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오랜 친구 강아지에게 [동물]

글 입력 2021.09.3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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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주말, 강아지는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다. 귀여운 모습에 킬킬대며 수의사 선생님께 이야기를 했다. 큰 골든 리트리버를 보더니 무서운지 안겼다면서. 자기 덩치의 두 배는 족히 넘는 골든 리트리버를 마주치더니 내 품에 폭 안겨서는 꿍얼꿍얼대며 눈을 한 번씩 쳐다보곤 했다. 골든 리트리버는 그 강아지대로 안 하던 어리광을 부리며 보호자에게 안겼는데, 보호자의 앉은키보다 골든 리트리버가 더 컸기 때문에 그분은 결국 미끄러졌다. 생전 못 보던 애교와 어리광을 경험한 나로서는 놀려먹을 일이 생긴 게 그렇게 재밌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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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진이 끝나고 여느 때 같으면 강아지도 진료를 마치고 돌아와 있을 텐데 수의사 선생님과 덩그러니 앉게 되자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 선생님은 검사를 해보길 잘했다면서, 약간은 당황한 목소리로 3개월 사이에 강아지가 맞거나 어디 부딪힌 적이 없냐고 물어보셨다. 그럴 리가. 부딪힌 곳도 맞은 적도 없다고 하니 비장에 종양이 있어서 물어봤다고 했다.

 

비장이 없더라도 다행히 크게 문제는 없다고 했다. 미세한 침을 찔러 넣는 검사는 위험할 수도 있고, 실제로 다른 강아지도 검사를 받고 무지개다리를 건넌 적이 있다고 해서 제외하기로 했다. 가만히 둘 경우 비장이 터질 수도 있기에 수술을 하기로 했다. 문제는 어떤 종양인지였다. 종양이 악성일 경우, 이 수술을 하더라도 예후가 그리 좋지 않고 항암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짧은 기간 내 종양이 자란 걸로 봤을 때 악성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다행인 것은 그래도 필요한 수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점이었다. 넉넉하진 않지만 돈이 없었다면 알고도 수술을 해주지 못했을 수도 있고, 더 늦게 알았을 경우엔 이미 비장이 터져있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 평상시에 나오지 않았던 배가 이상하게 든든해져 있었는지는 미처 잘 보지 못했다. 밥을 조금 덜먹고 잠을 자는 건 더운 여름철 나이가 많은 강아지에겐 그리 예외적인 일은 아니었다. 무관심과 부주의로 인한 일이었을까 생각이 미쳤을 때쯤에 선생님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것 같은 상황일 수도 있다며, 자책하지 말라고 했다.

 

최대한 수술 일정을 잡자고 하신 게 추석 날이었다. 급박한 상황이라는 게 실감되면서 마음이 착잡해졌다. 올해 초 유선종양을 수술받을 때만 해도 담대하게 마음먹었다. 노령견이니 생길 수 있는 문제이고, 해결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고. 더 많은 고민이 찾아올 수도 있지만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하자는 마음으로.

 

수의사 선생님의 눈을 피해 마음을 가라앉히고, 강아지와 함께 돌아오기 전 잠시 울컥하는 마음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아직은 강아지를 보내고 싶지 않은 욕심이었을 것이다. 알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이별이 너무 가까워진 느낌에 혼자 남고 싶지 않아서. 아직 끝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왜 눈물이 나는지 한편으론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나마 강아지가 보이지 않는 곳이라 다행이었다. 10년쯤 지나면 내가 강아지를 알게 된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강아지도 나를 잘 알고 있다.

 

수술을 받는 건 아는지 진료실에 들어가는 건 싫어하다가도, 수술 전 인사를 할 때는 저도 모르게 꼬리를 흔드는 걸 보고 바보 같다고 생각하면서 쓰다듬어주고 나왔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수술이 늦게 시작된 지 모르고 병원에 기다리는 동안 다양한 사람들과 친구들을 만났다. 병원을 나설 즘엔 나와 비슷한 처지인 듯한 사람이 울고 있는 걸 지켜봤다. 어머니는 나이가 들면 그럴 수도 있고 치료하면 더 나아질 수도 있는데 왜 우냐고 했고, 그럼에도 그분은 한동안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내 마음속에 공존했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병원에서는 내 이름이 아닌 강아지의 보호자로 불린다. 보호자로서의 나는 강아지가 아프니 좀 더 튼튼하고 기댈 수 있는 강한 존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보호자라는 이름 뒤의 나는 강아지가 겪을 고통과 다가오는 죽음을 그렇게 슬퍼하고 두려워하고 있다.

