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가 33인의 삶과 일에 관한 이야기 - 예술가의 일

데이비드 보위부터 피나 바우슈까지, 33인의 예술가들
글 입력 2021.09.2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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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면 영화와 미술 관련 도서들을 훑는다. 큼지막한 제목들을 눈에 익히며 이 책장에서는 어떤 예술가들이 지면 위에 남아 있는지를 보는 것은 활자 읽는 것은 귀찮지만 궁금한 것이 많은 나에게 내내 붙어 있는 버릇이다.

‘예술가의 일’은 도서 출판 작가정신에서 펴낸 조성준의 인문교양 도서다. 내가 만일 이 책이 책장에 꽂혀 있는 것을 보았다면 예술가들의 작업을 ‘일’로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 이끌려 책을 집어 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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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계를 지우고 먼 곳으로
2. 우직하게, 천천히, 한 걸음씩
3. 아물지 못한 상처
4. 전쟁터에 내던져진 싸움꾼처럼
5. 고독마저 그들에겐 재료였을 뿐
6. 예술과 삶이 만나는 시간


“작가는 필립 로스처럼 이미 세상을 떠난 예술가들의 사연이 궁금했다고 말한다. 그들은 어떤 일을, 어떠한 마음으로 하였을까? 이렇듯 『예술가의 일』은 우리에게 예술가의 대표 작품만이 아니라, 일생을 바쳐 한 세계를 구축한 예술가의 삶부터 먼저 들여다볼 것을 제안한다.”
 
- 출판사의 말
 
 
책의 목차와 출판사의 말이다. 작가는 여섯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33인의 예술가들을 소개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예술가들의 ‘삶과 일’이라는 맥락을 중심으로 그들의 작품을 함께 소개한다. 예술가들의 작품을 향유하거나 더 나아가 분석하는 데는 여러 갈래의 방식이 있지만 필자는 그중에서도 작가의 삶을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생을 바쳐 한 세계를 구축한 예술가의 삶부터 먼저 들여다 볼 것을 제안한다’라고 책을 소개하는 출판사의 말에 나와 있듯 말이다. 그만큼 이 책은 개개인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게끔 독자를 유도하고 있다.

예술 작품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때로 감상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예술의 어떤 분야에 있어서든 많이 보고 듣는 것만으로 우리는 그것을 보는 눈을, 듣는 귀를 기를 수 있다고 믿는다. 배경 지식 없이 무언가를 감상할 때면 작품에 주관적인 나의 느낌과 해석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으로부터 오는 이점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얻은 주관적인 해석만으로 작품이 가진 여러 면을 모두 다 보았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우연히 천경자의 작품을 본 날 어떻게 하면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될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작품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면을 알고 싶었다. 이 책의 말을 빌려 말하자면, 예술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일’ 안에서 스스로를 드러내려 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필자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성실히 마련해 놓고 있다.
 
 
 
커트 코베인과 오즈 야스지로


33인의 예술가들을 다루고 있는 본문의 내용들 중, 커트 코베인과 조지 로메로에 대해 소개하는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필자가 두 예술가들을 어떻게 다루었는지만 보아도, 이 책에서 33인의 예술가들을 다루는 방식들이 어떠했는지를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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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일’을 읽기 전 기대했던 것은 이 책을 통해 ‘OO의 아이콘’이라 회자되는 예술가들의 이면을 알아가는 것이었다. 그 이면을 알게 되면 한 예술가를 아이콘으로서 이해하는 것 이상의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커트 코베인은 책에 나와 있듯 ‘패배자들의 왕’이라 불리우는 뮤지션이다. “점점 소멸하는 것보다 순식간에 타오르는 것이 낫다”는 말을 남기고 자살하기에 이른 그의 이야기는 이후 많은 이들이 우상시하기에 좋은 이야기가 되었다. 살아 있을 때에도, 죽은 뒤에도 전설처럼 여겨지는 그는 윤이형 작가의 소설 <붕대감기>에 등장하는 한 인물이 존경하는 뮤지션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책에서는 너바나가 그런지(grunge)록을 탄생시켰고 패배자들의 정서를 대표하는 밴드로 부상했다고 설명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커트 코베인과 관련한 정보들이다. 그러나 ‘성공을 꿈꾼 패배자들의 왕’이라는 부분에서는 그와 쉽게 떼어 놓을 수 없는 우상화를 걷어내고 그 역시도 모순적인 한 명의 인간이었음을 조명하는데, 이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음악이 상업적으로 변질되는 현실을 증오하면서도 이 현상의 주범이었던 MTV의 영향력을 활용했다. 그는 ‘패배자들의 우상’이라는 자신의 이미지도 잘 알고 있었다. 대충 입은 듯한 패션이나 헝클어진 머리는 어느 정도 전략이었다.
 
- 291p
 

본문에 나와 있는 것처럼 커트 코베인은 자신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 의식한 채로 활동했으며 누구보다 성실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한 시대 동안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그 어떤 예술가라 할지라도, 굳이 예술가를 ‘전설’로서 회자할 필요는 없다. 전설로 남게 되었다 할지라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먼저 보게 되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필자 역시도 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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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 야스지로를 소개하는 부분은 빔 벤더스가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 이야기>를 감상한 후 일본을 찾았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면서 <동경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야기시킨다.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를 감상하길 계속 보류하고 있는 입장에서, 필자가 그의 정서와 함께 영화를 설명하고 있는 부분은 한 예술가의 예술 세계에 ‘입문’하기에 좋은 글로 읽혔다.
 
 
<꽁치의 맛>의 아버지는 딸이 없는 2층 방의 정적에 익숙해질 것이고, 초라한 노인이 된 그의 중학교 은사에게도 살아내야 할 삶은 남아 있다. 오즈는 유독 겨울을 배경으로 영화 찍기를 꺼려 했다. 하지만 그의 영화는 누구나 당도할 수밖에 없는 겨울을 느끼게 한다.
 
- 89p
 
 
첫 번째로 이 책에 기대한 것이 아이콘의 이면에 대해 조명하는 것이었다면 두 번째로 기대한 것은 33인의 예술가들의 예술 세계에 대해 소개받고, 스스로 무언가 더 탐색해 볼 만한 실마리를 얻어 가는 것이었다. 커트 코베인의 이야기를 통해 이면을 알게 되었다면 오즈 야스지로의 이야기에서는 미뤄 두었던 <동경 이야기>와 <꽁치의 맛>을 보고 싶은 마음이 피어오르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 둘의 이야기에 대한 것은 아주 부분적인 리뷰일 뿐이다. 책 속에는 나머지 31인의 예술가들 또한 성실하게 소개되어 있다는 것이 ‘예술가의 일’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야기를 통해 예술가들과 조금 더 가까워지기를, 다양한 예술가들의 삶을 엿볼 수 있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박이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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