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욕망은 어떤 모양인가요? [문학]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읽고
글 입력 2021.09.2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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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자아가 두 개로 분리된다'라는 기발한 상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로버트 스티븐슨의 고딕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지금껏 영화와 뮤지컬 등으로도 재창작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올해에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꼭 보리라고 다짐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계획이 이루어질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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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와 원작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서사 구조에는 차이가 있다. 뮤지컬의 지킬 박사는 전도유망한 젊은 의사지만, 소설의 지킬 박사는 이미 성공을 거둔 중년의 남성으로 등장한다. 그렇기에 뮤지컬에 나오는 엠마와 루시 캐릭터 또한 소설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이외에도 지킬 박사가 하이드가 되어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 등이 꽤 다르다.

 

이번 글에서는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 집중하여 과연 인간이 갖는 ‘욕망’이란 무엇인지 고찰해보고자 한다. 언뜻 보면 터무니없어 보이는 실험을 통해 선과 악의 이중성을 분리한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 나의 모습을 비추어 보자. 과연 나는 어느 쪽에 속하는가?

 

우리는 내면에 가지고 있는 욕망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 나는 내 안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욕망을 수용하는 것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진다는 것이며, 감정을 소유하는 인격체로서 책임을 다하는 일이다. 누군가 자신의 욕망으로부터 비롯한 목표를 이루기로 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설 속의 ‘지킬 박사’는 ‘하이드’라는 새로운 인격에 의존하여 자신의 욕구를 마음껏 발산한다. 자신의 실험으로 탄생한 존재에 대한 책임을 버리고, 하이드가 저지르는 범죄 활동을 은밀히 묵과한다. 지킬의 욕망은 ‘오랫동안 은밀히 탐닉해오다가 이제야 제대로 맛보기 시작한 것’으로, 하이드가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존재했다.

 

즉, 하이드의 잔악한 행동은 지킬의 오랜 욕망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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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그는 왜 자신의 욕망을 받아들이는 책임을 새로운 자아로 떠넘겼을까? 육체가 처절히 망가지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고도 말이다. 아마 지킬 박사는 오랫동안 자신을 규정해온 사회적 명성과 권위를 잃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뮤지컬에서는 나잇대 설정 자체가 다르기에 지킬 박사의 저돌적인 성정이 두드러진다) 그렇지만 쾌락과 모험 또한 마음껏 누리고 싶었을 것이며, 결국 인격을 분리하는 무모한 선택을 하게 된다.

 

우리는 그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소설의 결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우리가 평소에 가지는 욕망은 지킬이 탐닉하던 악한 행위와는 거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에게 내보일 정도로 완벽히 순수한 의도의 욕망만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소유욕, 경쟁욕, 독점욕, 성욕, 성취욕 등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욕망의 스펙트럼은 매우 넓고, 많은 사람이 욕구를 품고 행하는 일에 발목을 잡히기 때문이다.

 

만약 지킬 박사처럼 부끄러운 욕망이 내 안에 있다면, 이를 외면해야 할까? 나는 그것 또한 내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욕망은 우리에게 추진력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여, 삶의 목표를 설정해 성장하게끔 만든다.

 

다만, 내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서의 득과 실을 생각하고, 내 행동으로 피해받는 존재는 없는지 점검하며 과거의 잘못을 고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욕망은 우리를 이전보다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이따금 비뚤어진 욕망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또한 나의 모습 중 일부라고 인정하고 고쳐나간다면, 진정으로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아직 미성숙하며 욕망을 조절하는 데 종종 어려움을 겪지만, 지킬 박사와 같이 후회하지 않게끔 나의 욕망에 솔직해지고 매일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습관을 지녀야겠다.

 

오랫동안 사랑받은 고전 문학은 시간이 지난 후에도 여전한 물음을 던진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또한 그렇다. "나의 욕망은 어떤 모양인가?"

   

자신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직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것. 욕망을 다스리는 것은 그 태도가 전제된 이후의 문제일 것이다.

 


[이남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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