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코로나 적응기

제한으로 가득찬 일상
글 입력 2021.09.02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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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이렇게까지 제한이 많은 삶을 살아본 적이 없다. 작년 이맘 때 내년엔 나아지겠지했는데 확진자수가 또 2000명을 돌파했다.

 

필라테스를 2년째하고 있는데 마스크를 끼고 한 기간이 더 길어서 마스크 없는 필라테스는 먼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오후 6시 이후에 사적모임이 금지되어서 가족 생일도 집에서 챙기는 오붓함은 장점이라고 해야 할까.

 

아직도 완전히 익숙하지 않은 우당탕탕 코로나 적응기를 정리해보려 한다.

 

 

mask.jpg

 

 

 

1. 마스크


  

작년 추운 겨울 날, 마스크 5부제 시행에 직원들끼리 회사 앞 약국에 줄을 섰었다. 언제 마스크가 들어오는지 전화해가며 구한 두 장의 마스크. 배급받는 느낌이 든다며 웃으며 이야기했던 게 벌써 추억이 되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개성을 살리는 컬러/패턴마스크가 나왔고 TV에서 마스크 광고를 보게 되었다. 미세먼지 때문에 투덜거리면서 마스크를 썼는데 이젠 매일을 마스크와 함께하고 있다. 제일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피부염이 있는 나는 마스크 생활이 몇 달 지나지 않아 피부를 포기했다. 부리형, 3단 입체형, 덴탈 3종을 온갖 브랜드에서 열심히 사서 써봤지만 피부는 성실하게 염증반응을 일으켰다. 코로나 이전에 피부염 때문에 겨울철 마스크를 착용할지 말지 의사에게 상담했을 때 마스크가 외부자극을 막아주겠지만 마스크 때문에 트러블이 올 수 있다고 했다.

 

그때는 선택이었지만 코로나 이후로는 필수가 된 마스크. 별 수 없이 여러 브랜드에 도전해보고 자극이 덜 한 비교적 비싼 마스크를 열심히 사서 쓰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볼과 턱에는 트러블 자국이 남아있지만 말이다.

 

 


2. 카페 탐방


  

동네 친구와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던 주말이 사라졌다. 일상에서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제일 쉽고 확실한 방법이라서 카페 방문을 크게 줄였다. 이젠 카페가 사람이 많이 드나들면서 취식을 하고 마스크를 내리고 시간을 보내는 위험이 높은 곳이 되어버렸다.


예전엔 카페가 일상이었는데 이젠 일상에 자극이 필요해지면 찾는 장소가 되었다. 평일 낮, 사람 없는 시간을 노려서 나가거나 친구 차를 타고 한적한 곳에 있는 넓은 카페를 찾는다. 테이블간 거리가 넓은 곳,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지 않는 자리에 앉아 소통을 조금 포기하고 마스크를 쓰고 대화를 나눈다.

 

 


3. 저녁 약속


  

사라졌다. 찾아볼 수가 없다. 유난히 지치는 날 친구들끼리 만나 밥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토로할 시간을 잃었다.

 

각자 사는 곳은 멀어도 일하는 곳이 가까우면 퇴근하고 가볍게 만날 수 있는데 이젠 그마저도 힘들다. 그래서 월급 받으면 한 턱 쏠게! 라고 했지만 일상에 지친 직장인을 주말에 멀리까지 끌고 나올 수가 없어 지인들과의 만남은 기약 없이 밀려났다.


이런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유일한 장점 중 하나는 회식이 사라진 게 아닐까 싶다. 거리두기 단계가 낮았을 때는 굳이 4명씩 테이블에 나눠 앉혀서 회식을 진행했다는 이야기를 건너 들었는데 요새는 잠잠하다.

 

 


4. 문화생활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나는 코로나 이후로 제일 먼저 그리고 많이 줄인 문화생활은 미술관/갤러리 방문이었다.

 

코로나 이후로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지 않은 건 아니지만 예전처럼 주말에 시간 내어 갤러리들을 둘러보는 건 그만두었다. 집에 환자가 있어서 좀 더 제한한 것도 있어서 2차 접종이 끝나면 조금씩 그림을 보러 다니고 싶은데 상황이 도와줄지 모르겠다.


공연은 대규모 공연장을 포기하고 소규모 위주로 관람했다. 의자를 까는 소극장은 아무리 움직여도 다른 사람과 닿을 수 없을 정도로 앞뒤양옆 거리를 두었고, 좌석이 있는 곳은 무조건 양옆을 비워둬서 객석의 절반만 채우고 공연을 했다.

 

때문에 공연장에서 허전함과 동시에 안도를 느끼는 애매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중극장 정도는 좌석간 거리두기가 덜했지만 직원들이 로비에서 수시로 돌아다니며 조금이라도 목소리가 커지면 주의를 줬고 음식물 섭취를 엄격히 제한했다.

 

그렇게 함성 없는 공연을 몇 번인가 관람했다. 노래를 따라 부를 수도 없고 무대 위 아티스트나 배우를 향한 응원의 목소리도 전할 수 없다. 무대 위에선 공연을 하고 아래에선 관람을 한다. 그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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