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인 것 - 클래식 [영화]

글 입력 2021.09.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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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엇에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지 항상 궁금하다. 그래서 가까운 주변 사람들과 취향 나누기를 즐겨한다. 서로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공통점을 찾아가기도 하고, 때로는 전혀 몰랐던 것들에 대해서도 알아가는 것은 상대방과 한결 더 가까워진다는 기분이 든다.

 

빠지지 않는 질문으로는 좋아하는 영화, 흔히 인생 영화라고 불리는 것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 있다. 나에게 있어서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는 질문 중 한 가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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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다. 적어도 나의 주변에서는 영화를 한 번이라도 보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대략적인 정보는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취향을 나눌 정도로 친밀한 사이였기 때문에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들이기도 하여 특징적인 결과가 나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자체적 통계의 정확성 따위의 문제는 차치하고, 나의 주변인들로 미루어 본 '클래식'은 오래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알고 있고 기억하는 영화였다. 때문에 영화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은 생략이 가능하고, 좀 더 세세한 부분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 좋다는 점이 '그 영화가 바로 내 인생 영화야!'라고 말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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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손예진 배우가 1인 2역을 맡고 있다. 2000년대 현재를 배경으로 하는 '지혜'와 1960-70년대 과거를 배경으로 하는 '주희'이다. 과거의 주희는 열렬히 사랑하던 연인 '준하(조승우)'와 결국에는 이어지지 못하고 다른 상대와 결혼해 지혜를 낳았다.

 

현재의 지혜에게는 남몰래 짝사랑을 하고 있는 선배 '상민(조인성)'가 있고, 이들을 둘러싼 오해가 모두 풀리게 되면서 비로소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게 된다. 뒤늦게 밝혀지는 놀라운 사실이 있다. 주희의 결혼 소식이 들린 이후에야 결혼했다는 준하에게는 아들이 생겼고, 그 아들이 바로 상민이었다.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던 주희와 준하의 사랑은 지혜와 상민으로 이어진다. 주희가 준하에게 선물했던 목걸이는 상민을 통해 다시 지혜로 돌아왔다. 우연일지 필연일지 모르는 사랑은 그렇게 운명처럼 이야기를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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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량한? ...바람을 편지지에 실어 당신에게 보냅니다?

...유치해! ...음... 좋아, 클래식하다고 해두지 뭐...

 


나에게 영화 '클래식'이란 특유의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경험해보지 못했던 세대에 대해 아련한 추억을 만들어내며 닿아본 적 없고, 닿을 수도 없는 그 시절을 이내 그리워하게 만든다.

 

현재(2000년대 초반) 배경의 주인공 지혜는 엄마의 연애편지를 보며 '클래식하다'라고 표현한다. 그 세월 만큼의 시간이 다시 흐른 2021년, 영화를 보고 있는 나는 지혜와 상민에게서 클래식함을 느낀다. 이 영화는 나에게 클래식하다. 더없이 적절한 제목의 영화인 동시에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를 발한다.


무엇 때문에 이 영화는 '클래식'하다고 느껴지는 걸까. 클래식하다는 건 뭘까.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클래식(classic)하다'라는 표현은 '고전적이면서 전통의 격조와 품위를 갖춘 분위기가 있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영화에서 느끼는 상당의 분위기를 잘 나타낸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전적인 멜로 영화의 분위기가 바탕이 되며 시대적 배경에서 오는 순수함과 약간의 촌스러움,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빛이 바랬지만 오히려 영화의 멋과 감동은 더 깊어졌다. 클래식과 앤틱, 그 사이 어딘가에 영화 '클래식'이 지금 자리하고 있다.

*네이버 국어사전 '클래식하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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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떠올리면 서정적인 감성과 특유의 아련한 분위기가 단연 존재감을 드러낸다. 적재적소에 삽입되는 영화 OST와 뛰어난 영상미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전체에 흐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파헬벨의 캐논, 그리고 클래식의 OST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 그리고 델리스파이스의 고백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까지. 오로지 OST를 위해 작곡되었다고 해도 믿어질 만큼 각각의 곡들은 영화 장면 속의 일부로 녹아들어 있다.

 

아울러 클래식이 멜로 영화의 전형이라고 불리는 데에는 클리셰적 요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서이기도 하다. 뻔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을 배우들의 연기, 스토리, 연출, 음악 등을 통해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맞아떨어지는 클래식은 단지 예측 가능한 클리셰 영화로 여겨지기보다는, 세월이 흘러도 관객들에게 여전히 진한 울림을 주는 명장면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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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것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순간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대로인 것은 있다. 주희와 준하의 재회 장면이 그랬고, 상민을 통해서 지혜에게 전해진 주희의 목걸이가 그러했다. 나에게는 수년간 인생 영화라는 타이틀을 벗어나지 않는 이 영화도 그렇다.

 

처음 영화는 지혜가 엄마의 먼지 쌓인 편지 상자를 열어보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창가로 바람이 불어들며 케케묵은 먼지와 편지는 온 방 안으로 흩날린다. 그렇게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에게 이 오프닝은 클래식이 가지는 상징과도 같다.

 

언제 열어보아도 내가 기억하는 그때 그 감정과 감성이 그대로 펼쳐진다. 그 감정을 다시금 느끼고 싶을 때 나는 이 영화를 찾는다. 반딧불이가 가득한 그 강다리에서 주희와 준하는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다. 지혜와 상민은 몇 번을 재생해도 무뎌지지 않는 풋풋함으로 벅찬 사랑을 이야기한다.

 

지혜가 엄마의 편지 상자를 열어보듯이, 그렇게 나는 조심스레 클래식을 펼쳐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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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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