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래가 품은 지구의 비밀, 고래가 가는 곳 [도서]

글 입력 2021.09.2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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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고래만이 알고 있는 자연의 진실이 있다. 저자 리베카 긱스는 최신 과학 연구가 밝혀낸 새로운 고래 이야기를 수집하고 인간과 고래가 함께해 온 역사와 문화를 좇는다. 수천 년 전 암각화에 고래를 새겼던 고대인의 마음도 들여다보며 지금 이 시대 고래와 우리의 관계를 반추한다.

 


동물과 자연은 인간과 상생한다고 생각했다. 함께 앞으로 나아갈 뿐이지, 동그란 사이클을 타고 다시 내게로 올 것은 생각해본 지 오래다. 책을 통해, 자연의 신비함과 카리스마, 한 생명이 지면서 인간의 감정과 환경을 건드리는 직간접적인 상황을 쳐다볼 수 있었다.


고래폐기물로 게와 갈매기의 증가를, 연못으로 들어올 때 조류와 미세식물의 번창을, 고래 뼈가 묻히면서 비옥해진 땅 위로 자란 우거진 식물을,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과 비닐로 또 다른 생태계 변이가, 가랑비에 옷 젖듯 그대로 우리에게. 또, 고래에 대한 궁금증과 고래를 지키고자 하는 동정심을 주제로 한 계속된 토론, 그 속에서의 두려움과 역설적인 관계성 등을 말이다.

 

 

 

고래를 사랑하는 방법



국적을 초월하는 환경적 시민의식을 고양하기 위해 협력하면서 지구에 대한 책임감을 확립했다. 동정심이 사람을 이어주는 엄청난 힘이 되었고, 우리가 스스로를 구원자로 격상시키는 방법으로 고래는 사랑받았다. 126p


단 한 마리의 고래를 박물관에 유치하기 위해 엄청나게 세심한 노동이 들었다. 꼼꼼히 하나씩 맞추고 매일 먼지를 털어냈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도 살아있는 남극의 대왕고래는 무참히 살육되고 있었다. 죽은 고래 한 마리를 보존하기 위해 온갖 공을 들이는 동안… 183p


고래가 죽는다. 고래를 무참히 살해하는 것을 반대한다. 고래의 보존을 위해 ‘전시’를 한다. 묘한 괴리감이 들었다. 모두 이해할 수 있었고, 모두 이해할 수 없었다. 생업을 위해 고래를 포획하는 것, 동정심에 고래를 지키고자 한 말, 고래를 보존하는 것, 고래를 전시하는 것 그 모든 것에 대한 꺼림직한 느낌에 고래(자연)에 대한 관심 자체가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사람과 자연이 만나면 누구에게라도 단 하나라도 좋을 것이 없어 보여, 불현듯 사람과 자연(고래)의 ‘관계성’에 무엇이 맞는지 혼돈이 왔다. 그 사랑이 일방적인 사랑은 아닌지, 과연 고래를 둘러싼 모든 행동이 고래로 하여금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는지 궁금하다.


 

 

고래의 카리스마



 

사람들을 사로잡는 서사를 지속시키는 능력, 대중을 움직이는 능력. 그런 카리스마를 갖는 동물은 즉시 ‘의인화’ 된다. 즉 인격화된다. 박제, 조각품, 그림, 로고, 장난감, 대표화 된다. 211p


‘우리가 볼 기회가 적을수록 더 큰 후광을 씌우지요.’ 우리와 가까이 있지 않은 먼 곳에 있는 것에 대한 존중, 한 줌 순수한 자연의 상징 (중략) 실은 떨어져 있을 때 카리스마가 가장 크게 발휘된다는 것이다. 219p

 


고래에게 사랑받고 있느냐 의인화해 묻고 싶던 난, 고래에게 ‘카리스마’라는 것을 느낀 것이었다. 그의 카리스마에는 심원한 시간의 거대함에 경외심까지 함께였다. 삶의 영역 밖에 있는, 생명의 까마득한 기원을 향해 펼쳐진 시간의 흐름과 함께 한 고래처럼, 자연은 그 자체와 카리스마로 사람에게 감정의 두드림을 주기도 한다.


 언젠가 졸업 후 몇 년간 찾지 않은 모교에 방문한 적이 있다. 왠지 허전하다 느낀 구석은 생각지도 못한 장면에서 벌어졌다. 고개를 위로 젖혀도 끝에 닿지 않아 ‘우-와 ’하고, 점심시간에 넓고 큰 그늘이 되어주었던, 100년 이상 된 나무가 베어진 것이었다. 나무 밑동을 보며 수 개의 감정에 고개를 저었던 기억이 난다. 한때, 나 보다, 나의 부모님 보다, 나의 조부모보다 더 긴 시간을 가진 웅장한 나무를 보며 느낀 기막힘과 경외심은 쉬이 가시지 않았더랬다.


수 십 개의 나이테 주변으론 넓은 공터와 빛이 자리했지만, 경외감과 카리스마를 앗아간 공간을 보는 마음엔 헛헛한 감정이 들어섰다. 책 안에서 수(백) 년을 산 고래의 삶과 죽음에서 오는 감정을 쫓다 보면, 자연스레 자연에 대한 우리의 감성과 태도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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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폭한 사랑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다. 너무나 접촉을 갈구해서 사랑하는 존재를 질식 시켜 버린 것이다. 193p

 

 

탄성파 탐사가 고래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조사’로 고래의 소통을 방해하거나, 고래 음조 변화에 대한 또 다른 ‘설명을 찾으려’다가 고래의 고유하고 독자적인 소리를 잃어버리게 할 수 있다. 고래에 대해 안다는 것은 신비하지만, 그 과정에 인간은 인위적으로 개입하게 된다. 인간을 위해서인지, 고래를 위해서인지. 난폭한 사랑은 언제까지나 계속될 뿐이다.


동물 확인 과정이 또 다른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오염원에 노출하고, 카메라로 위치 태그를 붙여 생태 관광에 몰려든 사람으로 범람하는 인증샷과 와이파이가 촘촘히 깔린 현실에 ‘거미줄처럼 은밀하고 긴밀하게 연결된 왕국’에 불변하지 않는 자연과 그에 영향력을 내뿜는 인간의 모습을 생각해본다. -본문 中

 

개발, 보존, 조사 등 (고래로부터 투영되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단어란, 참 이기적이고 난폭하단 생각이 든다. 우리보다 먼저 자리한 자연을 두고 갑질을 하는 표현처럼 보이기도 하다. ‘보호’라는 표현보다 당위성이 부여되는 ‘자연에 대한 의무’가 명확한 표현은 아닐까.


고래란 생명체를 통해 시간, 자연, 지구의 문제, 동물과의 관계, 생태계, 인간에까지 생각이 닿을 수 있었던 그리고 책을 덮고도 생각을 남길 수 있게 한 도서였다. 자연 앞에 인간은 갑이 아닌 동등한 관계, 어쩌면 여러 환경 문제가 따르는 ‘지금’에는 을의 태도가 필요하기도 하다. 고래가 불러일으키는 우리의 태도와 영향력도, 결국 자연 아래 함께한다.


 

낮만이 삶은 아니다. 삶은 또한 밤이며, 서로 잡아먹으며, 미세하며, 미생물의 소화와 발효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따뜻한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고래 기생충을 돌이켜 보자. 기생충 없는 동물을 상상할 수 없다면 어떤 동물이 한 번이라도 저 자신일 수 있었는가? 살아 있지 않은 고래가 미세 생물의 관점에서 보면 더욱 살아있는 것이 된다. 4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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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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