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FLY TO THE SKY, 흔들림에 대하여 [영화]

육교는 흔들려야 한다
글 입력 2021.09.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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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이유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지 잘 기억나진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2016년의 여름 방학, 굳이 강의실을 빌린 뒤 이 영화를 봤다는 사실이다. 5년이란 제법 긴 시간이 지난 현재, 그날 함께했던 사람들이 누구였는지, 그리고 어떤 연유로 모이게 되었는지 이런 여러 가지 것들이 잔뜩 흐릿해졌지만 몇몇 파편들은 지금도 머릿속에 박혀있다. 바로 영화를 골랐던 인물과 영화의 제목이다. 그날 제법 많은 영화를 보며 여름 오후를 흘려보냈음을 생각해 볼 때 그만큼 영화의 인상이 깊었으리란 생각을 해본다.

 

지금은 수염을 기르기 바쁜 안모 씨가 이 영화를 골랐는데, 가수 이름이랑 제목이 똑같네라는 생각을 처음 했던 것 같다. 해당 영화의 제목은 < FLY TO THE SKY(플라이 투 더 스카이), 2015 >였다. 그해 봄, <우리 손자 베스트, 2016>로 구교환을 처음으로 목격한 후, 나를 그의 팬으로 만든 작품이기도 했다. 구교환은 작품 속 열연과 함께 이옥섭 감독과 작품을 공동 연출하였는데, 작품은 제1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국내 대상 수상의 영예를 얻기도 했다.

 

하늘로 날아가자는 제목과는 달리, 영화는 비행기의 착륙과 함께 시작된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인물은 이탈리아에서 귀국한 '성환'이다. 성환은 가죽 공예를 하고자 이탈리아 유학길에 오른 인물이지만 결국 한국으로 돌아오고 만다. 그리고 성환의 친한 동생 '교환'은 그런 성환을 공항에서 기다리는 인물로 첫 등장을 알린다. 공항으로 마중을 나올 정도의 친분을 보여주는 두 사람이지만, 둘의 모습은 영화 속 줄곧 상이하다. 고향으로 돌아와 씁쓸함을 보이는 성환과 그의 귀환을 환영하며 알록달록한 팻말을 든 교환, 짧은 머리를 한 성환과 장발의 교환, 차를 몰 줄 아는 교환과 그로부터 운전을 배우는 성환의 모습 역시 두 사람의 대비를 보여준다.

 

그러나 두 사람의 진정한 차이점은 단지 외적인 모습에 한정되지 않는다. 두 인물의 보여주는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움직임에 대함이다. 영화 속 교환은 운동을, 성환을 정지를 보여준다. 영화의 형식 역시 이런 점을 반영한다. 카메라의 고정과 인물 행위의 차이점이 그러할 것이다. 영화의 프레임은 고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움직임을 따라가지도 않는다. 팔로우 쇼트의 부재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와중의 움직임마저 고정된 프레임을 통해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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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초반부 시동이 걸리지 않는 차를 살피고자 잠시 밖으로 나간 교환은 외화면으로 사라지며, 그 모습은 조그마한 후방 카메라를 통해 보인다. 그는 자동차 속 작은 모니터로 성환의 눈에 담긴다. 부두에 앉은 두 사람이 햄버거를 먹는 모습 역시 인상 깊다. 막 식사를 하려는 두 사람은 비키라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나, 자리를 옮기는 걸음걸이는 영화의 시간 속 부재한다. 같은 구도의 프레임 속 동일한 자리에 앉은 성환과 그 옆 자세를 바꿔 쪼그려 앉은 교환의 모습으로 툭 하니 전환되는 전개가 그러하다. 그리고 이는 정적인 태도의 영화 속 더욱 정적인 성환을 조명한다.

 

즉 이 고정성은 성환을 위한 것이다. 움직이지 않는 그의 모습을 움직이지 않는 프레임을 통해 조망하는 것으로, 운동하는 교환은 당연히 그의 곁을 벗어나게 된다. 그는 움직이기에 멈춰 선 인물과 고정된 프레임 밖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영화 속 움직임을 부정하는 성환의 모습이 일관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흔들림을 긍정한 바 있다. 영화의 중반부 육교를 보며 얘기를 나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떠올려보자.

 

"여기 노량진이잖아! 육교 없어졌네?"

"63빌딩 더 잘 보였던 거 기억나요."

"여기 노량진이 이렇게 딱 육교로, 육교를 기준을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나? 동서남북? 원래?"

"그렇죠. 예뻤는데"

"예뻤지"

"근데 한 4, 5년 전부터 막 흔들리고 불안하고 했었어요"

"근데 원래 육교는 흔들려야 돼, 안 그럼 부러져."

 

베르그송은 운동을 지속으로 말한 바 있다. 무엇인가 계속 지속되고 있다면 그는 운동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멈추었다면 지속도 운동도 없다. 즉 영화를 한다는 교환의 목적이 지속되고 있기에 교환은 운동하는 것이며, 가죽공예라는 성환의 목적이 지속되고 있지 않기에 성환은 운동하지 않고 멈춘 것이다. 실제로 영화 속 '중장비 자격증' 자체는 정지를 말하진 않는다. 자격증 취득에 대한 대화 속에서도 교환은 영화를 그만두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다만 레저로라도 자신은 계속해도 좋다고 말할 뿐이다. 즉 그의 속성이 줄곧 지속되어 왔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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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성환은 그런 교환의 말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살짝 좀 흔들흔들?"이라는 말을 한다. 이는 교환을 향한 대사이다. 나아가고 있는 바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성환의 사고이다. 그러나 성환의 말과 달리 육교는 결국 모습을 감추었다. 이는 육교 자신의 흔들림을 원인으로 하지 않는다. 교환이 말이 보여주듯 흔들림을 심각하게 여긴 타인들의 결정이었을 것이다. 물론 성환의 결정이 자기 결정인지 아닌지 영화만으로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교환은 운동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들뢰즈는 멈춘 것처럼 보이는 것도 계속 움직이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곧 교환의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중장비 자격증을 따고, 정지를 택한 것으로 보였던 교환은 결국 영화의 마지막, 모습을 감춘 뒤 성공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교환은 마지막으로 고민을 거듭하는 성환에게 "마음 가는대로 해요"라고 말했고 본인은 그를 실천한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 중장비를 몰던 성환은 교환과 오랜만에 전화를 한다. 중장비를 땄다는 성환에게 교환은 묘한 축하를 전한다.

 

"마음가는 대로 하셨네? 잘했다."

"야 한 번 보자."

"네 형, 저 돈 진짜 많이 벌었어요. 여기 오면은 쓸 데도 없고 해서 가서 형, 1차는 형이 쏘고 2차는 내가 비싼 거 쏠게요."

"나도 영화 해야겠다. 돈 많이 벌어야지"

"하지마요. 재미없어, 이거 재미없어."


영화를 계속 하기까지 교환은 수없이 흔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가 곧 그의 끊임없는 운동이었으며, 남들이 볼 때 멈춘 것 처럼 보였던 그만의 나아감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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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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