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00편의 로맨틱 코미디를 돌아보다 [다큐]

다큐멘터리 <로맨틱 코미디>
글 입력 2021.09.17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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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로맨틱 코미디>의 감독 엘리자베스 샐키가 꼽은 로맨틱 코미디 리스트

 

 

대부분 호불호 없이 선호하는 영화 장르 로맨틱 코미디. 나도 90년대부터 지금까지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는 다 봐서 볼 게 없을 정도로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지만 왜 좋아하냐 묻는다면... ‘그냥’이라고만 대답하겠다.

 

나는 왜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걸까? 다큐멘터리 <로맨틱 코미디> 감독 엘리자베스 샌키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줬다.

 

다큐멘터리 <로맨틱 코미디>는 어릴 적부터 로코에 빠져 살던 엘리자베스 샌키가 자신이 좋아하던 로코 영화 N차 관람 중 예전과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 계기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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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브리짓 존스는 방송국에서도 소위 말해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지만 진흙탕에 빠지고, 실시간 방송 중 속옷이 노출되는 사고를 겪는다.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2016

 

 

다큐멘터리에서 말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문제점은 첫째, 로코는 전문직 여성을 허술한 바보로 그린다는 점이다. 실수하지 않고 성공만 하는 여성 캐릭터는 반응이 별로이기 때문이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주 타깃층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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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잠든 사이에>, 1995

 

 

둘째, 로코는 비이상적인 사건들을 이상적인 연애로 제시한다.

 

기차역 매표소에서 일하는 여자 주인공은 사고로 혼수상태가 된 말 한 번도 섞어보지 않은 남자의 약혼자인 척해 병원에 면회를 다니다 남자의 가족과 만나게 되고, 그의 동생과 사랑에 빠진다. 현실에서 일어났다고 생각하면 소름 돋는 줄거리의 영화는 산드라 블록 주연의 <당신이 잠든 사이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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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1998

 

 

셋째, 로코는 남자의 취향을 맞춰주는 여자가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여자는 무조건 항상 재밌고 털털하며 남자들의 취미 생활을 즐기는 ‘쿨걸’이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많이 먹지만 운동하는 장면이나 다이어트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으며, 완벽한 몸매를 유지한다.


이외에도 로코에서는 공격적이고 억압적인 남자들이 흔히 등장하고, 창녀라는 욕을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빈번하게 사용한다. 종합해 보자면,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여성 혐오적인 사고가 전반적으로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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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을 한 여자 친구를 두고 바람을 피워 집에서 쫓겨난 남자 주인공은 사흘 내내 문 앞에서 여자 친구가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린다.

 

<라스트 키스>, 2006

 


사실 나도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라, 정말 눈살이 찌푸려지는 여성 혐오적인 단어나 장면이 나오지 않는 이상 그러려니 하고 영화를 보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 혐오적인 관점을 하나씩 보고, 들으면서 이제까지 내가 봐온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이전처럼 볼 수 있을까 씁쓸해졌다. 예전에는 재밌게 본 <500일의 썸머> 오프닝에 '나쁜년'이라는 대사가 나오는 것도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


하지만 30년대부터 2018년까지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100편을 편집하여 만들어진 이 다큐멘터리는 비판과 동시에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애정 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개선점을 제시한다.


충분히 명작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때문에 저평가 받는 영화들을 제시하며, 여성 혐오적 관점에서 벗어나 로코 영화가 가진 힘으로 인간의 보편적 욕망에 호소하는 다양한 로코 영화가 만들어지기 바라며 다큐멘터리가 끝난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도 계속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볼 거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예스다. 아마 지금부터는 이전처럼 그냥 재밌으니까, 라기보다는 길티프레져 같은 마음으로 보겠지만 백인 이성애자 혹은 중산층의 사랑 이야기가 아닌 다양한 계층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로코 영화를 찾아보지 않을까. 재미가 있든 없든 샌키가 말한 대로 이런 다양한 로코 영화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관심이 있다는 것을 돈이라는 지표로 보여줘야 영화 산업계는 그제서야 공급을 하니까 말이다.


백인 이성애자 혹은 중산층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로코 영화가 특이한 소재가 아닌 보편적인 소재라고 생각될 날을 기대해 본다.



[신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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