 

막상 수술이 잘 끝났다고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얼마나 단순한가. 수술 다음 날, 면회를 가니 신나게 꼬리를 흔들고 있다. 밥을 잘 먹지 않고 있다고 해서 간식을 주면서 주는 거 고루고루 잘 먹고 오라고 했더니, 태세를 전환했나 보다. 말을 제대로 이해한 건지 밥도 잘 먹고 병원 선생님들께도 꼬리도 잘 흔들어주고 애교를 부린다며 인증샷이 왔다. 요 녀석 봐라. 하란다고 이렇게나 한다고? 든든히 잘 먹었다니 다행이면서도, 나와 가족들에게만 흔들어주던 꼬리를 다른 분들에게도 똑같이 흔들었다는 생각으로도 얄팍한 질투가 났다. 꼬리는 마음의 분신 같은 거 아니었나!

 

검사 수치를 지켜보고 며칠 입원한 후 퇴원 수속을 밟으려 만났다. 제거한 비장엔 종양이 큼직하게 자라 있었다. 이렇게나 크게 빨리 자랄 수 있다니 신기하다고 하니, 조직 검사 결과가 나와봐야겠지만 아무래도 악성일 것 같다는 이야기가 다시 들려왔다. 며칠간은 괴로워했지만, 이제는 조금 더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종양이란 게 크기가 작다고 꼭 양성인 것도 아니요, 못된 녀석에게만 악성 종양이 생기는 것도 아니라 한다. 더 어린 강아지에게 찾아와 세상을 떠날 수도 있고, 더 나이가 많은 강아지도 양성종양이라 좀 더 오래 살 수도 있다.

 

근래 본 적 없는 하이텐션으로, 꼬리를 흔들다 못해 온몸을 흔들며 퇴원을 기다리는 강아지를 보면서 이때까지와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함께 하는 동안 잘 지내보자고. 최고의 가족이나 친구, 보호자였을 리 없고, 늘 최선을 다해 잘해주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강아지에게 온 마음과 시간을 쏟겠다는 약속은 지킬 수 없으니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이 친구는 나를 이렇게 반가워해주고, 나 역시 이 친구가 반갑다.

 

태세를 완전히 전화해서 친화적인 줄 알았지만, 병원에서는 이렇게 활발한 친구인지 몰랐다며 얘기해 주신다. 아프지 않게 수술을 잘해주신 수의사 선생님은 퇴원 전에 강아지 옆에 앉아 코 근처에 손을 대보시는데 너무나 새침하게 고개를 홱 돌려버려서 머쓱해하신다. 수술은 해주셨어도 친해지긴 어려운 건지, 수술로 아프게 했으니 친해질 수 없는 건지 모르겠다. 얘가 가끔 이러더라고요, 하면서 멋쩍게 위로해드리긴 했지만, 얄팍한 질투심을 구비한 나에겐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강아지는 다른 사람에겐 다소 무관심하지만 나에게만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상한 로망을 충족해 주기 충분한 친구다.

 

처음도 아닌 강아지의 수술에 이번에 그렇게 마음이 흔들렸던 건, 언제나 생각이 앞서는 탓에 강아지가 세상을 떠날 수 있다는 이야기 하나만으로, 어머니, 아버지, 다른 가족들이 내 곁을 떠나 혼자 덩그러니 남을 나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언제까지나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에 더더욱 소중해지고, 소중하기 때문에 계속 함께할 수 없는 것이 훨씬 세상이 무너지듯이 괴로운 이상한 굴레가 기다리고 있다. 이미 내 몸과 마음속에 배어있다. 습관과 말, 행동 속에 함께 한다는 게 훗날의 나에게 어떻게 다가올지는 지켜보면 알 일이다.

 

우리의 시작이 그랬듯, 우리의 끝도 우리 마음대로만 되는 건 없다는 걸 곱씹어 보게 된다. 끝을 생각하면서도 두렵지 않을 때까지, 끝을 생각하며 시작조차 두려워하지 않게 될 때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이 친구도, 사실 말은 안 해도 속앓이를 하며 혼자 두려워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말을 안 해서 모르는 건 내 쪽이었을지도. 결국 우리에겐 각자 감당해야 할 슬픔과 눈물이 있다. 강아지에게 들킬까 혼자서 마음을 정리하는 내가 있듯이, 신나고 쾌활하게 병원을 나서 놓고 집에 오자마자 얌전히 누워 소리 하나 없이 이따금 몸을 뒤척이는 강아지가 있다. 그러나 아무 말 없어도 알 수 있다. 여태까지 보여준 그 따스함에 이따금 눈이 정면으로 마주쳐도 절대 피하고 싶지 않다. 내 어린 시절부터 지금의 나를 모두 기억하고 함께 하는, 동생이자 어르신, 나의 오랜 친구 강아지.

 

 

[장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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