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MZ 세대가 2,500년 전의 어른에게 배웁니다 - 논어와 음악

글 입력 2021.09.2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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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공구 형.


 

고등학생 때였다. 지적허영심이 극에 달했던 나는 ‘지식인이라면 응당 <논어> 정도는 읽어줘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으로 호기롭게 학교 도서관에서 <논어>를 빌려 펼쳤다. 그리고 몇 장 읽고는 곧바로 덮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형편없는 집중력을 지녔던 당시 나에겐 너무나 지루했기 때문이다.

 

몇 주 전, 우연한 기회로 유유 출판사의 <논어를 읽다>라는 <논어> 해설서를 읽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논어>와 공자를 오해하고 있었는지를 느꼈다. 나에게 <논어>는 고리타분한 공자가 고리타분한 가르침을 늘어놓는 지루한 책이었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논어>는 공자의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닌 그가 제자와 나눈 대화들을 담은 책이며, 공자는 고리타분한 꼰대가 아니라 누구보다 열려 있는 참된 어른이었다. <논어>와 공자에 대한 편견을 깨주었던 그날의 독서는 <국제신문>의 수석 논설위원 정상도가 쓴 논어 에세이, <논어와 음악>을 읽게 했다.

 

 

표지 최종.jpg

 

 

<논어와 음악>은 챕터별로 <논어>에 수록된 공자의 가르침을 다루며 그와 어울리는 음악을 소개한다. 챕터가 시작되는 장마다 음악을 바로 들을 수 있는 QR코드가 삽입되어 있는데, 음악을 들을 때마다 2,500년 전에 내려온 가르침이 2020년대의 음악과 어울린다는 사실이 공자의 가르침에 시대를 초월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 같아 흥미롭게 다가온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공자가 적극적으로 인재를 양성했던 춘추전국시대와 여러 종류의 갈등으로 얼룩진 채 코로나19라는 거대한 변수를 맞이한 지금이 다를 바가 없다는 점 역시 <논어>의 가르침이 생명력을 유지하는 요인일 것이다.

 

훌륭한 인재를 양성해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더 나은 세상을 건설하려 했던 공자의 꿈은 결국 실패했다. 정복과 권력 욕심에 사로잡힌 지배자들은 인(仁)중시하는 공자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공자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인류는 오랫동안 전쟁과 정복으로 점철된 역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렇게 훌륭한 자기소개서에도 불구하고 공자를, 공자의 사상을 받아들인 나라가 없었습니다. 이는 결국 공자가 인으로 다스리는 정치를 내걸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뜻을 펼칠 기회를 찾는 과정이자 실패의 흔적입니다. 공자도 사람입니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에서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가지 않았을까요.

 

-P. 168

 

 

공자도 사람이다. 제아무리 4대 성인에 속하는 공자라고 해도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 세상 앞에서는 무력감과 절망을 느꼈을 것이다. 안타깝지만 공자가 그토록 바랐던 인을 중시한 세상은 지금도 찾아오지 않았다. 공자가 만약 2021년의 우리들을 본다면 자신이 살았던 때와 달라지지 않은 모습에 긴 한숨을 내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기어코 인을 간직한 소수의 인간을 찾아낼 것이고 자신의 뜻을 실천하는 데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춘추전국시대가 아닌 2021년 현재에도 공자는 공자의 모습을 유지할 것만 같다.

 

논어를 현재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공자가 기록으로만 남은 역사적 인물이 아닌, 우리 주변에 있는 인간적인 어른으로 느껴졌다. <논어와 음악>의 부제가 ‘공구 형, 세상이 왜 이래?’인 걸 보면 저자 정상도 역시 공자를 친근한 주변 인물로 느낀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책에서 묘사되는 공자는 위엄과 품위를 지니면서 결코 인간미를 잃지 않는다.

 

공자는 자신의 말이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그는 항상 자기 자신에게도 엄격했고, 까마득하게 어린 제자에게도 적극적으로 배우려 했다. 이렇게 열린 마음으로 세상과 소통하던 사람을 꽉 막힌 꼰대라고 생각했다니. 그동안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공구 형.

 

 

 

꼰대에 맞서는 MZ 세대?


 

‘MZ 세대’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Z세대를 통칭한 용어이다. 나이로 보면 나 역시 MZ 세대에 속하는데, 재밌는 건 사람들이 말하는 MZ 세대 특징에 내가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고, 일에 헌신하기보다 자아실현을 추구한다는 점에는 부합하지만,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면 바로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 개인의 이득을 중시한다는 점 등이 언급되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곤 했다.

 

생각해 보면 각기 다른 사람들이 고작 태어난 연도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같은 특징을 공유하는 게 말이 안 된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 사람도 영향을 받아 다르게 형성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을 세대만으로 구분해서는 안 된다. 성급한 세대 구분은 세대 갈등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최근 ‘고막메이트’라는 예능에서 ‘MZ 세대’와 ‘꼰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을 보고 크게 공감한 적이 있다. ‘고막메이트’는 시청자의 사연을 딘딘, 정세운, 김이나, 이원석이 상담해주는 웹 예능이다. 해당 회차에는 15분 일찍 출근하라는 요구에 굳이 왜 그래야 하냐고 따져 물은 신입이 당황스럽다는 사연이 도착했는데, 이 사연에 대해 패널들은 각각의 의견을 내놓았다.

 


유튜브 캡쳐.png

출처: 유튜브 채널 '방언니 - 방송국에 사는 언니들'

 

 

그중 가장 공감이 된 건 이러한 세대 논쟁이 특정 세대를 프레임화 한다는 말이었다. ‘요즘 애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나 버릇없었다. 어느 세대에게나 윗세대는 꽉 막혔고 아랫세대는 경솔하다. 아직 젊은 편이라고 생각되는 나조차 가끔 무의식적으로 ‘나 때는’으로 말을 시작하곤 한다. 우리 모두 버릇없는 요즘 애들이었으며, 우리 모두 꽉 막힌 꼰대가 된다.

 

해당 영상에 나온 ‘필요한 말을 하는 어른조차도 꼰대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는 말에도 깊이 공감했다. 한때는 모든 어른 세대의 말을 잔소리라고만 생각했지만, 얼마 안 되는 인생을 살면서도 ‘어른들이 하는 말이 대부분 맞는 말이었구나’를 느끼는 순간들이 많았다.

 

‘꼰대’와 ‘어른’은 다르다. 꼰대는 본인 세대만을 정답으로 여기고 합리적인 사고 없이 자신의 논리를 아랫세대에게 강요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제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겸손한 태도로 배움을 즐겼던 공자를 절대 꼰대라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공자의 사상이 2,500년의 세월을 초월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건 공자 본인이 어떤 특권 의식 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배움이 즐거워서 열심히 공부하고 이를 널리 알렸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자신의 말이 무조건 옳다며 더 이상의 배움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러한 ‘꼰대스러운’ 모습은 나이를 막론한다.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저런 성향을 지녔다면 꼰대라고 불릴 수밖에 없다. 상대와 소통하려 하지 않고 의견을 관철시키는 데 급급한 사람들 사이에서 진심으로 배움을 즐기는 공자 같은 인간상은 얼마나 소중한가.


참으로 어리석고 부족한 나지만, 어지러운 현대 사회에서, 쉽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논어>를 읽고 그 가르침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니 나 역시 그러한 소중한 인간상에 속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걸어본다.

 

 

[진금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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