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꿈의 앙상블' 세종솔로이스츠의 콘서트오페라 –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공연]

글 입력 2021.09.10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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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시작한 힉엣눙크!(HIC ET NUNC!)는 세종솔로이스츠가 기획한 음악 페스티벌로, 올해 제 4회를 맞이했다. 2021힉엣눙크!는 8월 22일부터 9월 1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서울대학교 등의 공연장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그중에서 콘서트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부산문화회관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2회 공연되었다.


공연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었다. 1부는 연주곡으로만 구성되어 있고, 2부에는 소프라노 캐슬린 김과 함께 오페라의 장면을 각색하여 선보였다.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 프랭크 황과 메트오페라 오케스트라 악장 데이비드 챈이 비발디의 협주곡을 연주하며 공연이 시작된다. 그 후 이어지는 곡부터 리뷰를 작성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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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테시니, 그랑 듀오 콘체르탄테


클래식을 잘 알지 못하는 나에게 더블 베이스는 ‘첼로보다 낮은 소리를 내는 현악기’라는 정보만 가진, 익숙하지 않은 악기였다. 아마 그동안 더블 베이스에 집중된 연주는 거의 들어본 적 없기 때문인 듯하다.

 

이번 콘서트는 더블 베이스의 거장 보테시니의 곡을 통해 더블 베이스의 매력에 흠뻑 빠지는 기회였다. 무겁지만은 않은 낮고 맑은 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무게 20kg에 달하는 거대한 현악기를 연주하는 베이시스트의 동작들이 인상 깊었다.


원래 이 곡은 두 대의 더블 베이스를 위한 곡이지만 후에 더블 베이스와 바이올린을 위한 곡으로 편곡되었다고 한다. 두 악기의 조화는 싱그럽고 활기찬 자연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커다란 고래 한 마리가 바다를 가로지르는데,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그 위를 날아가며 함께 여행하는 것만 같았다.


지오바니 보테시니는 ‘더블 베이스의 파가니니’로 알려진 인물이다. 민첩한 표현과 화려한 기교를 필요로 하는 보테시니의 작품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파가니니를 연상할 수 있었다. 또한. 보테시니는 뛰어난 연주 역량을 발휘했던 연주자이기도 하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의 더블 베이스 연주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골리호브, 마지막 라운드


공연 전반부의 마지막 무대는 두 현악 사중주와 더블 베이스가 함께하는 골리호브의 ‘마지막 라운드’가 장식했다. 연주를 감상하는 내내 긴장감을 놓지 못했던 곡이다. 두 현악 사중주가 대립하는 듯한 배치가 몰입도를 더욱 올렸다.


이 작품은 아르헨티나의 위대한 탱고 작곡가 아스트로 피아졸라에 대한 헌정이다. 열정적이고 아찔한 탱고의 춤사위를 표현하는 선율은 무척 대범하면서도 섬세했다. 노련한 탱고 댄서의 공연을 보는 것 같기도 하지만, 마치 치열한 경기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골리호브가 피아졸라의 뇌졸중 소식을 들은 이후에 완성된 2악장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전환된다. 피아졸라가 다시 한번 일어서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은 2악장. 한 예술가와 그의 작품에 대한 존경과 찬사를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 있었다.

 

 

도니체티,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中 (Arr. 데이비드 챈)


공연 후반부에는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장면을 각색한 연주였다. 독립된 구조를 가진 오페라를 ‘루치아’라는 인물의 노래에 중심을 두어 변형했다. 데이비드 챈이 편곡을 도맡은 이 무대에서는, 두 번의 아리아와 그것을 연결하는 간주곡으로 구성되었다.


‘주위는 고요한 침묵에 잠기고’는 비극을 예고하는 아리아로, 에르가르도를 향한 루치아의 사랑을 아름답고도 슬프게 표현한다. 괴롭고 비참한 정서만을 담는 것만이 비극을 그려낼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아름다움 속에 묻어나는 슬픔. 그것은 지금 이 노래가 이토록 아름다운 만큼 이후의 전개가 더욱 비극적일 것임을 암시하는 듯했다.


간주곡 이후 시작되는 ‘광란의 아리아’는 에르가르도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정략 결혼을 앞둔 루치아의 광기가 담긴 곡이다.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선율보다는 루치아가 불러야 하는 아리아의 난이도를 통해 광란을 표현한 방식이 인상 깊었다.

 

평소에는 비극적인 멜로디나 가사와 같이 직접적으로 표현되는 것을 선호하지만, 보다 더 음악적인 차원에서 표현된 광란 또한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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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힉엣눙크! 페스티벌
 
2017년부터 시작한 힉엣눙크!(HIC ET NUNC!)는 세종솔로이스츠가 기획한 음악 페스티벌이다. 라틴어로 '여기 그리고 지금'이라는 뜻의 '힉엣눙크'는 세계 음악계의 새로운 시도와 흐름을 국내 관객에게 알리고 고전을 새로운 맥락과 관점에서 제시하는 예술적 비전을 갖고 있다.
 
올해 제4회를 맞이하는 2021힉엣눙크!는 8월 22일부터 9월 1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콘서트홀, IBK챔버홀, 리사이틀홀), 서울대학교,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등 주요 공연장에서 리사이틀, 콘서트 오페라, 포럼, 마스터 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객을 찾아갈 예정이다.
 
 
 

송진희 컬쳐리스트.jpg

 

 

[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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