에서 계속

 

 

[윤아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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