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술은 정적이 아니라 동적인 것이다 - 벌거벗은 미술관

글 입력 2021.09.08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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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없다


 

‘고전’이라는 말을 들으면 ‘과거의 것, 오래된 것’. 이렇게만 떠올랐다. 수능 공부를 하는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 문학’이라는 말에서의 ‘고전’도 과거에 쓰였던 문학이라고만 생각했다.

 

책을 통해 고전의 어원을 알게 되었다. 고전은 영어 클래식(classic)의 번역어인데, 어원은 라틴어 클라시쿠스(classicus)로 최상의 클라스, 최상의 계급에 속한다는 의미이다. 즉,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 작품이라는 뜻이다.

 

 

조각은 고귀한 단순과 고요한 위대이다.

 

- 빙켈만

 

 

조각상을 자세히 보면 피부 결부터 근육의 흐름까지 디테일하게 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인간의 몸을 이상화시켜 신의 세계를 구현했다고 한다. 지지대도 없이 인간이 올곧게 서 있는 모습을 만들기도 하였고 누드 조각상을 제작하여 개성을 지닌 개인이 아닌 신을 표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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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콘 군상>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흔히 알던 조각들은 실제 작품이 아닌 복제품이라는 것에 놀랐다.

 

위의 라오콘 군상의 경우, 기원전 4세기에 제작된 그리스 조각을 로마시대에 다시 제작하였다. 라오콘 군상뿐만 아니라 다른 고대의 조각상을 보면 흰색의 대리석인 조각상이 많다. 조각상에 여러 색을 채색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지워져 우리가 지금 보는 새하얀 표면만 남게 된 것이었다.

 

왜 하필이면 조각상이었을까? 당대 사람들이 처한 상황 혹은 그들이 고뇌하고 있던 생각들을 조각상에 투영하여 이를 기록하고 싶었다. 조각상은 부피가 크기 때문에 쉽게 이동이 불가하며 훼손 가능성도 적으며 제작하면 거리에 전시할 수 있어 자신의 생각이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어 조각에 집중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림에는 표정이 없다


 

대부분의 인물화를 보면 웃고 있는 모습이 없다. 작가는 과거 사람들의 치아 건강이 좋지 않았기에 그림 속에서 웃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치아 건강이 좋지 않았다고 하기엔 과거에는 현재처럼 고른 치아가 이상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웃음은 순간적인 현상이기에 그것을 포착하는데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두 번째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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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페르네스를 참수하는 유디트-카라바조>

 

 

고전주의 시대에는 신을 이상화하고 관념화한 인간의 형상을 지향했기에 무표정한 인물의 모습을 그리고 개인의 내면적인 개발에 집중하는 계몽주의 시대를 맞이하자 그림이나 조각에 미소를 넣어 생명의 충만함을 추가하려는 시도를 하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웃는 얼굴은 화가의 관찰력과 그의 미적 감각을 보여주기에 유리한 주제이기도 하다. 그 후 바로크 미술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화가는 자신의 그림 실력을 뽐내기 위해 운동성이 느껴지는 포즈, 개성 있는 표정, 빛의 세기 등 순간을 기민하게 포착하는 시도를 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팬데믹을 맞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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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병을 몰고다니는 닥터 쉬나벨-파울 페르스트>

 

 

우리는 지금 코로나-19를 겪고 있다. 하지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페스트, 콜레라, 신종플루 등 많은 감염병의 시대를 겪었다. 당시 예술계는 어땠을까?

 

중세 유럽을 초토화시킨 페스트를 신이 내린 준엄한 처벌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에 집중하려고 시도했던 과거들을 반성하고 신에 대한 두려움이 재발했다. 그림에 신을 다시 등장시키고 개인의 모습보다는 단일화되고 경직된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신이 받은 고통과 자신이 받은 고통을 동일시하면서 심리적 안정감과 위로를 얻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가 세 번째로 팬데믹을 선포한 지금 시대에 우리의 미술도 과거로 회귀했을까? 후대 사람들은 이 시대를 보고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증이 들기도 했다.

 

 

아름다움을 넘어 삶의 민낯을 마주했고, 사회적 고민들을 녹여냈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 p.249

 


 

미술관의 역사


 

 

미술관은 어린아이들처럼 학교를 갈 수 없는 어른들을 교육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작가는 사람들에게 박물관 혹은 미술관의 문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작품들이 우리에게 상당히 무겁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지금은 작품을 향유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지만 처음 미술관을 접했을 때 그랬다.

 

스무 살이 넘어서야 박물관과 미술관을 자주 방문할 수 있었다. 자유롭게 돈을 사용할 수 있었으며 내가 원하는 곳을 마음대로 발걸음 할 수 있었다. 20살에 처음 보았던 작품은 베르나르 뷔페(Bernard Buffet)의 작품들이었다. 도슨트도, 오디오북도 없이 홀로 내 감정대로 작품을 감상했더니 그의 그림을 보고 느낀 나의 느낌이 정말 맞는 것인지 긴가민가했다. 작가의 의도를 알고 싶었지만 나에게는 그의 삶에 대한 배경지식도, 그의 생각도 전무했기에 제맘대로 해석하는 것 같아 예술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전시회를 관람하려면 작가의 생애와 비하인드를 ‘나무위키’처럼 읊조리고 있어야만 할 것만 같았다.

 

미술관은 다수의 계몽적인 중산계층이 소수 귀족을 대신해 사회 권력을 지배하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품은 과거 지배층만이 향유할 수 있던 문화였다. 프랑스혁명 이후, 왕궁을 몰수한 미술품으로 채워 모든 시민들에게 공공 공간으로 개방하였다.

 

박물관의 전시 형태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초기 박물관은 인간과 자연에만 집중했던 당대 사회에 초점을 맞춰 자연의 신비함과 인간의 진기한 문화를 중심으로 전시했다. 다음으로 유물과 유적에 관심을 가져 고고학 유물 혹은 미술을 다뤘다. 이젠 유럽뿐만 아니라 비유럽권 세계로 시선을 확대하여 이전에는 접하지 않은 다양한 이야기를 전개하였다. 미술관의 외향적인 모습을 변형시키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를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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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은 과거 왕궁이었던 곳을 개조하여 만든 것이다. 추가로 유리창으로 된 피라미드를 왕궁과 연결시켜 규모가 큰 박물관이다. 당시 루브르 박물관은 건축 시안을 공개했을 때, 세련되고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피라미드와 전통적이고 장엄한 왕궁 건축물이 조화롭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프랑스는 박물관의 변혁을 추구했다.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는 나선 계단을 피라미드에 설치하였고, 유리창의 특성을 이용하여 내부로 들어오는 빛과 그 너머로 보이는 풍경들로 루브르 박물관 안을 신비로운 세계로 조성하였다.

 

 

인간은 늘 방황하지만 그것에 도전해서 변화를 일으키는 자이다.

 

- p.271

 

 

우리는 매번 색다른 시도를 해왔다. 관점도 변했으며 유행도 변화하고 미의 기준도 변하고 있다. 우리가 바뀌듯이 미술도 매번 변화하고 있다. 미술의 변화 양상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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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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